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에 포함된 '몰락한 신화: 그리스 뉴웨이브의 혁신' 섹션에서는 영화감독과 프로듀서, 배우들의 상호협업 시스템을 모체로 한 '그리스 뉴웨이브' 10편을 상영한다.

'그리스 뉴웨이브'는 200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 그리스 사회를 반영하는 주제인 가족의 해체와 폭력, 빈곤, 착취, 관계의 파탄 등 붕괴된 시스템을 보여준다. '괴상한 뉴웨이브'(Weired New Wave)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별스러운 동시대 그리스 영화에서는 극사실주의적인 묘사에서부터 무너진 세계의 풍경과 메타포, 상징의 수사를 동원한다.

'몰락한 신화: 그리스 뉴웨이브의 혁신' 섹션에서 상영한 <더 레슨>은 크리스티나 그로제바와 페타르 발차노브가 공동 연출한 영화로, 작은 불가리아 마을의 한 여자 교사 나데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예기치 못한 일을 그린 영화다.

작은 불가리아 마을의 한 교실에서 어떤 아이가 돈을 훔치는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집을 살 때 빌렸던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린 나데자의 선택과 일치한다.

<더 레슨>은 경매에 몰린 집을 구하고자 필사적으로 돈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나데자의 행동과 심리를 묘사한다. 집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닮았다.


학급에서 돈이 도난당하는 사건으로 시작하여 나데자가 돈을 구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점점 아이러니로 치닫는다. 자존심이 센 나데자는 젊은 여자와 사는 아버지에게도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사채를 빌려 은행의 경매를 막는다. 그러나 나데자는 다시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린다. 

<더 레슨>은 경제적 위기가 개인에게 가져오는 상황을 블랙 코미디 스타일로 보여준다. 나데자가 은행에 입금할 돈 몇 푼이 모자라 분수에 던져진 동전을 줍는 장면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결국 사채업자의 돈을 갚기 위해 성적인 요구를 들어주려던 나데자는 엉뚱하고 위험한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돈을 갚는다.

<더 레슨>은 최근 그리스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경제적 파국을 드라마의 힘과 아이러니한 상황의 균형을 통해 흥미롭게 묘사한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돈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

다만 나데자가 집을 경매로까지 가게 해 사채 폭력에 휘말리게 한 남편을 탓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혼자만의 선택을 계속 하는 장면은 의외다.

<더 레슨>을 연출한 크리스티나 그로제바(Kristina GROZEVA)는 1976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소피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NAFTA에서 영화·TV 연출을 공부했다. 그녀가 연출한 단편은 세계 각지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그는 2009년부터 페타르 발차노브와 공동연출을 시작했다.

1982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페타르 발차노브(Petar VALCHANOV)는 2008년 소피아 국립연극영화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크리스티나 그로제바와 다큐멘터리 <패러블 오브 라이프>(2009)을 공동 연출했다. <더 레슨>은 그들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