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한국인 내야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3경기 만에 선발로 출전하여 데뷔 첫 홈런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4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3루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여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유격수 경쟁자였던 조디 머서도 이 날 유격수 겸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주전 3루수인 조시 해리슨이 2루수로 출전하며 주전 2루수 닐 워커가 벤치에서 대기했다.

이 경기 전까지 17승 6패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던 카디널스는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었던 마이클 와카가 선발로 나섰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와카는 당시 9경기만 선발로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2번의 맞대결을 모두 승리하며 시리즈 MVP에 선정된 바 있다.

차기 에이스 감으로 주목을 받았던 와카는 팀의 에이스였던 베테랑 아담 웨인라이트가 아킬레스 건 파열로 시즌을 마감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에 맞서는 피츠버그는 시즌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던 밴스 월리가 선발로 나서며 대결을 펼쳤다.

강정호, 내셔널리그 영건 마무리에게 홈런 굴욕 선사

이 날 강정호는 2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강정호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기록한 뒤 이어진 2개의 공을 잘 골라냈다. 그리고 4구째에 타격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1루 땅볼로 물러났다. 피츠버그 타선은 1회 초 앤드류 매커친의 안타 이외에 후속타가 없었는데, 2회 초 공격에서도 삼자 범퇴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4회 초 피츠버그는 스탈링 마르테의 내야 안타와 페드로 알바레즈의 볼넷, 머서 타석에서의 야수 선택으로 인하여 2사 1,3루 상황이 되었다.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와카의 공을 타격하여 유격수 땅볼을 기록했다. 여기서 강정호는 1루까지 무사히 도달했으나, 2루를 향해 뛰던 머서가 야수 선택으로 아웃이 되는 바람에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여기서 강정호는 스윙 과정에서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나머지 배트가 더그 아웃까지 날아가는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피츠버그 타선은 이 날 와카의 구위에 눌리며 안타를 집중시키지 못했고, 득점 찬스가 올 때마다 잔루를 계속해서 남겼다. 그러다가 4회 말에는 선두 타자로 나왔던 맷 카펜터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밀리기 시작했다(0-1).

강정호는 팀이 뒤진 7회 초 선두 타자로 세 번째 타석에 등장했다. 강정호는 와카의 2번째 공을 타격하여 좌측 외야로 안타를 날리며 이 날의 첫 안타를 기록했다. 대타로 출전했던 경기에서 모두 무안타를 기록했던 강정호는 선발로 출전한 이 날 또 안타를 추가하며 선발로 출전했을 경우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또 보여줬다.

강정호는 후속 타자 크리스 스튜어트의 희생 번트로 2루 진루에 성공했다. 강정호에게 안타를 허용한 와카는 다음 타자로 등장한 대타 워커까지 상대하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뒤 랜디 쵸트와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갔다. 와카의 이 날 성적은 6.2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100구)으로 쵸트가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강정호가 득점할 기회는 없었다.

피츠버그의 선발투수 월리 역시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4회 말 맷 카펜터에게 허용한 홈런이 유일한 흠이었다. 그리고 동료들이 상대 에이스 와카에게 막히면서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다(89구). 월리는 7회 초 자신의 타석에서 워커로 교체되며 이 날의 투구를 마쳤다.

강정호는 9회 초 선두 타자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카디널스의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을 상대했다. 강정호는 로젠탈의 초구로 들어온 시속 132km 짜리 커브를 노리고 잡아당기며 자신의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첫 홈런을 날렸다(1-1). 로젠탈은 이 날 강정호에게 홈런을 맞기 전까지 시즌 자책점이 1점에 불과했던 상황이었고, 올 시즌 로젠탈의 첫 피홈런이자 첫 블론 세이브였다.

피츠버그는 이후 그레고리 폴랑코가 안타를 기록하며 역전 찬스를 노렸다. 그러나 강정호와 폴랑코를 제외한 다른 타자들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역전에는 실패했다. 특히 강정호 다음으로 나왔던 크리스 스튜어트와 대타 앤드류 람보는 로젠탈의 구위에 눌려 삼진을 당했다. 강정호의 홈런으로 피츠버그는 일단 패배 위기에서 벗어나 연장 승부로 들어가게 됐다.

연장전으로 접어든 승부에서 피츠버그는 10회 초 또 한 번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피츠버그는 바뀐 투수 미치 해리스를 상대로 알바레즈가 볼넷, 머서의 안타로 2사 1·2루 찬스를 맞이했다. 득점권 찬스에서 강정호는 이 날의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쉽게 야수 선택으로 머서가 주루 도중 아웃되면서 이닝이 끝났다.

강정호는 10회 말 연장 수비부터 투수 롭 스케힐과 더블 스위치로 교체되며 이 날의 경기를 마쳤다. 이후 피츠버그는 연장 12회 초 알바레즈의 솔로 홈런으로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2-1). 12회말, 피츠버그는 LG 트윈스 선발투수 경험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레다메스 리즈를 여섯 번째 투수로 올렸다.

그러나 리즈는 야디어 몰리나에게 안타, 피트 코즈마에게 야수 선택 땅볼, 대타 콜튼 웡에게 안타, 존 제이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 주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피터 버조스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동점을 허용, 블론 세이브를 범했다(2-2). 리즈는 더 이상의 실점 없이 맷 할리데이를 삼진으로, 맷 애덤스를 1루 땅볼로 잡아내며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리즈는 13회에도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카디널스 타선을 봉쇄했다. 그러나 14회말 1사 상황에서 콜튼 웡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결국 파이어리츠는 카디널스에게 시리즈 3연전을 모두 내 주고 말았다(2-3). 이 날 피츠버그는 투수 6명에 대타를 포함한 야수 11명으로 도합 17명, 카디널스는 투수 8명에 대타 포함 야수 13명으로 도합 21명의 선수들을 동원했으며, 무려 4시간 28분이 걸리는 소모전이었다.

'선발 본능' 강정호, 선발 출장하면 맹타 휘둘러

이 날 강정호는 5타수 2안타로 시즌 타율을 0.259에서 0.281로 크게 끌어 올렸다. 교체 출전한 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강정호는 이 날 경기까지 합하여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25타수 8안타를 기록, 선발 출전 타율 0.320으로 확실한 선발 체질임을 입증했고, 선발 4경기 연속 안타에 정규 시즌 데뷔 첫 홈런을 작렬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강정호는 현재까지 선발로 출전할 때마다 그 기회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 이에 강정호는 유격수인 머서, 2루수 워커 그리고 3루수 해리슨과 함께 돌아가며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이렇듯 클린트 허들 감독은 팀의 상황에 따라 강정호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해주고 있다. 강정호를 그만큼 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추후 팀 사정에 따라 주전 자리를 확실히 차지할 날을 위해 강정호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정호의 타격감이 절정에 올라 넥센 히어로즈에 있던 시절처럼 호쾌한 장타를 마음껏 날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한편, 같은 날에 추추 트레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 경기에 우익수 겸 5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한때 규정 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들 중 타율 최하위까지 떨어졌다가 타격감을 회복한 추신수는 중심 타선에 복귀하여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희생 플라이)을 기록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기록했던 추신수의 타점은 이 날 텍사스의 유일한 득점이었고, 추신수의 타율은 0.141까지 올랐다.

그러나 팀은 두 번째 투수 알렉스 클라우디오가 스티븐 보트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고 세 번째 투수 로만 멘데스가 조시 레딕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는 등 1-7로 크게 패하고 말았다. 특히 텍사스 타선은 이 날 도합 10개의 볼넷을 얻어냈음에도 4안타에 그치며 중요한 순간에 득점하지 못했다. 오클랜드 선발투수 소니 그레이는 6.2이닝 동안 2피안타 7볼넷으로 제구가 좋지 않았으나 그 반면에 삼진도 10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간신히 막았다(119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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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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