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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주꾸미라지요. 쌀밥처럼 알이 통통한 주꾸미 대가리입니다. 만남도 요거 하나면 상황 끝이지요.
 봄 주꾸미라지요. 쌀밥처럼 알이 통통한 주꾸미 대가리입니다. 만남도 요거 하나면 상황 끝이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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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음식.

어떤 사람은 미리 약속 잡고 만나더군요. 저는 그때 상황 따라 보고 싶은 사람 만납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바로 만나야 제 맛이니까. 특히 친한 친구나 지인 보는데 약속 날까지 잡고 만나는 건 영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각자 취향이지요. 아무튼 이런 만남을 돋보이게 하는 건 맛난 음식입니다.

"성님, 오늘 봅시다!"
"그래 마음 놓고 한 번 보자. 어디서 볼까?"

아니라도 할 수 없지요. 선약 아닌 터라 기대치 않았던 횡재였습니다. 어디가 적당할까? 둘 다 선술집 분위기를 선호합니다. 그런 만큼 어디를 골라도 무리 없습니다. 다만, 늘 배려했던 것처럼 또 배려하면 됩니다.

"막걸리 공장 사장 만나는데 막걸리 집에서 봐야지 어디서 봐요."
"오늘은 내가 그리 갈게. 택시 타고 어디로 갈까?"

고맙지요. 은연 중에 배려하니, 인자하신 지인도 배려합니다. 서로 죽이 맞는 게지요.

샤브샤브 천국 여수, 주꾸미 샤브샤브 먹어봤을까?

여수세계박람회 공식 막걸리로, 정이 가득한 '여수 막걸리'입니다. 여기에는 한 장인의 노력이 들어 있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공식 막걸리로, 정이 가득한 '여수 막걸리'입니다. 여기에는 한 장인의 노력이 들어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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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주꾸미, 황금 연휴를 맞아 수족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봄 주꾸미, 황금 연휴를 맞아 수족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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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소호동 '희야네'로 오세요."
"안주는 뭐 먹게?"
"봄 주꾸미라는데 주꾸미 먹게요."
"좋지. 금방 갈 테니 안주 시켜 놓고 기다려."

지난 1일, '희야네'에 갔습니다. 이곳은 제가 꼽는 여수 맛집 중 하나입니다. 홀과 칸막이가 있고, 안주도 계절 안주라 신선도가 으뜸입니다. 마침, 차에서 여수 막걸리를 내리고 있더군요. 수족관에는 주꾸미, 낙지 등이 놀고 있었습니다. 술 마시기엔 조금 이른 술시. 그런데도 손님이 한 테이블 앉았더군요.

"물 좋은 안주는 뭐가 있죠?"
"주꾸미도 좋고, 낚지도 좋아요."
"그러~엄, 주꾸미로 주세요."
"구이로 드릴까요, 데쳐 잘라 드릴까요, 즉석 샤브샤브로 드릴까요?"

요기서 망설였습니다. 글쎄 뭘 먹지? 여수는 샤브샤브(데침회) 천국입니다. 겨울에는 새조개 샤브샤브. 여름에는 하모(장어) 샤브샤브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여수에서도 주꾸미 샤브샤브는 흔치 않습니다. 지인이 이걸 먹어 봤을까? 봄이 제철인 주꾸미 샤브샤브로 주문했습니다. 임용택, 조화선 부부가 도착했습니다.

초장에 빠진 주꾸미 맛이요? 그건 이미 상황 끝!

주꾸미 샤브샤브, 주꾸미 자르는 것만 봐도 흐뭇한 웃음이 맺혔습니다.
 주꾸미 샤브샤브, 주꾸미 자르는 것만 봐도 흐뭇한 웃음이 맺혔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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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샤브샤브, 맛이요? 쥑이지요!
 주꾸미 샤브샤브, 맛이요? 쥑이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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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시켰어?"
"주꾸미 샤브샤브. 괜찮지요?"
"주꾸미 샤브샤브는 처음이네. 새로운 걸로 아주 잘 시켰어."

지인도 처음이었습니다. 밑반찬으로 단호박, 메추리알, 마늘 장아찌, 김무침, 어묵 볶음, 갓 국물김치, 낙지 호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여수 막걸리 두 통과 주전자가 대령했습니다. 막걸리를 따랐습니다. 목이 말랐을까? 술이 고팠을까? 꿀꺽꿀꺽 단숨에 마셨습니다. 시원한 막걸리가 목줄기를 타고 위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흐뭇한 표정이 절로 지어졌습니다. 맛 좋다 이거죠.

주 메뉴인 '주꾸미 샤브샤브'가 왔습니다. 뚝배기 그릇에 양파, 다시마, 대추, 바지락, 단호박, 무, 달걀 등이 육수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이어 고추, 마늘, 부추, 버섯, 초장, 양념장 등이 놓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족관에서 잡은 주꾸미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그릇에 담긴 주꾸미 도망가느라 여념 없었습니다. 도망가는 주꾸미 잡느라 신경 쓰이데요.

주꾸미 샤브샤브 국물이 지글지글 끓었습니다. 주인장,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주꾸미를 집어넣었습니다. 주꾸미가 익자 가위로 잘랐습니다. 주꾸미 자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에는 이미 침이 흥건하게 고였습니다. 덤으로 "야~ 맛있겠다!"라는 흐뭇한 웃음이 맺혔습니다. 주꾸미 샤브샤브, 눈으로 먹는 맛도 기가 막혔습니다.

주꾸미 다리 하나 들어 초장에 풍덩 빠졌습니다. 초장에 빠진 주꾸미를 건져 앞접시에 놓았습니다. 맛이요? 만나는 사람이 좋으면 그건 이미 상황 끝! 주꾸미에 이어 국물까지 쭉 들이켰습니다. 몇 차례 폭풍 흡입 후 한가롭게 자리만 차지하던 막걸리에게도 눈길을 돌렸지요. 막걸리 한 잔 들어가니, 세상사가 모두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아쉬웠을 일상 속의 사랑 놀음에 대한 보상, '주꾸미'

주꾸미 대가리, 요게 진짜지요!
 주꾸미 대가리, 요게 진짜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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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주꾸미 대가리는 엄청난 유혹입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주꾸미 대가리는 엄청난 유혹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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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살살 불러오는데도 눈길을 잡아끄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알이 오동통하게 꽉 찬 '주꾸미 대가리'였습니다. 주인장이 가위로 대가리를 잘랐습니다. 그 틈으로 밥알처럼 터져 나오는 탱글탱글한 주꾸미 알. "아~" 탄성과 함께 입맛을 빼앗겼습니다. 푸짐한 주꾸미 대가리를 한 입 입에 넣었습니다. 입안에서 터지는 주꾸미 알 씹히는 소리에 온몸이 짜릿했습니다.

"당신, 한 입 먹어 봐!"
"어머, 당신이 웬일?"

지인, 주꾸미 맛에 푹 빠진 상태에서도 아내에게 눈길을 주더군요. 얼굴에 쑥스러운 미소 가득한데도 못 이긴 척 먹여주고 받아먹는 지인 부부. 예전 같으면 상상 안 될 광경. 당근, 웃음 천지였지요. 여기에서 막걸리처럼 농익은 중년 부부의 알싸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사랑, 아주 끈끈한 이 죽일 놈의 사랑이었습니다. 혼자 지켜보기가 아까워 카메라를 치켜들었습니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급해요. 천천히 좀 하세요."

몇 차례 연출 했습니다. 사실, 연출 없이 첫 번째 찍은 사진이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백제의 미소처럼 은은한 웃음이 가득한 지인 부부의 사랑 놀음에 빠져 계속이고 그 광경을 보고 싶었습니다. 왜냐? 그들 부부 돌아가며 아팠습니다. 하여, 서로의 건강 돌보며 챙기느라 아쉬웠을 일상 속의 사랑 놀음에 대한 보상 차원이었습니다.

사랑, 애처로울 때 더 진하나 봅니다. 사랑합니다!

남편이 먹여주는 주꾸미 대가리를 받아먹는 지인 아내, 주꾸미를 삼키며 함박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런 게 행복이랍니다.
 남편이 먹여주는 주꾸미 대가리를 받아먹는 지인 아내, 주꾸미를 삼키며 함박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런 게 행복이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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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주꾸미, #주꾸미 샤브샤브, #여수맛집, #여수막걸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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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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