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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안성시민들과 찾은 팽목항 모습.
▲ 팽목항 1 지난 1일 안성시민들과 찾은 팽목항 모습.
ⓒ 유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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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두운 바다 속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지난 1일,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세월호 실종자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씨는 잊히는 것이 제일 두렵다고 말했다. 그녀를 비롯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과 안산, 광화문 세종 정부 청사를 오가며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실종된 가족을 찾을 때까지 절대 팽목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남편을 잃은 유백형씨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내 남편이 저기 저 바다 속에 있는데 내가 팽목항을 어떻게 떠나요. 우리 남편 혼자 두고 절대 못 떠나요."

하늘나라 우체통에서 띄우는 편지

지난 1일 팽목항을 찾은 안성시민들은 양승진 선생님에게 보내는 노란편지를 '하늘나라우체통'에 보냈다.
▲ 팽목항2 지난 1일 팽목항을 찾은 안성시민들은 양승진 선생님에게 보내는 노란편지를 '하늘나라우체통'에 보냈다.
ⓒ 유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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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월호 실종자 양승진 선생님의 고향인 안성시에서 22명의 안성시민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아 왔다. 이 자리에는 양승진 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 선·후배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하러 동참한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등대를 찾아 실종자가 하루 빨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했다. 또한 세월호 실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노란 종이에 적어 '하늘나라우체통'에 담아 보냈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말자고 버스 안에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팽목항 등대에 걸려있는 실종자들의 사진 앞에서 깨지고 말았다.

세월호 실종자 양승진 선생님의 모습과 부인 유백형씨의 염원이 담긴 글이 적힌 깃발이 진도 팽목항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팽목항 3 세월호 실종자 양승진 선생님의 모습과 부인 유백형씨의 염원이 담긴 글이 적힌 깃발이 진도 팽목항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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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민 진아무개(55)씨는 "안 울려고 했는데 승진이 사진을 보니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며 "우리의 관심이 멀어지면 승진이를 찾는 일도, 진실을 밝히는 일도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팽목항을 찾은 안성시민들은 실종자 가족 유백형씨와 실종자 권오복씨를 만났다. 세월호 실종자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씨는 세월호 인양 진행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세종시 정부청사를 찾았다가 남편이 있는 팽목항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세월호 참사로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권혁규씨가 모두 실종된 권오복씨는 이날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미안함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안성시민들을 따듯하게 맞아줬다. 연신 먹을거리를 가져다주고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줘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자신과 남편의 고향인 안성시민들이 위로의 말을 전하자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씨가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팽목항 4 자신과 남편의 고향인 안성시민들이 위로의 말을 전하자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씨가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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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팽목항을 찾은 안성시민들이 실종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팽목항 5 지난 1일 팽목항을 찾은 안성시민들이 실종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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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자 유백형씨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언론에서 나온 보도와 현실은 너무 달라요. 정부는 인양발표만 했지 세부계획도 없어요. 인양 최적기는 4월에서 6월까지인데 정부는 9월부터 하겠대요. 폭풍이 오고 날 추워지고 하면 그 핑계로 또 시간을 끌 거예요. 우리 실종자 가족들은 유가족하고 달리 정부의 눈치를 봐야 돼요. 제발 인양해 달라고 (정부에) 빌고 달래고 해야 돼요. 억울해도,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정부가 (인양하지 않고) 버티면 방법이 없어요."

권오복씨도 안성시민들에게 언론이 왜곡하고 있는 세월호의 진실을 알아 달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요구하는 것은 세월호 인양과 진실규명이 전부이다.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를 인양해 내 동생과 조카를 찾아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고 싶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조속한 인양을 전제로 실종자 수색을 종료했다. 그러나 정부는 인양 대신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팽목항 컨테이너를 강제 철거하려 했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이 눈물로 컨테이너를 지켜냈다. 뭐 하나 거짓이 아닌 게 없다. 제발 진실을 시민들에게 알려 달라."

안성시민 김아무개(47)씨는 "실종자 가족들이 힘겹게 싸우는데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돌아가 진실을 알리고 실종자 가족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풀뿌리공정언론연대 홈페이지와 앱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성, #풀공련, #풀뿌리공정언론연대, #유병욱,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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