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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4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4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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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사태 후유증이 경남기업 특혜대출로 드러난 겁니다"

한 금융권 인사의 말이다. 최근 경남기업 특혜대출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신한은행. 그 배경에 신한 사태와 불법계좌조회사건까지 뒤얽혀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신한 사태란 2010년 9월 2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당시 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며 촉발된 갈등을 말한다. 당시 라응찬 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운영 및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던 때였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현장조사에 나서자마자 신한은행은 신 전 사장에 대한 유례없는 고소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금융당국의 칼끝을 흐리려는 계획된 고소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정작 신 전 사장은 2013년 12월 항소심에서 대부분 혐의가 무죄로 인정됐다.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건 2009년부터 시작된 2차 워크아웃부터다.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라 전 회장과의 유착관계로 특혜성 대출이 가능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2009년 5월과 지난해 2월 경남기업과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하고 주채권은행으로서 자금을 지원해 왔다.

지난 3월 <한겨레>에 따르면, 이상득 전 의원은 경남기업이 2차 워크아웃 대상으로 거론되던 2008년 9월께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에게 "경남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한금융지주는 라응찬 회장 체제였고, 경남기업 최고경영자는 성완종 회장(후에 국회의원)이었다. 라 전 회장과 성 전 회장 모두 이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라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는 신한은행 사태 재판 당시 신한은행 비서실장과 신 전 사장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지만,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남기업은 다른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것과 달리 2차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 5개월 만인 2013년 10월 신한은행으로부터 3차 워크아웃 승인을 따내기도 했다.

참여연대 "라응찬-이백순 측근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재직"

신한은행의 전 고위 임원은 "경남기업에 추가대출을 해주라고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지만 해당 지점장이 거부하기도 했다"며 "그만큼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이 위험해 보였다는 건데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한사태로 금융당국, 정치권으로부터 수세에 몰리다 보니 신한은행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해왔던 것"이라며 "불법 행위를 또 다른 불법 행위로 막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라 전 회장의 측근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을 주도하면서 경남기업의 사외이사로 간 사실도 석연치 않다. 신한은행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을 주도하면서 이영배 전 기업여신관리부장, 김덕기 전 충남영업본부장 등 은행 퇴직 인사들을 경남기업의 사외이사로 보냈다. 금융권에서 채권은행 출신 임직원이 워크아웃 기업의 사외이사로 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영배 전 부장은 명예퇴직 후 경남기업에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라며 "그는 신 전 사장에 대한 배임죄 고소를 기획하고 고소 대리행위까지 한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최측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권 부장 출신 이력으로 어떻게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었는지 의문"이라며 "실제로 이 전 부장이 사외이사 선출을 전후해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불법계좌조회 제재 계속 미뤄..."조만간 제재절차 진행할 예정"

이와 함께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과 관련된 조직적·불법적인 계좌 조회와 추적을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참여연대는 '2010년 신한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문건'등을 공개하고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측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계좌조사반', '계좌추적팀'을 만들어 조직적, 불법적으로 계좌 조회 및 추적을 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문건 분석을 통해 신한은행 비상대책위원회가 신 전 사장 기획고소 증거를 사전·사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신 전 사장 가족과 지인들, 가까운 재일동포 주주, 은행 내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직원과 그 가족 등 고객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했다고 밝혔다. 또 '계좌추적팀'을 만들어 계좌 조사 및 추적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참여연대의 문건 공개 이후, 금융감독원은 애초 올해 초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핵심 간부들까지 은행 측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감사원 결과로 드러나면서, 신한 사태 제재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불법계좌조회 등 신한 사태와 경남기업 사태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최근까지 불법계좌조회 마무리 조사 작업을 했고 곧 제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성완종, #신한은행, #경남기업, #신한사태, #불법계좌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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