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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라는 낱말을 생각해 봤다. '암'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좋은 뜻의 낱말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낱말 몇 개만 예를 들어 보자. 암적인 존재, 암울했던 시절, 암암리에, 뿐만 아니라 등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암'벽이라는 것도 있다. 물론 애호가들은 일부러 암벽등반을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등산을 하다가 암벽을 만나면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만큼 '암'은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내가 병으로 앓고 있는 '암'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한다. 지금이야 의술이 좋아져서 치료율이 많이 높아졌지만, 10여 년 전만해도 암에 걸렸다고 하면 죽을 날을 받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보험회사에서도 암 보험을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암 보험이 생명보험을 대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때가 있었다. 그만큼 암이 만연한다는 것을 대변하기도 한다.

피부에 바르면 암 덩어리가 흘러나온다?

재료 : 두부, 표고버섯, 팽이버섯, 양파, 굴 소스, 녹말물, 녹말가루, 다진마늘, 소금, 후추가루.
만드는 방법 : 두부를 녹말가루에 묻혀서 굽는다. 다른 재료는 살짝 볶아서 위의 양념들로 간을 한다.
▲ 두부 스테이크 재료 : 두부, 표고버섯, 팽이버섯, 양파, 굴 소스, 녹말물, 녹말가루, 다진마늘, 소금, 후추가루. 만드는 방법 : 두부를 녹말가루에 묻혀서 굽는다. 다른 재료는 살짝 볶아서 위의 양념들로 간을 한다.
ⓒ 김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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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는 또 어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력에 좋다면 가리지 않고 먹었는데, 요즘은 '항암' 자만 들어가면 사람이 못 먹는 게 없다. 이들 중에는 전문 지식 없이 '카더라'라는 낭설도 엄청나게 많다.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항암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들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어떤 돌팔이는 고약을 만들어서 암 환부에 붙이면 낫는다며 '썰'을 풀기도 한다. 나에게도 돌팔이가 한 명 접근해 온 적이 있다. 그녀는 내가 들은 척도 안 하자 삼척동자가 들어도 웃을 터무니없는 말을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해댔다.

"이 고약은 내가 18년을 심혈을 기울여서 개발한 것인데, 폐암 말기환자에게 폐암 덩어리가 있는 부위의 바깥쪽 피부에 붙였더니 암 덩어리가 물러져서 몸 밖으로 흘러 나왔어요. 그래서 6개월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걸 봤어요."

이 말을 들은 남편은 밑져봐야 본전이니까 사서 한 번 붙여보잔다. 오만 사람이 다 좋다고 해도 눈도 깜짝 안 할 줄 알았는데, 남편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아, 이래서 사람들이 넘어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때였기에, 무엇이든 해 보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이해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상대로 해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남편을 단념 시키려면 뭔가 '아니다'라는 꼬투리를 잡아내야 했다. 나는 약을 팔려는 여인에게 물어 보았다.

"그래서 그분은 다 나았나요? 완치가 됐다면 그 분을 모셔다가 간증을 하시게 하는 편이 훨씬 믿음이 갈 것 같은데요."
"???"
"그 분을 만나게 해 주세요."
"그 사람은 지금 만날 수가 없어요. 좀 살 만해지니까 그 후로는 약을 가지러 안 오더라고요. 사람들이 그게 문제라니까요. 좀 좋아진다 싶으면 약을 끊는 거, 그게 문제라고요."

그 약장사는 내게 사람과 약을 믿고 사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의심이 많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둥, 그밖에 여러 가지 막말을 했다.

또 한 번은 병원 화장실에서 겪은 일이다. 화장실에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하도 암에 좋다는 게 많아서 무얼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라는 내용의 전화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어떤 젊은 여인이 접근을 했다.

우연히 전화 내용을 들었는데, 자기 언니가 유방암 수술을 했는데 차가버섯을 먹고 나았단다. 자기가 직접 간호를 하며 완치되는 것을 봤다며, 전화번호를 하나 내게 건네줬다. 자기 얘기를 하면 싸게 살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도 그럴듯하게 얘기를 하기에 나도 몰래 솔깃해져서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전화번호까지 받아들고 나는 여인의 꽁무니에 대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 여인이 완전히 화장실을 빠져나가자, 손을 씻고 있던 늙수그레한 아주머니 한 분이 웃으며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내게 말을 걸었다.

"저 여자 또 왔네."
"예?"
"저 여자 병원 돌아다니며 저러고 사람을 후리나 봐요. 지난번에도 이 화장실에서 환자 보호자 붙잡고 얘기하는 거 봤어요. 지난번에는 유방암에 상황버섯이 좋다더니. 에구!"

다른 환자나 가족들도 이런 경우를, 이보다 더한 경우도 당했을 것으로 안다. 다만, 그들은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글로 알릴 곳도 없어서 그냥 실소하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경험한 일들을 풀어놓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혹시라도 다급한 마음에 돌팔이의 속임수에 빠지는 독자를 막아 보려는 노파심이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 약으로도 못 고친다

재료 : 두부, 애호박, 홍피망, 당근, 팽이버섯.
만드는 방법 : 두부를 굽는다. 채소를 살짝 볶아서 양념 간장을 만든다.
구운 두부 위에 볶은 채소를 얹고 그 위에 양념장을 뿌린다.
▲ 두부 카나페 재료 : 두부, 애호박, 홍피망, 당근, 팽이버섯. 만드는 방법 : 두부를 굽는다. 채소를 살짝 볶아서 양념 간장을 만든다. 구운 두부 위에 볶은 채소를 얹고 그 위에 양념장을 뿌린다.
ⓒ 김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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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이라면 다 음식을 가려 먹어야겠지만 특히 암 환자들은 맑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 영양사가 살을 찌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주치의는 성형수술을 하지 말라고 은근히 귀띔해 줬다. 유방을 성형하면, 혹시라도 모를 재발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살찌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한다.

하여, 음식을 먹는 데 애로가 많았다. 특별한 체질을 타고나지 않은 이상 육식을 하면 몸무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난다. 그렇다고 식물성만 먹으면 환자의 기력을 회복하기 쉽지가 않다.

고심 끝에, 수술하고 6개월까지는 익힌 식물성 음식 위주로 먹었다. 날 것은, '인삼 마늘 꿀 절임'뿐이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과일 중에는 포도를 많이 먹었다. 포도 외에 다른 과일을 먹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포도는 좋다고 해서 먹은 게 아니라 속에서, 입에서 당겨서 먹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포도가 암 환자에게 좋은 과일이라고 했다.

생선류는 항암치료를 할 때 추어탕과 북어 정도를 먹었고, 항암치료가 끝난 뒤에는 채식을 했다. 1년이 지나서야 다시 생선을 먹기 시작했는데, 모두 익힌 것만 먹었다. 그 중에서도 단백질이 많은 생선을 찾아서 선별적으로 먹었다. 선별적으로 음식을 먹다 보니 음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의사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고 음식을 가려 먹은 덕에 수술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갑상샘암은 완치가 되어 약을 끊었다. 유방암은 덧나지 않고 추적치료 중에 있다.

그렇게 잘 참고 식이 요법을 계속했으면 좋았으련만 사람이 미련하다. 1년 반이 지나자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 아니, 그동안 못 먹었던 육식과 갑각류를 골라 먹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마음대로 먹으니 사는 것 같고 행복했다. 덕분에 9개월 만에 몸무게가 8kg이나 늘었다. 안 그래도 식탐이 있었는데 억제했던 식욕이 풀리니 걷잡을 수가 없었다.

이제 슬슬 다시 식단 조절을 해야겠다. 몸이 자꾸 부어서 얼마 전에 신장 내과에 가서 검사를 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심장이 위험 수준 바로 밑에까지 와 있었다. 과다한 단백질 공급으로 콩팥에도 무리가 왔다고 했다. 식단을 조절해서 먹을 때는, 유방암 약의 부작용 증세로 약간의 부기는 있었으나 신장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저것 함부로 먹는 바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장이 감당하기에 힘겨웠다고 했다. 신장 전문의가 약 처방을 해 줬으나, 간곡하게 사정을 해서 한 달 동안 식단 조절을 해 보고 한 달 후에 다시 검사를 하기로 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생각해 보니 가족들과 유방암, 갑상샘암을 수술한 선생님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노심초사하며 병간호를 해 준 가족들에게 지금이라도 관리를 잘하면 될 거라며 위로를 해 줬지만, 나 스스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들께는, 애써서 수술 잘 해 놓으니 관리를 잘 못해서 몸을 망가뜨린 꼴이 되어 버렸으니, 모두에게 면목 없는 노릇이다.

이제부터라도 수술 초기에 먹었던 식단으로 돌아가야겠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땅이 주는 음식에 땅이 주는 기운을 받으며 땅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위의 음식들은 남편이 상경할 때마다 틈틈이 해 준 항암 식단이다. 이 음식들은 항암에 좋다는 음식 책을 사서 재료를 가감하여 임의대로 만든 것이다. 각자 식성에 맞고 상태에 따라 달라야겠지만 혹여 도움이 될까하여 몇 가지 소개한다.

재료 : 마늘, 수삼, 꿀
만드는 방법 : 수삼을 깨끗이 씻고, 깐마늘과 함께 깨끗하고 물기 없는 항아리에 담아서 2~3일 절인 후 먹는다.
▲ 마늘 인삼 꿀 절임 재료 : 마늘, 수삼, 꿀 만드는 방법 : 수삼을 깨끗이 씻고, 깐마늘과 함께 깨끗하고 물기 없는 항아리에 담아서 2~3일 절인 후 먹는다.
ⓒ 김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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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마늘, 전복, 스파게티 면, 올리브유, 건파슬리, 소금, 후추,
만드는 방법 : 전복은 살을 발라서 적당한 크기로 썬다. 마늘은 편 썰기 한다.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뒤 전복, 스파게티 면 순으로 넣어 볶아서 소금 간을 하여 그릇에 담고 파슬리를 뿌린다.
▲ 마늘 전복 스파게티 재료 : 마늘, 전복, 스파게티 면, 올리브유, 건파슬리, 소금, 후추, 만드는 방법 : 전복은 살을 발라서 적당한 크기로 썬다. 마늘은 편 썰기 한다.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뒤 전복, 스파게티 면 순으로 넣어 볶아서 소금 간을 하여 그릇에 담고 파슬리를 뿌린다.
ⓒ 김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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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두릅, 엄나무 순, 머위
만드는 방법 : 두릅과 엄나무 순은 끓는 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고. 머위는 끓는 물에 데친 뒤 된장에 갖은 양념을 하여 무쳐서 먹는다
▲ 나물 재료 : 두릅, 엄나무 순, 머위 만드는 방법 : 두릅과 엄나무 순은 끓는 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고. 머위는 끓는 물에 데친 뒤 된장에 갖은 양념을 하여 무쳐서 먹는다
ⓒ 김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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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지금까지 김경내의 <나의 암 극복기>를 읽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태그:#돌팔이, #감언이설, #비만, #땅이 주는 혜택, #항암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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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시원한 청량제,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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