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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광장에서 경기서남부지역에 거주하는 네팔인을 중심으로 70여 명이 모여 지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수원시에 거주하는 네팔인들과 인근 지역에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참가하였다. 하지만 어떤 네팔인은 강원도에서까지 찾아와 합류해주었다. 이렇게 자신의 나라에 처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피해의 조속한 복구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마음을 모아 촛불을 세웠다. 촛불을 세우는 동안 동영상을 보면서 수원시민들에게 지진피해상황을 알리기도 했고 자신들도 함께 기원의 마음을 가졌다.

모두 한 마음으로 만든 'Pray For Nepal'이란 글귀 주위에 이주민 관련단체의 활동가들과 수원시 거주결혼이주민여성과 이주노동자, 학생들이 둘러앉아 기원의 시간을 갖는 동안 매우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Pray for Nepal'이란 글귀 옆에 서서 네팔에 있을 동포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도 속에서 지진 참사 영상을 시청하기도 하였는데 이 순간 자국민들에 고통스러운 처지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참가자도 있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네팔인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네팔국기를 중심으로 촛불형상을 만들기도 하고 pray for nepal이라는 촛불형상을 만들며 기원을 이어가고 있다.
▲ pray for nepal이라는 촛불형상을 만들며 기원을 이어가고 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네팔인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네팔국기를 중심으로 촛불형상을 만들기도 하고 pray for nepal이라는 촛불형상을 만들며 기원을 이어가고 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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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떠나간 사람들 그리고 남은 우리들에게


김형효

얼마 전인 것 같은 데
몇 발자국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너와 내가 걷던 그 길 위에
땅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지고
그렇게 아픈 사람들이 길 위에 나앉아
오늘은 밤 하늘을 온몸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네.

히말라야의 성채에도 금이 가서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에 만년설이 녹아 내리고 있다 하네.
너나 나나 어차피 한번 뿐인 생을 살고가는 땅에서
누구는 신음신음 하고 가고
누구는 나 모르는 곳에 머물다 가고
그렇게 히말도 참지 못해 눈물이 되어 흘러 내리고 있다 하네.

자비로운 신이시어.
네여!
빨뽀선 하소서!
성자 네여!
보살피소서!
그 땅을 부디 놓지 마시고 보살피소서!

나는 멀고 먼 곳에서
부디! 안녕하기를
부디! 안녕하기를
그냥 그렇게 누구라도
나의 기원이 가닿기를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무기력하지만
안녕한 오늘밤을 지새우자고 소망하오.

*네라는 성자가 빨뽀선(보살핀다)한다, 에서 유래하여 나라의 국호가 되었다. 네팔인들은 Nepal이라고 쓰고 네빨이라고 발음한다.

낯선 네팔인들이 조국의 위기에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사진을 남겼고 우리 부부는 각기 자신의 언어로 시를 낭송하며 위로의 시간을 함께 했다.
▲ 추모제에 참가한 네팔인들 낯선 네팔인들이 조국의 위기에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사진을 남겼고 우리 부부는 각기 자신의 언어로 시를 낭송하며 위로의 시간을 함께 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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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한국문화센타와 주한네팔결혼이주민여성협회 대표인 먼주 구릉(42세)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이번 지진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조속한 복구를 기원하는 묵념을 시작으로 내가 쓴 추모시 '지진으로 떠나간 사람들 그리고 남은 우리들에게'라는 시를 낭송하였다.

추모시는 네팔어와 한국어로 낭송되었는데 네팔어는 아내가 낭송하였고 한국어는 필자가 직접 낭송하였다. 곧이어 이번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함께 참석해주신 관련단체 대표들에 지진 피해복구가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인사말이 이어졌다. 행사가 다 끝나고도 네팔인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동안 추모제 본부석에 향을 피운 자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만남을 이어갔다.

이번 촛불문화제는 네팔한국문화센타, 네팔결혼이주민여성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아내 먼주 구릉을 도와 내가 직접 주관한 행사다.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 4월 28일 수원이주민센타를 찾아 사무국장과 활동가 정지윤 님과 협의를 시작으로 곧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이병승 관장과 평소부터 알고 지내는 네팔인 사빠 요엘(33)씨와 의견을 나누었다. 두 단체 모두 긍정적으로 의견이 모아져 곧 행사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수원역 광장에 모인 네팔인들과 이주민단체 활동가들이 촛불문화제에 함께 하고 있다.
▲ 네팔인들과 이주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촛불문화제 수원역 광장에 모인 네팔인들과 이주민단체 활동가들이 촛불문화제에 함께 하고 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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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련단체인 두 단체에 협력으로 탄력을 받아 진행하기로 한 행사는 당초 사람만 동원해 주시면 작은 촛불이미지를 만들어 사진으로 SNS에 올리고 동영상을 제작하여 네팔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4월 30일 다시 이주민센타 안기희 대표와 만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좀 더 짜임새 있는 행사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의견을 나누는 중에도 이병승 관장과 전화협의가 이루어졌다. 물심양면으로 순조로운 행사가 되도록 협조해주신 양 기관의 대표 분에게 이 기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경기서남부지역 네팔인, #수원역광장 네팔지진피해 촛불문화제, #네팔한국문화센타,네팔결혼이주여성협회 , #수원시외국인복지센타, #수원이주민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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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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