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현지인이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 중계를 관람하려는 손님들을 위해 의자를 깔고 있다.

지난 5월 2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현지인이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 중계를 관람하려는 손님들을 위해 의자를 깔고 있다. ⓒ 연합뉴스/EPA


'세기의 대결'에서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진정한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천재 복서' 메이웨더는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7kg) 통합 타이틀전에서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를 꺾고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복싱 역사를 장식할 최고의 대결로 꼽혔다. 47전 47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와 전설적인 8체급 석권의 파퀴아오는 그야말로 '용과 호랑이의 대결'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엄청난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1만6000여 관중석이 가득 찼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클 키튼,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크리스찬 베일 등 세계적 스타들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대결을 지켜봤다.

1971년 3월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세계 헤비급 타이틀 매치 이후 최고의 복싱 경기를 꼽히는 이번 경기는 두 복서의 치열한 기 싸움과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시작됐다.

'창' 파퀴아오와 '방패' 메이웨더의 격돌

1라운드는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졌다. 두 선수는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듯 과감한 펀치를 최대한 자제하고 상대의 분위기를 살피는 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두 복서의 무게감 탓인지 링은 긴장감이 넘쳐났다.

2라운드가 되자 두 선수는 더 세게 맞붙었다. 파퀴아오는 길게 펀치를 뻗으며 메이웨더의 반응을 지켜봤다. 수비형 복서의 대가 메이웨더도 자신의 방어기술인 '숄더롤'로 파퀴아오의 주먹을 피하면서 과감히 펀치를 날리며 맞붙었다.

전형적인 공격형 인파이터 복서 파퀴아오도 메이웨더의 철통 같은 수비에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두 선수의 스타일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3라운드부터 파퀴아오는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했고, 메이웨더는 재빠르게 피했다. 조금이라고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상대를 껴안는 '클린치'로 파퀴아오의 돌격을 막아내며 영리하게 시간을 끌었다.

4라운드가 되자 파퀴아오가 마침내 전면 공격에 나섰다. 메이웨더를 코너로 몰아세운 파퀴아오는 특유의 연타로 엄청난 펀치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메이웨더 역시 두 팔로 얼굴을 감싸면서 묵묵히 펀치를 견뎌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세기의 대결'

5라운드는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파퀴아오는 공격을 자제하고 다시 분위기를 살폈다. 그 많은 펀치를 막아내고도 끄떡없는 메이웨더가 오히려 날카로운 잽으로 역습에 나섰다. 안면에 잽을 맞은 파퀴아오도 이내 중심을 되찾았다.

경기가 약간 느슨해지자 관중석에서는 곧바로 야유가 터져 나왔고, 이를 의식한 듯 파퀴아오가 6라운드부터 다시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소나기 펀치를 모두 막아낸 메이웨더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얼굴을 내밀며 파퀴아오를 자극했다.

7라운드가 되며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자 두 선수는 더 신중해졌다. 파퀴아오가 기회를 엿보다가 오른손 펀치를 적중시켰지만, 메이웨더 역시 뒤로 빠르게 피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했다.

8라운드부터는 두 선수도 다소 지친 듯 보였다. 펀치와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결정적인 펀치를 위해 힘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워낙 팽팽한 접전이었기에 판정으로 가도 쉽게 승패를 예상하기가 힘들었다.

경기가 막판으로 갈수록 두 선수는 연타가 아닌 잽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워낙 둘 다 노련한 복서이기에 쉽게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파퀴아오가 다시 메이웨더를 코너로 몰아세우려 했지만 메이웨더는 날렵하게 빠져나왔다.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의 화끈한 난타전도 없이 마지막 12라운드까지 마쳤고, '세기의 대결'을 치러낸 두 복서는 이제 심판진의 채점표에 운명을 맡겼다.

서로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판정을 기다렸고, 결국 메이웨더가 3-0 전원 일치로 승리하며 48전 48승의 신화를 이어갔다. 메이웨더가 갈고 닦은 수비 복싱의 진가가 발휘된 경기였다. 하지만 두 선수의 대결에 집중된 세계적인 관심에 비하면 아쉬움이 짙은 경기로 남게 됐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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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파퀴아오 플로이드 메이웨더 복싱 권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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