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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IS(Islamic state, '이슬람 국가'라는 의미)라는 이름은 한국에선 낯설고도 쉽게 와닿지 않는 단어였다. 해당 집단의 주요 활동지가 지구 반대편의 어디라는 것만 뉴스에서 짧고 막연하게 접할 뿐이었다. 그러나 2015년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한국 청소년 '김군'이 IS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군은 SNS로 접촉하던 인물을 통해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시리아 인근에서 억류된 일본인 두 명이 IS에 의해 참수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IS는 이제 더 이상 특정 지역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IS가 국경을 넘어 그 영향력을 넓히려 하면서, IS를 분석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국내에서 발간된 <알라의 사생아 IS>도 이와 같은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실제 조직원 인터뷰로 들여다본 IS

<알라의 사생아 IS> 표지사진.
 <알라의 사생아 IS> 표지사진.
ⓒ 영림카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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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각 <나우 레바논(NOW LEBANON)>과 <내셔널(NATIONAL)>에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마이클 와이스와 하산 하산의 글을 담았다. 두 사람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이 주로 만난 인물들은 전현직 미군 장성과 장교, 외교관과 언론인들이다. 더불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반란군과 IS에 실제 가담한 조직원들도 직접 취재했다.

"당신이 IS에 속한 성직자나 외국인을 만나서 두 시간 동안 함께 대화를 나눈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설득당할 겁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사람을 이해시키는 이상한 힘이 있습니다. 그들이 한 구역을 장악하면 강제로 종교를 강요합니다. 좋든 싫든 간에 기도를 해야 됩니다. 우린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한 의무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바로 지하드. 그들은 지하드에 빛을 비춥니다. 그들에 관한 영상을 볼 때마다, 당신의 마음이 지하드를 향해 끌어당겨지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 겁니다." (본문 221쪽 중에서)

2014년 10월부터 IS에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미디어 활동가 '모탄나 압둘사타르'의 증언이다. IS와 적대적인 자유시리아군(FSA)을 위해 활동하다가 납치된 그는 당시 살해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취조실에 들어온 IS성직자가 그를 향해 온화한 말투로 대화를 시작했고, 결국 스스로 IS를 위해 일하겠다고 전향했다.

이처럼 IS가 사람들을 포섭하는 많은 방식을 책에서 엿볼 수 있다. 본문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 재건'을 읊으며 종교적 차원의 설득을 이용하고, 종교적 배경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에는 극단주의와 폭력을 맛보게 함으로써 세뇌시키기도 한다. 때로 테러를 반대하던 사람마저도 IS로 넘어가는데, 삶의 터전이 망가진 이라크(혹은 시리아) 거주민에게 '미국에 대한 환멸'을 부추기는 방법도 있다. 또한 성노예를 나눠주거나, 돈으로 매수하는 방식도 빠지지 않는다.

쿠르드애국동맹 모술 경비대장인 사디 아흐메드 피레에 따르면, 모술의 실업률은 75%를 맴돌았다. 주민들은 겨우 50달러를 받고 테러를 수행하는 데에 고용되었다. 이전 전투에서 이라크 경찰과 군대가 사라지면, 반란군이 그들이 쓰던 시설에 거의 아무런 저항없이 들이닥치거나 방화했다. (본문 68쪽 중에서)

10년 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시기부터 쓰인 반란군의 수법이 오늘날 재현되고 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빈곤이 이라크 국민들을 괴롭힐수록, 테러에 가담하는 일이 빈번해진다는 뜻이다. 본문은 이런 상황이 절망에 빠진 사람들로 하여금 이념적으로 IS의 유혹에 더 쉽게 빠져드는 배경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알 카에다부터 IS로, 이어지는 테러집단의 역사

책은 빈 라덴의 악명이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테러 집단의 역사를 풀어낸다. '이라크 알 카에다'의 이름으로 활동하던 알 자르카위부터 2006년 창설된 ISI의 알 바그다디, 현재의 IS까지 핵심인물이 겹치고 승계되면서 연결된다. <알라의 사생아 IS>는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따라서 지하디스트 테러집단의 변천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각 단체의 고위 지도부가 과거 이라크 바트당 소속이었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지적한다. ISI부터 현 IS 엘리트 보직까지 대다수가 사담 후세인의 추종자라는 것이다. 바트당 잔존세력이 자금을 확보하고 지휘하는 통치집단이라는 내용이다.

지도자를 바꿔가면서 변화하는 테러단체의 흐름을 언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현지의 파벌 싸움도 드러난다. 책은 자세한 설명을 위해 이슬람 내부에서 서로 적대적인 시아파와 수니파의 구도를 언급한다. 저자에 따르면 IS는 시아파를 증오하고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세력 학살을 일삼는다. IS가 도시 길목에 검문소를 만들어서, 운전자나 탑승자가 시아파로 밝혀지면 총살하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이슬람 국가를 두고 "부패한 정부와 테러리스트들의 상호 기생"으로 묘사한다. IS가 송유관을 장악해서 주변국 정부에 되파는 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 종교전쟁을 위해 테러와 학살을 저지르는 데도 각국 정부들이 이를 묵인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IS가 '인접한' 적과 타협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생존법을 파악할 수 있다. 이라크 특정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싸우던 부족 간 중재자로 나서면서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이 IS를 매력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에 서방국가의 선정적인 언론이 크게 기여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탁피리와 결혼한 중산층 출신의 예쁜 오스트리아 소녀나, 그녀와 비슷한 시도를 했으나 시리아에 도착하기 전에 붙잡힌 소녀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중략) 대중은 IS의 사이코패스 같은 모습에 마음을 뺏겼다. 특히 그들을 '자신과 같다'고 동일시한 사람들이 서구에서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지하드주의로 빠져드는 것이다. (본문 187쪽 중에서)

IS는 조직원 모집을 위해 유튜브에 선전영상을 올리거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젊은이들을 공략한다. 중동 민주화 운동에서 사용되던 스마트폰 앱이 IS대원 모집을 위한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IS가 정당성을 얻고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이슬람 종말론과 극우적 메시지를 자주 끌어들인다고도 책은 지적한다.

IS를 바라보는 디테일한 시각

IS가 모술을 함락하기 5개월 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주간지 <뉴요커>의 편집장인 데이비드 렘닉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두고 '삼류 조직'이라고 치부하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런데 바로 그 '삼류 조직'이 일을 저질렀다. 그들은 현대 국가인 시리아와 이라크 사이에 지난 100년 가까이 존재했던 국경선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그들은 두 국가의 국경선을 허물어버림으로써 자신들이 중동 지역의 지도를 제1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되돌려놨다는 의미에서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프랑스-영국의 식민지 영토협정의 종식을 선언했다. (중략) 무슬림들이 막강해지면, 암묵적으로 내정된 칼리프 즉,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스페인을 넘어 로마까지도 다시 점령하겠다는 계획이다. (본문 11쪽 중에서)

<알라의 사생아 IS>의 저자는 IS가 조잡한 군사집단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테러조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비록 그 실체는 허술한 부분이 많지만, 수십 년간 국제 암시장에서 무기 밀매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전투력이 뛰어나며 선전전에 강한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이라는 것이다. 본문에서 사담 후세인과 알 자르카위의 후예인 IS를 바라보는 시각은 디테일하고도 입체적이다. 비록 IS가 베일에 가려진 듯한 집단이지만, 발로 뛴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와 생생한 인터뷰로 재조명한 결과일 것이다.

IS의 역사와 전략을 상세히 적은 <알라의 사생아 IS>는 '잔인한 테러단체'로 뭉뚱그려진 집단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책이다. '이슬람 국가의 재건'을 약속한 IS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재, 환상과는 달리 처참한 일상을 살아가는 IS대원의 현실을 폭로한 것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크다.

점차 영토와 영향력을 넓혀가는 IS를 두고, 저자는 "이 공포의 군대는 영원히 우리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암울한 예상을 내놓았다. 미국과 아랍권 정부가 IS를 향해 달라진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 희생자가 계속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납치와 참수, 테러를 저지르는 IS의 광기와 극단주의가 퍼져나가는 것을 어찌 대처해야할지, 보다 진지한 물음과 해답이 절실한 시기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알라의 사생아 IS>(마이클 와이스·하산 하산 씀/ 김정우·이예라·박지민 옮김/ 영림카디널/ 2015.4.15/ 1만7000원)



알라의 사생아 IS

마이클 와이스 외 지음, 이예라 외 옮김, 영림카디널(2015)


태그:#알라의 사생아 IS, #이슬람 국가, #테러단체, #이라크,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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