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감독의 선수 교체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이로써 K리그 클래식 네 팀 모두가 16강에 올라갈 확률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몰리나는 이바라키 극장 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한국)이 5일 오후 8시 일본 이바라키에 있는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6라운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원정 경기에서 짜릿한 3-2 펠레 스코어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라 F조 1위가 유력한 성남 FC와 홈앤(&)어웨이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세트 피스 두 개, 판도 바꾸다

같은 시각 중국 광저우에 있는 티엔허 스포츠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경기 결과에 따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FC 서울은 경기 시작 후 8분 만에 먼저 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수비수들의 커버 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카사키 슈헤이에게 오른발 중거리슛을 너무 쉽게 허용한 것이다.

게다가 광저우 경기에서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의 선취골이 33분에 나왔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렇게 되면 디펜딩 챔피언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가 극적으로 16강에 오르는 형국이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던 FC 서울은 세트 피스 준비를 알차게 해 온 덕분에 뒤집기에 성공했다. 36분에 고명진이 왼발로 올린 오른쪽 코너킥을 수비수 이웅희가 이마로 내려찍어 1-1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내친김에 FC 서울은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후반전 시작 후 6분 만에 또 하나의 세트 피스를 멋지게 완성시켰다. 역시 오른쪽 코너킥이었는데 공격형 미드필더 윤일록이 짧게 이어받은 공을 훌륭하게 감아차 마스크를 쓰고 뛰고 있는 수비수 오스마르의 헤더 역전골을 도왔다.

여기까지만 해도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은 가시마 앤틀러스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기에 전체적인 라인을 앞으로 끌어올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78분에 동점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FC 서울 골문 앞에서 튀어오른 공을 향해 주장 완장을 찬 젊은 미드필더 시바사키 가쿠가 오른발 발리슛을 성공시켰다.

몰리나의 왼발, 펠레 스코어 극장 골

이 경기가 2-2로 그냥 끝난다면 두 팀 모두 헛심을 쓴 꼴이 되어가고 있었다. 광저우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경기가 여전히 원정 팀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에게 기울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한 골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FC 서울은 87분에 고명진의 기막힌 찔러주기를 받은 고요한이 침착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가시마 골키퍼 소가하타 히토시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잡아냈다. 그로부터 2분 뒤에도 '몰리나-차두리-김현성'으로 이어지는 역습이 날카롭게 이어졌지만 김현성의 마지막 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굴러가고 말았다.

이대로 두 팀이 동반 탈락하는 경기 흐름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에 믿기 힘든 극장 골이 터져나왔다. 주인공은 75분에 윤일록 대신 들어온 콜롬비아 출신 왼발 특급 몰리나였다. 가시마 앤틀러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려진 틈을 타 끝까지 공을 따라 뛴 몰리나는 180도에 가까운 왼발 돌려차기로 가시마 골문을 흔들었다. 골키퍼 소가하타 히토시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몰리나의 왼발을 떠난 공은 왼쪽 기둥을 스치며 짜릿하게 빨려들어갔다.

'이바라키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FC 서울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나란히 16강에 올라 F조 1위가 유력한 성남 FC와 16강 홈&어웨이 맞대결(5월 20일, 27일)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FC 서울의 극적인 16강 진출 덕분에 K리그 클래식 네 팀 모두가 16강에 오르는 역사를 또 한 번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성남 FC와 수원 블루윙즈가 16강 티켓을 손에 쥐었고, 남아있는 E조의 전북 현대(2위 8점)가 6일 오후 7시 30분에 승점 1점 차이로 3위 자리에 있는 샨둥 루넝(7점)을 전주성으로 불러들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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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H조 6라운드 결과(5일 오후 8시,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 이바라키)

★ 가시마 앤틀러스 2-3 FC 서울 [득점 : 아카사키 슈헤이(8분), 시바사키 가쿠(78분) / 이웅희(36분,도움-고명진), 오스마르(51분,도움-윤일록), 몰리나(90+1분)]

◎ FC 서울 선수들
FW : 김현성
AMF : 윤일록(75분↔몰리나), 고명진, 고요한
DMF : 박용우(67분↔이상협), 고광민
DF : 오스마르, 김남춘(86분↔에벨톤), 이웅희, 차두리
GK : 유상훈

★ 광저우 에버그란데 0-2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

◇ H조 최종 순위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10점 3승 1무 2패 9득점 9실점 0 ***** 16강 진출
FC 서울(한국) 9점 2승 3무 1패 5득점 4실점 +1 ***** 16강 진출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 8점 2승 2무 2패 9득점 7실점 +2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6점 2승 4패 10득점 13실점 -3

◇ 16강 대진표(5월 20일, 27일)
광저우 에버그란데 - F조 2위(감바 오사카 or 부리람 유나이티드)
F조 1위(성남 FC 유력) - FC 서울
축구 챔피언스리그 FC 서울 K리그 클래식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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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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