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만나기만 하면 명승부를 벌이는 KBO리그의 새로운 라이벌이다. LG와 넥센의 맞대결은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 매치 '엘클라시코'를 본 따 '엘넥라시코'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하지만 2015 시즌의 첫 엘넥라시코는 넥센의 3연승으로 다소 시시하게 끝나고 말았다. LG는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토요일 4회 말에 잠시 동점을 만들었을 뿐, 한 번도 경기를 리드해 보지 못하고 스윕(시리즈 전패)을 당했다.

LG가 이렇게 무기력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방망이가 침묵했기 때문이다. LG는 넥센과의 주말 3연전에서 도합 11안타를 때려내는데 그쳤다. 경기당 평균 3.7개의 안타를 때린 LG가 팀 타율 1위(.287)의 넥센을 이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팀 타율 최하위였으면서도 타선 보강을 제대로 하지 못한 LG

10년의 암흑기를 끝내고 지난 2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LG의 힘은 바로 탄탄한 마운드였다. 하지만 팀 타율 3위(.282), 팀 득점 4위(616점)에 올랐던 2013년에 비해 작년 시즌 LG의 공격지표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다.

팀 타율(.279)과 팀 홈런(90개) 부문에서는 9개 구단 중 최하위였고 팀 득점 역시 7위(668점)에 불과했다. 탄탄한 불펜의 힘을 앞세워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우승에 도전하기엔 공격력 부재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LG는 겨우내 타선 보강을 거의 하지 못했다. 최정, 김강민(이상 SK와이번스) 같은 거물 FA들은 이미 원소속팀과 계약을 체결했고 시장에 나온 나주환(SK), 박기혁(kt위즈), 차일목(KIA타이거즈) 등은 타격에 큰 장점이 없는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 역시 거포형 선수 대신 빅리그 8년 동안 29홈런에 그친 내야수 잭 한나한을 데려 왔다. 규모가 큰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어설픈 거포보다는 수비가 뛰어나고 정교한 타격을 추구하는 한나한이 LG에 더 적합한 외국인 선수라는 판단이었다(하지만 한나한은 LG가 개막 후 29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개점휴업'상태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기존 멤버들의 성장과 분발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새롭게 FA계약(4년50억)을 체결한 박용택을 비롯해 정성훈, 이진영, 이병규(7번, 9번) 같은 주력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고 '젊은 피' 오지환과 정의윤, 김용의 등이 성장한다면 LG도 공격력에서 밀릴 것이 없다는 계산이었다.

LG가 기대한 또 한 명의 히든카드는 오른손 거포 최승준이다.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20홈런을 때려낸 '거포유망주' 최승준이 1군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면 LG는 오랜 숙원이었던 우타 거포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송신영-밴 헤켄-한현희 상대로 3일 동안 20.2이닝 5안타 침묵

하지만 LG타선은 양상문 감독의 기대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기존의 고참 선수들 중에서는 정성훈(타율 .372 2홈런 15타점)만이 제 역할을 할 뿐 박용택(.266 5홈런12타점), 이진영(.250 1홈런12타점), 7번 이병규(.236 4홈런15타점) 등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한층 발전한 기량을 뽐내던 유격수 오지환도 최근 9경기에서 35타수 3안타(타율 .086)로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개막전 4번타자로 출전하며 큰 기대를 모았던 최승준은 8경기 동안 2안타를 치고 2군으로 내려 갔다.

3일까지 LG는 팀 타율 공동 8위(.249), 득점 7위(124점), 홈런 공동 8위(21개), 득점권 타율 9위(.218)에 머물러 있다. 3승25패의 kt를 '번외'로 생각한다면 현재 LG는 각종 공격지표에서 KBO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지난 넥센과의 주말 3연전은 LG의 무기력한 타선이 팬들을 얼마나 실망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시리즈였다. LG는 3일 동안 넥센 투수진을 상대로 단 11안타 6득점에 그쳤다(그나마 6점 중 3점은 승부가 3점 이상 벌어진 9회에 뽑아 낸 점수다).

특히 LG는 송신영, 앤디 밴 헤켄, 한현희로 이어지는 넥센의 선발 투수들에게는 20.2이닝 동안 단 5개의 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최근 뛰어난 투구내용을 이어가고 있는 송신영이나 20승 투수 밴 헤켄은 이해한다 쳐도 직전 3경기에서 14이닝 동안 13실점을 했던 한현희를 상대로 1안타에 그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타선의 심각한 부진 속에서도 LG가 이렇다 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지환은 올 시즌 LG가 치른 29경기에서 모두 1번 타자로 나서고 있고 박용택과 이병규(7번)의 타순도 각각 3, 4번에 고정하고 있다. 오히려 팀에서 가장 타격 성적이 좋은 정성훈이 2번과 3번, 5번, 심지어 7번까지 부지런하게 옮겨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LG는 외국인 선수 한나한 정도를 제외하면 부상 이탈 선수도 거의 없다. 현재 한나한은 정상적으로 타격이 가능하지만 아직 수비와 전력질주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설사 복귀한다 해도 타격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신바람 야구'의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던 1994년, LG는 .282의 팀타율을 자랑하던 팀이었다(당시 팀 타율 2위 해태 타이거즈가 .271였다). 비록 21년 전으로 돌아가진 못하더라도 그 시절의 근성과 끈기를 2015년의 LG선수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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