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장동민-유상무-유세윤, 거듭 사과인사 개그 트리오 옹달샘의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진행 중인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옹달샘 장동민-유상무-유세윤, 거듭 사과인사 개그 트리오 옹달샘의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진행 중인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비하 및 혐오 대상으로 삼은 이들이 모두 사회적 약자

과거 여성과 장애인, 삼풍백화점 참사 피해자 등 사회 도처의 약자들을 상대로 비하와 혐오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개그 그룹 옹달샘(유상무, 유세윤, 장동민)이 지난 4월 28일 사과의 뜻을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 혐오 발언이 논란이 됐을 당시, 그들은 소속사를 통하거나 자신들이 진행했던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의 팬카페에 다섯 줄의 글을 올리는 식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수많은 과거 발언 중 1995년 일어난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를 언급하며 "소변을 먹어가며 생존했다" "(생존자가) 오줌 먹는 동호회 회장이다"는 등의 말을 했던 것이 또 한 번 문제가 됐다. 급기야는 삼풍 참사 생존자가 옹달샘의 발언에 법적 대응을 하자, 그들은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으로 논란을 수습하려 했다.

농담과 풍자의 탈을 쓴 비하 및 혐오 발언을 하고 봤더니 공교롭게도 그 대상이 모두 사회적 약자였던 것인지, 애초에 약한 대상만을 골라 공격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옹달샘이 비하 및 혐오의 대상으로 삼은 이들이 모두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부터 '차치된' 여성 혐오 발언, 형사 고소 사태로까지 비화된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 모독(이조차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이 끝이 아니다. 엄지손가락이 불편했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며 장애인을 비하했을 뿐만 아니라 군대 후임으로 하여금 자살을 시도하게 할 정도로 몰아붙였던 과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던 그들이다.

죄책감 덜고 동정 얻으려고 한 기자회견

그렇다면 옹달샘이 했던 사과의 모양새를 살펴보자. 급하게 열었던 기자회견은 단 18분 만에 끝났고, 그들은 바로 tvN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에 임했다. 기자회견 전날에는 장동민이 삼풍 참사 생존자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사과의 손편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조차 장동민 측이 주장한 '3시간 이상 대기'와는 사실 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음에도, 소속사는 "CCTV를 확인해도 좋다"고 발끈했다. 손편지를 가져가 직접 사과하려 했다는 발상 자체로만 미루어보아도, 그는 자신이 왜 고소를 당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듯하다. 피해자에게 억지로 가해자와 만날 것을 종용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옹달샘이 사과문에서 밝혔던 것처럼 "어떤 말씀을 드려도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듣는 사람이 그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면, 최소한 누구에게 어떤 말로 상처를 줬다는 것쯤은 인정해야 했으며, "죄송하다"는 말만을 공염불처럼 구간반복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또 "철이 없고 부족해서" "웃음을 드리기 위해서"라며 마치 자신들의 잘못이 일회성 실수이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됐다. 실수라기에는 그 수위며 횟수가 남다르고, 웃음을 주기 위해서 각종 혐오 발언을 했다치더라도 그들에게 그런 식의 개그를 강요한 사람은 없다.

손편지부터 시작해서 기자회견까지의 상황을 돌아보았을 때, 결국 옹달샘은 자신들이 혐오 및 비하 발언의 대상으로 삼은 이들을 향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스스로의 죄책감을 덜고 사태를 관망하는 이들에게 동정을 얻기 위해, 모든 잘못을 '37살의 치기 어린 실수'라며 얼버무린 것으로 보인다.

사과마저 개그로 모면하겠다?... 진정성 의심

옹달샘 장동민, 잘못 놀린 세치 혀 개그 트리오 옹달샘(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장동민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발표하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옹달샘 장동민, 잘못 놀린 세치 혀 개그 트리오 옹달샘(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장동민이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하며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여성 혐오 발언이 불거진 지 얼마 안 되었을 지난 26일, 장동민은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인 '작업의 정석'에서 해당 논란을 개그의 소재로 사용했다. 개그우먼 정주리의 외모를 두고 '오징어'라 말하는 조세호에게 장동민은 "여성한테 무슨 말이냐"면서 "죄송하다. 조세호가 한 말은 저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상황극을 짠 것이다. 자신이 한 사과마저 희화해 장난 혹은 농담처럼 만들어 버리는 모습은 과연 자타칭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 정도가 아니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기개다.

녹화 시점은 그 이전이지만, 기자회견 이후의 방송에서도 옹달샘의 태도는 같았다. KBS 2TV <나를 돌아봐>에 출연한 유상무는 시민들로부터 물세례 몇 번을 맞더니 가련한 표정으로 "장난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으며, 장동민은 배우 김수미로부터 몇 차례의 욕을 듣더니 전에 없이 기죽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는 특정 프로그램에서 연출된 상황이 마치 논란에 가해지는 징벌인 것처럼 여겨지게 하는 오해를 낳았다. 그러나 옹달샘이 해당 방송에서 골탕을 먹는 것이 그들의 사과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은 간과됐다.

2일 오후 방송된 tvN <SNL 코리아>에 출연한 유세윤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여 줬다. 이 방송에서 유세윤은 자신에게 스킨십을 하려는 리아를 향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라며 현재 자신의 상황을 개그로 풀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의 말처럼 이럴 때가 아니라면 기자회견 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 앞에 닥친 논란을 '개그'라는 그릇 안에 욱여넣으려고 애써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그가 "더 이상 이와 같은 실망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평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고 앞으로 모든 일에 신중을 다하겠다"고 말한 지 정확히 나흘 만이다. 이쯤 되면 옹달샘에게 사과를 받은 사람들의 뒤통수가 걱정되는 것도 기우는 아닐 듯하다.

약자 혐오와 차별, 차라리 코미디에 성역 있는 편이 낫다

한편 옹달샘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논란과 관련해서 "하차는 없다"고 밝혔다. 이제는 화장실의 휴지만큼도 대접받지 못하는 도덕적 기준이나 시청자의 불쾌감 이전에 자신들이 공들여 기획하고 만들어낸 프로그램을 끝까지 원만하게 진행하고 싶다는 제작진의 주객전도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결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하차여부를 제작진에게 맡기겠다고 말한 옹달샘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숙'을 증명할 가장 좋은 기회를 제작진의 손에 넘긴 탓에, 논란의 심판관이 마치 제작진이 되어 버린 형국이다. 결국 방송을 지키는 편을 택한 제작진의 결단으로 현재 옹달샘의 출연 프로그램은 불매 운동의 압박을 받게 되었다.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다 보니 논란에 대한 피로감을 성토하는 의견도 자주 목격된다. "정치에나 관심을 가지라"는 말이 꾸준한 레퍼토리임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더불어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불매운동은 '유난' 정도로 취급된다. 고소를 결심한 삼풍 참사 생존자에게는 왜 옹달샘을 피하냐며 '배후설'까지 제기됐다. 피해자의 의지를 모독하고, 그의 존재를 억지로 끌어내 집단적으로 2차 가해를 할 정도로 옹달샘이 대체 불가능한 인재인지는 아직도 회의적이지만.

심지어는 옹달샘이 비하 및 혐오의 대상으로 삼은 집단의 구성원임을 자처하며 "내가 괜찮다는데 왜 난리들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옹달샘이 했던 말에서 불쾌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과 옹달샘은 상호 간에 용서를 구하거나 해 줄 일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정작 불편을 느낀 사람은 옹달샘을 용서할 만한 건수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미디에 성역이 어디 있냐"는 등의 의견도 있다. 이는 코미디를 하기 위해 아무나 깔아뭉개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을 풍자하라는 뜻을 담은 말이다. "성역은 없다"며 했던 코미디가 고작 약자 혐오와 차별이라면, 성역을 만드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21일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 불구속 기소됐던 것처럼, 삼풍 참사 생존자를 비롯해 약자들을 향해 뱉었던 헤이트 스피치(어떤 특질을 가진 이들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발언) 역시 범죄 행위에 가깝다.

사실 옹달샘이 주로 하는 개그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천재지변도 비껴가야 하며, 장애가 있어서도 안 되고, 누군가의 후임이 되어서도 안 되며, 여성이어도 안 된다. 특히 그들의 기준에서 얼굴이 예쁘지 않거나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옹달샘이 끝까지 '농담'이라 우긴 언어 폭력에 저당잡혀있는 것이다.

굳이 낮은 곳으로 임해 비하를 개그로 완성하려 하나

장동민-유상무-유세윤, '침통한 옹달샘' 개그 트리오 옹달샘의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발표하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장동민-유상무-유세윤, '침통한 옹달샘' 개그 트리오 옹달샘의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발표하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이 논란에 말을 보탰다. '장동민의 발언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정당하나 연예인에게 공직자 검증 이상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도하다'는 것이 발언의 요지였다. 그가 언급했던 '망언을 한 정치인이나 목사님'을 현직에 남겨두고 싶어서 남겨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매우 절망적이다. 마치 망언을 한 공인과 쌍무관계로 엮여 있는 일부를 대중으로 확대해석한 듯한 꼴이다. 게다가 공인을 향한 검증의 시선은 연예인에 비할 수 없이 가혹하지만, 대개 검증만 하고 끝난다는 데서 답답함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무시됐다.

그렇기 때문에 옹달샘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에 염증을 느낀 탓에 분풀이로 애먼 개그맨을 잡는다는 식의 해석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외려 풍자할 대상이 저 높은 곳에 있음에도 굳이 낮은 곳으로 임해서 비하를 개그로 완성하려는 옹달샘이야말로 '의심스러운 구석'을 갖고 있으며, '권력에 대한 두려움 혹은 무력감'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옹달샘의 혐오 발언은 결코 '위험하지 않은 대상'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짚고 넘어간 바 있으나, 공인의 무능과 부패를 지적하는 것과 대중 앞에 나서는 연예인의 헤이트 스피치를 비판하는 것 모두 정치임을 상기해야 할 듯하다. 대중이 이런 정치와 저런 정치 중 어느 한 사안에만 몰두할 것이라는 의견은 어떤 과학적 근거에서 도출된 결론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옹달샘의 밥줄은 끊긴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끊기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서 스스로 그 밥줄이란 것을 끊은 전력이 있는, '설저유부(舌底有斧)'의 현신 김구라의 행보가 재평가될 지경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옷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먼지의 양이 엄청난 데다가 털 때마다 유독물질이 발생한다면, 그 옷을 향한 정당한 비판이 반드시 필요할 터다. '다름'이라는 미명 하에 '틀림'이 '옳음'을 위협하는 세상에서,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 나아가는 중이었으면 한다.

○ 편집ㅣ이정환 기자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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