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아쉬움속에 두 번째 국제무대를 마쳤다. 한국 대표팀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JS컵 프랑스와 최종전서 0-1로 패했다. 1차전에서 우루과이에 1-0 승리, 2차전에서는 벨기에와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한국은 1승 1무 1패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친선 대회라고는 하지만 두 번이나 무득점에 그치는 등 전체적으로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한 아쉬운 성적이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대회 내내 팀성적보다 몇몇 선수들의 활약에 더 관심이 쏠렸다. '바르셀로나 듀오'로 불리우는 이승우와 백승호의 활약은 안익수호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 최고의 명문클럽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 후베닐 A에서 나란히 뛰고있는 이승우와 백승호는 현지에서도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며 국내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이름값과 인지도 면에서 단연 안익수호에서 또래 선수들보다 월등히 높을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기량을 가까이서 확인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국내 팬들로서도 이번 대회에서 두 선수의 활약을 보고싶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승우-백승호와, 안익수호의 결합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소속팀에서 자주 경기를 뛰지못하다 보니 체력과 경기감각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FIFA가 지난해 10월 바르셀로나에 외국인 미성년자 선수를 부모의 동행 없이 영입한 것은 규정을 어긴것이라며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부진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대표팀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이승우와 백승호의 부진이 안익수 감독의 선수기용과 용병술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안익수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를 스트라이커, 백승호는 2선 공격수로 활용했다. 1~2차전에서는 이승우를 선발로 세우고 백승호를 후반 교체투입하는 패턴을 구사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2차전에서 불과 종료 2분을 남겨두고 백승호를 교체투입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마지막 3차전에서는 이승우와 백승호를 나란히 선발로 출전시켰으나 전반이 끝나고 함께 교체시켰다.

많은 팬들은 안익수 감독이 두 선수에게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데 의문을 표시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두 선수의 활용법과 안익수 감독의 전술운용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라인을 아래로 내리고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안익수호는 실점은 적었지만 그만큼 득점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려 공격수들이 전방에 고립되는 경우가 잦았고, 실점 이후 공세로 전환해야 할때도 공격루트가 단조로웠다.

이승우가 전방에서 체격조건이 좋은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되는데도 그를 활용한 공격패턴이 부족했던 점,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백승호를 공격수로 기용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목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점유율을 중시하는 축구에 익숙해져있던 이승우와 백승호가 전혀 다른 안익수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익수 감독의 해명도 나름의 설득력은 있다. 첫 번째는 두 선수가 훈련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시간을 기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최대한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부득이했다는 것이다. 안익수 감독은 팀워크와 조직력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한국식 마인드'를 지닌 지도자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승우와 백승호 역시 팀의 일원'이라는 원칙에서 예외를 둘 수는 없었다.

안익수 감독의 이승우-백승호 활용법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만 두 선수에 대한 관심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확대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승우-백승호가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익수 감독이 '인맥'에 치우쳐 두 선수를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부터, 몇몇 팀동료는 아예 고의적으로 이승우에게 패스를 하지않았다는 음모론까지 나온 것은 너무 나간 감이 있다. 이승우-백승호가 팀의 '아이돌'이 될수는 있어도, 청소년대표팀이 이승우-백승호의 팀은 아니다.

이번 대회만으로 이승우와 백승호의 능력을 모두 평가하기는 이르다. 분명한 것은 두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팀에 섞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번 대회처럼 조직력을 중시하는 대표팀에서 한 두명의 특정 선수에게 지나치게 쏠리는 관심은 오히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선수들이나 팀 전체의 분위기에 있어서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승우는 이슈메이커답게 이번 대회에서 명과 암이 유난히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어도 이승우의 개인기량과 성장 잠재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볼터치나 패스의 간결함, 드리블 등에서 이승우는 확실히 또래 선수들보다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오랫동안 해외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탓인지,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은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다. 대회 초반 자신에게 패스가 오지않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벤치의 교체 지시에 불만을 드러내는 장면들은 확실히 다른 선수들과는 달랐다.

승부욕이나 개성의 차이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가 뛰고 있는 무대는 스페인이 아니라 한국대표팀이었고, 대표팀의 문화와 감독의 철학을 존중하는 것도 선수의 의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물론, 안익수호도 아직 전체적으로 더 성장해야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시행착오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팬들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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