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의 최고 히트상품은 바로 한화의 '마약야구'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그러나 마약야구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바로 KT의 '보약야구'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마약야구는 상대팀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보약야구는 모든 상대팀들을 고루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오직 KT 팬들만 제외하고서.

이번주 KT표 보약 체험(?)에 나선 새로운 고객은 한화였다. 어린이날인 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KT는 8-15로 대패했다, 이로써 KT는 올시즌 10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줄곧 빈공에 시달려왔던 KT는 이날 모처럼 타선이 초반부터 터지며 한화 선발 미치 탈보트를 공략하며 무려 8점을 뽑아냈다. 시즌 개막 후 KT가 8점 이상을 얻어낸 경기는 개막전과 5일 경기. 단 두 번뿐이었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KT가 모처럼 연패 사슬을 끊고 시즌 4승째를 신고할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KT는 5회에만 무려 9실점하며 한화에 대역전을 허용했다. 사사구와 피안타를 남발하더니 정근우에게는 시즌 첫 만루홈런까지 선물하며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여기에 고비마다 곁들여진 실책 퍼레이드는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으로 지켜보는 팬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이날 KT는 연패를 끊기 위하여 이날 무려 7명의 투수를 쏟아부으며 총력전을 펼쳤다.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타자 마르테와 이적생 하준호가 맹타를 터뜨렸고, 4번타자 김상현이 홈런포를 날리는 등 타선도 나름 제몫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터지자 이번엔 마운드와 수비가 무너졌다. 왜 KT가 올시즌 프로야구의 공식 '보약'이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알고보면 KT는 '준비된 꼴찌'다. 올시즌 프로야구 1군 데뷔를 앞두고 허약한 선수 구성에도 불구하고 전력 보강에 안일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최근 유망주 박세웅을 포함하는 출혈을 감수하며 롯데와 4대 5 대형트레이드를 단행하는 등, 뒤늦게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트레이드 이후로도 아직까지 연패를 끊지 못하며 좀처럼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KT는 3승 26패라는 치욕적인 성적에 머물며 어느덧 1할대 승률(.103)마저 붕괴될 위험에 놓여있다. 이대로라면 시즌 100패 이상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출범 이래 최악의 승률을 경신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참고로 프로야구 역대 최저 승률은 1982년 삼미가 기록했던 1할 8푼 8리이고, 한 시즌 최다패는 1999년 쌍방울과 2002년 롯데가 각각 기록했던 97패였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승률이 1할대 미만까지 추락했던 사례는, 프로농구에서 98-99시즌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로 당시 6푼 7리(3승 42패)라는 역사에 남을 최저 승률을 기록했다. 어느덧 이제는 KT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승수를 챙기느냐가 올시즌 순위 판도의 결정적 변수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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