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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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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미국과 일본이 채택한 신미일방위협력지침(아래 신미일방위지침)이 동북아시아 정세를 격랑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신미일방위지침은 자위대와 미군이 평시부터 연합사령부(미일공동조정소)를 꾸려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한 없이 세계 어디서나 각종 사태에 대해서 공동군사작전을 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동안 자위대는 전수방어(오로지 방어만 하는 전략)만을 허용하는 평화헌법의 규정 때문에 미군과의 공동작전은 사실상 일본방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베는 작년 7월 1일 일본도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헌법을 재해석하는 각의결정을 감행했다. 즉,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자위대가 공동방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신미일방위지침은 이런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입각해 1997년의 (구)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한 것이다.

자위대의 주활동 무대로 상정되는 한반도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군사행동은 그 최우선적인 대상이 한반도다. 신미일방위지침을 보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의지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자위대와 미군이 협력하는 안보 상황은 6가지다. '일본 이외 나라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한 대처행동'이 이 중 하나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며 이른바 '존립위기사태'로 지칭된다. 한국정부가 '한국의 사전동의'를 명기해 주도록 요구해 '주권존중'이란 표현이 들어간 부분이 바로 여기다.  

관련 부분을 인용하면 "미일 양국이 각각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주권의 충분한(full)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및 미일 각각의 헌법 및 국내법에 따라서,](괄호는 기자가 표시) 무력행사를 수반하는 행동을 하기로 결정하는 경우⋯미일양국은……긴밀히 협력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어서 자위대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가 뒤집히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무력의 행사를 수반한 적절한 작전을 실시한다"라고 되어 있다.

한반도에서 전면전 또는 국지전이 벌어지고 이를 일본이 자신의 존립위기로 간주하면 일본은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병해 무력행사를 할 수 있으며 한반도 전영역이 자위대의 군사작전 영역에 들어간다.

신미일방위지침에 따르면, 한반도 유사 때 자위대가 한반도영역 내외에서 수행하게 될 군사작전은 다음과 같다. 비전투원 소개작전 및 탄도미사일방어 작전에 참가하는 장비의 보호, 탄도미사일 요격작전, 공격기를 투입해 적지에서 구조활동을 펴는 전투수색구조작전, 해상수송로 안전확보∙기뢰제거∙함정경호 등 해상작전, 군수지원(일본에서는 후방지원으로 표현) 등 육상∙해상∙공중에 걸쳐 각종 군사작전이 망라되어 있다.   

자위대의 후방지원(군수지원)은 1997년 (구)미일방위협력지침에서는 전투의 우려가 전혀 없는 일본의 인근 공해에서 미군만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미일방위협력지침에서는 당장 전투가 행해지지 않는 곳이라면 설사 전쟁 중인 지역이라도 어디든 미군은 물론이고 다른 외국군에 대해서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군수지원 품목도 구지침에서는 탄약이 제외됐으나 신지침에서는 탄약, 발진 준비 중인 항공기에 대한 급유 등이 포함됐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한반도 유사 때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시 미군이 일본의 방위에 기여하는 활동(훈련이나 연습, 북한미사일 발사 경계감시 등)에 종사하는 경우, 미군의 장비를 보호하는 것이 자위대의 역할로 되어 있다. 자위대의 보호대상 장비에는 북한 미사일발사를 경계하는 한국 이지스함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자위대는 평시에도 미군 또는 한국군의 이지스 함정 등의 무기장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 또 피난민 대응과 관련해 1997년 미일방위협력지침에 있던 "영향지역 국가의 동의를 받는다"는 표현이 신미일방위지침에서는 삭제됐다. 이로써 북한의 급변 사태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의 피난민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반도 영역에서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는 재앙적 결과 초래

지난 2012년 6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배치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배치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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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은 선제공격과 북한점령을 기조로 하는 미국의 대북군사전략의 실행가능성이 매우 높아짐을 의미한다. 1994년 이른바 북한 핵위기 때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결심하고서도 포기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일본으로부터 군수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는 전투를 말하고 프로는 군수를 말한다"는 미육군의 격언처럼 전쟁에서 군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군사작전이다.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자위대가 한국영역에 직접 파견돼 미군에 대한 각종 군수지원을 행하게 된다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또 자위대는 상륙작전에 필수적인 기뢰 제거나 대잠작전능력 등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북한 안정화작전에 자위대가 참여하게 되면 미군 병력 파견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한국군도 견제할 수 있다.

'존립위기사태' 대처에는 미사일요격작전이 미일공동작전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곧 미국본토나 주한미군기지나 주일미군기지, 괌, 하와이 등으로 날아가는 북한 또는 중국 미사일의 요격을 위해 미군과 자위대가 한국영역에서도 작전할 수 있음을 말한다. 미사일요격작전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고 발사 징후 때 발사대나 지휘통제시설 등을 선제공격하는 공격작전과 불가분으로 연결돼 있다.

일본은 신미일방위협력지침 협상 때 미국에 대해 '적기지 공격능력의 확보'의 명기를 요구했다(<한국일보> 2014년 9월1일 보도). 여기서 적이란 북한을 가리킨다. 미일은 협상결과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포괄적인 능력의 향상을 꾀한다"는 조금 모호한 문구로 절충했다고 한다.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는 사태' 항목을 보면 "일본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징후가 있으면 자위대와 미군은 미사일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효과적인 태세를 유지한다"라고 되어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도 대북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반도 영역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어떤 식으로든 용인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주권 유린은 피할 수 없으며 한반도는 외세의 일방적 결정에 의한 전쟁위기를 맞게 된다. 또 북한은 일본의 참전에 대비해 핵미사일전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자위대를 끌어들이려는 미국과 한국에 더욱 적대적으로 나올 것이다.

북한은 신미일방위지침이 발표되자 즉각 "전쟁억제력 강화를 요구한다(북한 외무성 2015.4.30)"면서 반발했다. 그 결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더 멀어지고 남한은 점점 더 한미일 MD와 한일동맹에 대한 미일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국정부의 사전동의 없이는 자위대 파병은 없다?

우리 정부는 "'주권의 전적인 존중'은 한국의 사전동의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없을 것"(<한겨레> 2015년 4월 30일)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주권존중'이란 표현을 '사전동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비약이다.

왜냐하면 지난 4월 16일 열린 한미일 3자 안보토의(DDT)에서 한반도 영역에서 일본의 군사활동 시 한국의 사전 동의를 미일 방위협력 지침에 명기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가 미일에 의해 거부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위대의 파병결정을 한국에 통보만 하고 한국주권을 '충분히'(신미일방위지침 일어문의 표현은 '충분한'이다) 존중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일본은 북한 영역에 대한 군사 활동 시에는 한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 없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대북 선제공격을 언제든지 실행가능한 방안의 하나로 갖고 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미군이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작전상의 필요를 내세워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을 요구하면 한국정부가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집단자위권은 유엔헌장에 나와 있는 보통국가의 권리 중 하나'(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 2012.10.26)라거나 '집단자위권 보유가 문제가 아니라 행사 여부가 문제이다'(김규현 외교통상부 차관, 2013.12)라면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강건너 불보듯한 우리 정부의 무책임하고 방관적인 태도가 신미일방위지침에 의한 우리 주권의 유린 위기와 한반도 평화위협이라는 화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막기 위해서는 신미일방위지침의 개폐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작전통제권을 빨리 환수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 군사력 우위를 통해서 대북 전쟁억제력을 갖는다는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은 동북아시아에도 재앙

아베 내각은 지난해 7월 1일 각의에서 현행 헌법 9조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헌법해석'을 내려 '해석개헌'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향한 일본의 행보가 매우 신속하면서도 전 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7월 8일 호주 의회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
 아베 내각은 지난해 7월 1일 각의에서 현행 헌법 9조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헌법해석'을 내려 '해석개헌'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향한 일본의 행보가 매우 신속하면서도 전 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7월 8일 호주 의회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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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일방위지침은 자위대를 앞세워 부상하는 중국을 제압하려는 미국과 중국, 남북한 등 지역국가들을 군사적으로 누르고 지역맹주로서의 옛날의 영광을 재현해 보려는 아베의 합작의 산물이다. 자위대의 도서(센카쿠를 염두에 둠) 탈환이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는 사태' 때의 작전개념으로 명시되어 있다.

자위대와 미군의 평시 공동작전 분야인 '해양안보'에 대해 "ISR(정보∙감시∙정찰) 및 훈련연습을 통해 해양영역에서의 미일의 군사력의 존재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등 협력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중국견제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 이외의 나라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한 대처행동' 가운데 포함된 미일의 미사일요격작전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미사일의 요격까지를 대상으로 한다고 봐야 한다.

신미일방위지침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미일 동맹은 냉전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서 형성된 양자관계로 당연히 그 (협력) 범위는 양자관계로 제한돼야 하고 3자 이익을 훼손해선 안 된다"면서 "그 누구도 정당한 권익을 지키려는 우리의 결심과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연합뉴스 2015년 5월 1일)고 경고하였다.

한반도에 대한 자위대의 노골적인 파병의지는 한반도 전영역의 장악이 중국견제에 더 없이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 평화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지역의 진정한 평화는 특정나라를 배타시하는 동맹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나라가 주권평등과 상호호혜, 공동안보 원칙에 입각해 참여하는 집단안보개념인 동북아시아평화공동체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지역 및 세계 범위의 미일공동작전을 규정한 신미일방위협력지침은 지리적 적용범위가 일본영역으로 한정된 미일안보조약에 위반되는 불법이다. 또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전수방어 이외에는 어떤 무력행사도 금지한 평화헌법 위반이다.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등 일본이 행사하고자 하는 집단자위권은 유엔헌장51조에서 규정하는 '집단자위권'과는 다르며, 동맹에 입각한 집단방위에 불과하다.

신미일방위지침은 미일안보조약에도 위반되기 때문에 집단방위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다. 미국이 미사일로 공격받는다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설사 미국이 공격받는다해도 그것을 일본의 존립위기로 볼 수 없다. 일본 국민들도 교토통신의 조사에 의하면 신미일방위협력지침에 대한 반대가 47.9%로 찬성한다는 응답 35.5%보다 높다.


태그:#신미일방위협력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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