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아영>의 한 장면

영화 <위아영>의 한 장면 ⓒ (주)드림웨스트 픽쳐스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쉬와 다큐멘터리 제작자 코넬리아는 아이가 없는 40대 부부입니다. 부부는 권태롭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미와 다비라는 20대 중반 부부와의 만남을 계기로 그들의 삶은 이전과는 달라지게 됩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위아영>은 마음이 덜 자란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전작 <프란시스 하>에서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위아영>에서는 4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꿈과 열정을 가득했던 20대 시절에 머물고 싶어 하는 중년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철이 덜 든 어른'은 노아 바움백이 최근 몇 년간 가장 관심을 두는 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제이미라는 인물을 주목할 만합니다. 제이미는 여러 면에서 조쉬와 반대의 지점에 선 인물입니다. 이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에게는 성공에 대한 야심과 그에 걸맞은 재능도 있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인맥도 능숙하게 구축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 영악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 주변 인물들을 이용하기를 서슴지 않는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욕망을 여유롭고 한가로운 20대 힙스터 청년이라는 겉포장에 매끄럽게 숨길 줄도 압니다.

반면 조쉬는 육체의 쇠락이 시작된 40대 중년이며 작품 활동도 지지부진합니다.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거장 장인과의 관계에서도 알량한 자존심만 내세우기 일쑤입니다. 무엇보다도 작품 활동에서나 부부관계에서나 원하는 바에 대해 솔직하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영화의 코미디가 발생합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다리가 찢어지는 상황이 연이어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쉬, 코넬리아 부부가 제이미, 다비 부부에게 영향을 받는 일련의 장면은 완벽한 블랙코미디입니다. 노아 바움백이 제2의 우디 앨런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조쉬에게 제이미라는 존재는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모든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신체의 한계뿐만이 아니라 예술의 방식에 대한 결정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벤 스틸러와 나오미 왓츠는 중년의 위기에 빠진 부부를 실감나게 연기합니다. 나오미 왓츠는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연기도 마다치 않습니다. 코넬리아가 다비를 따라간 연습장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아담 드라이버는 영리하면서도 능청스럽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제이미를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합니다. 영악한 모습이 얄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면모까지 말입니다. 모든 배우가 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조쉬, 코넬리아 부부가 겪는, 관점에 따라서는 현실과의 타협이라고도 볼 수 있고 의미 있는 성숙이라고도 볼 수 있는 내적인 변화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사려 깊게 그려냅니다. <위아영>을 통해 우리는 노아 바움백이 영화 감독으로서 원숙해져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제2의 우디 앨런이 아닌 제2의 노아 바움백이 등장할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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