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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휙 달려드는데, 조금만 늦게 손을 뺏어도 물렸을 거야."

시골 노인 S씨는 지난 해 봄 마늘 밭을 손보다가 살모사에 물릴 뻔 한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섬뜩하다. 농사에 이골이 났지만, 마늘 밭 고랑에서 독사를 만난 건 난생처음이었다. 최근 들어 수은주가 치솟으며, 들이나 산에서 뱀을 목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농사든 등산이든 야외 활동 때 맨손으로 수풀을 헤치거나 뒤적이는 건 금물이다. 뱀에 물릴 수 있는 탓이다.

숲이나 풀 속 등 햇빛이 잘 투과하지 않는 어두침침한 곳에서도 독사는 먹잇감의 존재를 기막히게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적외선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적외선은 '빨주노초파남보'의 가시광선 밖, 즉 파장을 기준으로 할 때, 빨간색의 바깥 쪽에 위치한다 해서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

첩보 영화 등을 보면, 한밤중에도 야간 투시경을 이용해 상대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빛이 없는 오밤중에 사람 등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인체에서 나오는 열, 즉 적외선 파장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살모사가 한밤중에 쥐나 작은 곤충들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 또한 눈과 코 사이에 있는 '천연 적외선 감지기' 덕분이다.

요즘처럼 햇빛이 강렬해지는 시기가 되면 이른바 '자외선'에 대한 얘기가 언론매체 등을 통해 자주 전파된다. 보라색, 즉 자색의 바깥 쪽에 위치해 자외선이라 불리는 이 전자기파는 적외선과 달리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인위적으로 자외선을 만들어 살균 등을 할 수도 있지만, 햇빛에서 쏟아지는 자외선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피부 암 등 위해가 생길 수 있다.

인체에 해가 없는 적외선, 치유효과 가져

하지만 적외선은 자외선과 달리, 여간 해서는 인체에 해악이 없다. 오히려 몸에 좋을 수도 있다. 과거 아궁이에 불을 붙여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던 시절, 불을 때던 여성들의 하복부 질환이 적었던 것은 아궁이 불에서 나오는 적외선 덕을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야외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바위 같은 데에 몸을 대고 있노라면 편안한 느낌이 드는데, 이 역시 적외선 특유의 일종의 치유 효과라 할 수 있다. 

몸에 이로운 적외선이라도, 눈으로 볼 수 없는 탓에 그 존재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적외선 관측'은 더 이상 과학자나 군인 같은 이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상에서 가장 흔한 적외선 활용 사례 가운데 하나는 TV 리모컨이다. 리모컨의 버튼의 누르면 TV 본체에 달린 센서를 향해 전자기파가 발사되는데, 이 전자기파가 바로 적외선이다.

물론 리모컨에서 나오는 적외선 또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있다면 일반인도 손쉽게 적외선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영상 모드로 바꾸고 리모컨의 전면에 있는 적외선 방출구를 향하게 한 뒤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 적외선이 '보인다'. 우리 눈과 달리 스마트폰 카메라는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리모컨 건전지가 닳았는지 여부도 이런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또 다른 적외선 활용의 예는 현관 센서등이다. 센서등에 달려 있는 적외선 센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몸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인식, 불이 켜지는 것이다. 겨울과 달리 여름이 되면 현관 센서등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등, '고장'을 의심할만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센서등 주변의 온도가 체온과 비슷해 사람이 들어와도 센서등이 온도 차이를 감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바로 적외선이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



태그:#적외선, #센서등, #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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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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