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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전략연구원 부설 연구소인 광주 서구 '호남의 희망'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전략연구원 부설 연구소인 광주 서구 '호남의 희망'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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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국회의) 표결 버튼 누르는 방법을 잊어버려 옆 의원에게 물어봤다"며 웃었다. "항상 저(새정치민주연합) 쪽에 앉아 있었는데 이젠 (무소속 좌석인) 새누리당 바로 옆에 앉으려니 어색했다"고 국회 첫 출근의 소회를 말하기도 했다.

안산 단원갑 국회의원이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패한 천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해 16년 동안 머물던 국회를 떠났다. 지난해 7·30재보선에서는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려다가 당의 '권은희 후보 전략공천'으로 도전을 접었다.

이번 4.29재보선 광주 서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를 22.6%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천 의원은 "정치 인생에서 방랑 기간이라 할 수 있는 지난 3년 동안 보고, 느끼고, 깨달은 바가 정말 많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낙선하길 잘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국회를 떠나 있던 야인 생활이 현재 '태풍의 눈'인 천 의원을 만들었다. 그가 서울시장이 됐거나, 서울 송파을 혹은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됐다면 지금 '무소속 천정배'는 없을 것이다.

강력한 태풍이 될지, 찻잔 속 태풍이 될지는 천 의원 자신에게 달렸다. 그는 야당의 무기력, 특히 '광주에서의 일당독점 구도'를 동력 삼아 "야권 쇄신"이란 목표에 도달하고자 한다. 천 의원은 "그동안 광주의 일당 기득권 독점 정치와 이 상황에서 광주를 대변하지 못한 정치인들이 선거 승리의 원인"이라며 "광주 시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고 평가했다.

"광주의 일당독점, 시민들이 회초리 들었다"

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전략연구원 부설 연구소인 광주 서구 '호남의 희망'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전략연구원 부설 연구소인 광주 서구 '호남의 희망'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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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주 서을 국회의원 선거는 '문재인 대 천정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문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여섯 차례 광주를 찾았지만 천정배 바람을 잠재우지 못했다. 문 대표는 선거 이후인 4일 광주를 찾아 어떻게든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천 의원은 문 대표의 광주 방문을 두고 "고장난 유성기(축음기)를 틀어놓은 느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선거 후 광주를 찾아 인사한 것을 나쁘다고 평가할 것까진 없으나 광주가 바라는 것과 관련해 어떤 약속을 했는지 의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깝게는 7.30재보선 패배 때도 환골탈태하겠다, 기득권 내려놓겠다고 했으나 새정치연합은 눈곱만큼의 쇄신도 없었다"라며 "문 대표나 당은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어떻게 환골탈태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내용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천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전략연구원 부설 연구소인 광주 서구 '호남의 희망'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당선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선거 다음 날(4월 30일), 그야말로 잠깐 국회에 다녀왔다. 이날 국회의원 선서를 했고, 본회의가 열리긴 했으나 안건들과 관련해 준비가 안 돼 표결 참여는 하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도 쇄도했다. 이것 외엔 대부분 지역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시간을 보냈다. 6일까지 인사가 마무리될 것 같고, 6일 오후부터 본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에 진짜 첫 출근을 하게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 축하 전화 오기도"

4.29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한명숙 추미애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
▲ 새정치연합과 인사하는 천정배 의원 4.29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한명숙 추미애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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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 다음 날 국회를 찾았을 때, 천 의원을 대하는 여야의 기류 등 분위기를 설명해달라.
"특별한 건 못 느꼈다. 개인적으로 3년 동안 공백이 있었고, 또 처음 무소속으로 들어가다보니 생소하더라. 항상 저쪽(새정치민주연합)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무소속 좌석인) 새누리당 바로 옆에 앉으려니 어색하더라."

- 혹시 문재인 대표나 당의 유력 인사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진 않은가. 혹은 연락이 왔다거나, 만날 계획은 없나.
"아직 없다. 선거 끝나고 아직 인사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선거 모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모든 것이 선거에 맞춰져 있다. 머리를 좀 식히고, 새로 재정비를 해야한다."

-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여러 연락을 받았을 것 같은데.
"간헐적으로 전화가 온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고, '고맙다, 만나서 반갑다' 등 의례적인 축하 메시지다."

- 남은 임기 1년 동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정책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정책적인 것은 현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광주와 호남의 발전을 위해 지역 평등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요샌 정권교체란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종 목표는 정의로운 복지국가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건데, 이는 정권교체란 말론 조금 부족하다.

명확히 덧붙일 과제는 호남의 소외를 극복할 정치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앞서 말한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선 야권의 전면 쇄신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호남정치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1년 동안 그 초석을 다질 것이다."

- 2011년 서울시장 출마부터, 2012년 총선, 지난해 7.30재보선까지 스텝이 좀 꼬였다. 야인 생활 3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 했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충격을 받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정치 인생에서 방랑 기간이라 할 수 있는 지난 3년이 참 좋았다. 낙선하길 참 잘했단 생각도 들었다. 남이 보면 꼬였다고 할 수 있는 세월 동안 보고, 느끼고, 깨달은 바가 정말 크다. 새롭게 각오를 다질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전에는 뭘 해보자는 욕심이 좀 많았다. 그런데 요샌 내 능력껏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정치적 욕심을 내려놓고 내게 부여된 능력만큼 일을 해 나가려고 한다."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와 22.6%p 차이, 예상했다"

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전략연구원 부설 연구소인 광주 서구 '호남의 희망'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전략연구원 부설 연구소인 광주 서구 '호남의 희망'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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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에서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를 22.6%p 차이로 꺾었다. 생각보다 큰 차이라는 평가인데.
"이 정도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선거 기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투표율이 높은 50, 60대 장년층의 지지율에서 내가 확실히 앞섰다. 투표율이 높지 않은 20대의 지지율에 가중치를 주다 보니 차이가 덜 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는 여론조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또 3월 9일 출마선언 이후 약 50일 동안 선거운동을 했는데 계속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지더라. 사실 광주에서 '2번(새정치연합)'에 대한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나를 만나서도 '그럼 2번 찍으면 되는 거지?'라고 묻는 분들도 있더라(웃음).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4번, 4번을 외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 광주 표심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광주의 일당 기득권 독점 정치, 그리고 광주를 대변하지 못한 정치인들이 이번 선거 승리의 원인이다. 광주 시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 또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있는 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들었을 것이다. 일부에선 이른바 친노에 갖고 있는 반감도 감정적으로 작용했다."

- 4일 문재인 대표가 광주를 찾았다. 재보선 참패 이후 첫 방문이었고, 소회와 다짐을 하고 갔다. 어떻게 평가하나.
"어찌보면 천정배가 문재인을 불러온 것 아닌가. 그게 메기 효과다. 광주를 찾아 인사한 것을 나쁘다고 평가할 것까진 없다. 다만 광주가 바라는 것과 관련해 어떤 확고한 약속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또 광주와 호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도 없었다. 미래지향적인 것은 없었다."

- 이날 문 대표는 "호남에서 누려왔던 일체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환골탈태 하겠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고장난 유성기(축음기)를 틀어놓은 느낌이다. 새정치연합이 10여 년 동안 매번 광주에 와 하던 이야기다. 물론 문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순 없다. 가깝게는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의) 7.30재보선 패배 때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하겠다, 기득권 내려놓겠다'고 했으나 눈곱만큼의 쇄신도 없었다. 양치기 소년이나 다름없다.

문 대표나 당이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어떻게 환골탈태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내용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예전에 당에 함께 있던 분이 '새정치연합의 위기의식은 2주일이면 없어진다'고 하더라 이제 1주일 됐으니 1주일 더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번엔 제발 안 그랬으면 한다."

- 천 의원의 당선 후,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친노 패권을 청산해야 한다"며 강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새정치연합이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은 친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친노 아닌, 이른바 비노는 어떤 쇄신을 했는가. (친노가 아닌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치른) 7.30재보선은 쇄신을 잘했는데 졌나? 누가, 누구에게 돌팔매질을 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책임의 경중을 따지자면 문 대표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당의 대표고,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고, 당의 가장 큰 계파의 수장 아닌가. 이번 4.29재보선 공천이 당의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 그런데 낡은 방식 그대로 경선을 치렀다.

경선했으니 그만이다? 그 정도로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 광주시민이 원하는 게 경선이면 끝난다는 것인가. 당은 하등의 새로움을 보이지 못했다. 만약 여기에 참신하고 좋은 인사를 냈다면 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틈을 노릴 수 있었을까. 관악을에서도 조금만 다른 후보가 나왔어도 정동영 후보가 출마할 명분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4·29재보선, #천정배, #당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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