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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터넷이 뜨거웠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 평양노회(아래 노회)에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욱 목사(전 삼일교회 목사, 현 홍대새교회 담임목사)를 처벌해 달라고 올린 공소장이 지난달 23일 반려되었다는 소식이 뒤늦게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전병욱 목사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삼일교회 측은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 총회 산하 평양노회에 전병욱 목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서와 고소장을 수차례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 노회에서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혐의 공소장을 반려하면서 교회적인 처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성추행 혐의 전병욱 목사... 여전히 목회해

전병욱 목사는 삼일교회의 담임목사로 재직할 당시인 2001~2009년, 목양실에서 여신도들을 성추행 한 혐의가 드러나 2010년 공개적으로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며 사과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삼일교회에서 사임했다.

당시 교계에서는 전 목사의 공개적인 사과와 담임목사직 사임으로 일단 이 사건이 매듭 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일교회에서 전 목사에게 12억여 원을 전별금으로 전달했고, 이는 너무 과하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목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일들은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자중하겠다던 전 목사가 2012년 5월 홍대새교회를 개척해 여전히 목회를 계속하면서 교계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비난이 일자 후에 전 목사는 목회를 쉬고 자중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카페 '전병욱 목사의 진실을 공개합니다' 편집팀에서 <숨바꼭질- 스타목사 전병욱의 불편한 진실>(대장간 펴냄, 2014)을 발간해 전 목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증언을 기록, 전 목사의 적나라한 성추행 이야기가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책에 따르면, 전 목사는 여신도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하는가 하면, 예배시간에 찬양대원의 몸을 더듬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여신도 여러 명의 증언이 실려 있는데, 전 목사가 여신도를 회장실로 불러낸 뒤 바지를 벗고 엉덩이를 마사지해 달라고 했다는 증언이나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온 여신도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교회는 성추행 혐의 목사 다룰 자정능력 잃어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가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성추행 혐의가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홍대새교회 홈 갈무리)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가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성추행 혐의가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홍대새교회 홈 갈무리)
ⓒ 홍대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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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3일, 노회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목사의 처벌 수위를 정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지 4년여 만에 성범죄 사건의 징계가 이뤄지는가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높았다. 성범죄로 인한 목사 징계는 노회에서 처음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삼일교회 측은 2012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전 목사의 목사직 박탈과 면직을 청원했다. 그러나 노회의 일부 목사들은 "전 목사가 삼일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했으니 이미 처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거나, "성추행이 발생한 지 4, 5년이 지났는데 징계하는 것이 노회법에 맞느냐"는 등 전 목사의 처벌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23일 최종적으로 노회는 전 목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공소장을 반려한 것이다. 그간 삼일교회를 중심으로 교회개혁실천연대나 교회개혁네트워크, <숨바꼭질> 편집팀 등은 전 목사를 상대로 계속 성추행 혐의를 사과하고 목회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전 목사의 사과와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전 목사(홍대새교회 측)는 지난달 자신의 측근들(홍대새교회 황은우 부목사와 교인 3명)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이들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다.

고소당한 이들은 지난달 10일 삼일교회에서 '전병욱 목사측 고소에 대한 입장과 평양노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변호를 맡은 유정훈 변호사는 전 목사측이 '대리 고소'를 함으로써 성범죄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으면서도 사태 책임을 삼일교회에 돌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고소로 인해 전 목사가 경찰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목사는 자신의 성추행 혐의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법으로 다루려고 했지만 경찰은 전 목사를 불러 성추행 혐의에 대한 조사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전 목사 성추행 혐의 밝힐 수 있을까?

6일 언론은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가 경찰에 소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전 목사 반대 시위와 관련 전 목사 측근이 14명을 상대로 한 고소를 접수한 마포경찰서는 최근 이들에 대한 1차 소환 조사와 서면조사를 마쳤다며 조만간 당사자인 전병욱 목사를 소환하여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는 불가피하게 전 목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회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소장을 돌려보낸 상황에서 경찰이 고소 건을 다루면서 전 목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하여 밝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이번 조사에서 경찰이 전 목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상당히 진척된 수사를 한다면 교계는 다시 한 번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자정 능력을 상실한 개신교계에 무엇을 바라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높은데, 교회에서 다루지 못한 사건을 사회가 다룬다면 교계의 체면은 땅에 떨어질 게 뻔하다.

왜 교회는 전 목사의 성추행 혐의를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 밖의 여느 성추행 사건들도 대부분 증거가 그리 명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인정한 죄이니 그에 부응하는 처벌이 따라야 한다. 학연, 지연, 내 사람 감싸기는 교회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피해자가 있는 사건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아직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 그들을 감싸는 게 기독교정신이다. 소위 '스타 목사' 살리려고 스타 아닌 이들의 심령을 병들게 하면 안 된다.

'전병욱 사건'은 기독교의 현실과 분리된 사건이 아니다. 그저 교회의 병폐 중 아주 작은 티끌이 불거진 사건일지도 모른다. 고도의 윤리성을 요구받는 교회가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면 그 누구도 교회를 다시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회는 경찰에 이 사건을 맡기고 손을 씻을 게 아니고 자기성찰과 함께 고통당한 자매들을 껴안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태그:#전병욱 목사, #홍대새교회, #성추행 목사,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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