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가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실종'이라는 사건을 매개로 풀어내고자 하는 OCN < 실종느와르 M >. 드디어 이들이 다루고 있는 '사회적 실종'이 정리해고 문제에 닿았다.

한 여자가 실종되었다. 가족도 없는 그녀는 자신의 실종을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알린다.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것이다. 흔히 이슈가 되는 인터넷 영상들이 그러하듯, 사람들은 호기심에 영상을 찾아보고 우려를 표하는 댓글에서부터 '차라리 죽어라' 등의 잔인한 댓글까지 달며 관심을 표명한다.

한 사람의 실종을 통해 밝혀지는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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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주인공인 이지은의 짐은 단촐했다. 겨우 한 상자 남짓의 유일한 짐이 빠져나간 방 한쪽엔 네 장의 수채화가 남겨져 있다. 그 그림들을 추적해 들어가던 형사들은 그림이 실제 사망 현장을 그렸음을 알게 된다. 컨네이너 박스에서 목 매달아 죽은 사람, 저수지 주변의 차에서 홀로 죽어간 사람, 그리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사람. 그리고 마지막 그림, 호숫가에서 죽은 사람을 찾던 이들은 뜻밖에도 앞서 죽은 세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이들의 과거를 추적하던 형사들은 그들이 한때 실종된 이지은의 아버지와 함께 한 공장에서 지내던 사이라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6개월 전 이지은이 아버지의 장례식 당시 회사 동료들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자 이들을 찾아다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이지은은 '실종자'에서 사건을 조작한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사건을 한번 더 뒤집는다. 동료들이 이지은의 아버지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이지은의 아버지가 정리 해고에 맞서 함께 파업에 참여했던 동료들을 두고 홀로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던 이지은의 소망 때문에 파업 현장에서 이탈했던 그의 아버지는 결국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에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다.

그 뒤 파업에 참가했던 이지은 아버지의 동료들도 마찬가지 길을 걷는다. 회사 측의 수십억 손해 배상을 견디지 못해 아내를 잃은 동료는 아파트 창에 몸을 던졌다. 다른 동료들 역시 해고 이후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결국 이지은은 아버지와 아버지 동료들의 죽음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던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고 자책한 것이다.

이지은은 결국 킬러의 손에 희생된 채로 발견돼 이 사건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고 만다. 그가 죽은 날은 아버지가 다녔던 공장 해고 노동자들의 해고 무효 소송 판결이 나던 날이었다. 대법원은 결국 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자신의 죽음을 알린 이지은 덕분에 세상이 그녀의 아버지와 동료들의 죽음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비록 법은 '회사 측의 정리 해고는 정당하다'고 했지만, 이제 세상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희생자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사건은 이지은에 의한 자작극임이 드러난다. 길수현(김강우 분)은 이지은의 휴대폰을 보고 이지은의 죽음이 이지은 자신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의 이어폰 줄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진서준(조보아 분) 역시 낌새를 눈치챘다.

그래서일까? 길수현은 '실종자가 죽었는데 어떻게 사건을 종식시키느냐'며 혹시나 이지은의 죽음이 이지은으로 인해 해고 노동자의 처지가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을 우려한 회사 측의 농간일지도 모른다고 분노하는 오대영(박휘순 분)과 다르게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예고된 실종' 통해 알리는 '해고는 살인이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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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 실종느와르 M >은 질문을 던지고 끝난다. 분노하는 오대영의 뜻에 따라 끝내 이지은의 자작극이었다는 진실을 밝혀야 했을까? 아니면 이지은 앞에서 홀로 눈물을 흘렸던 길수현처럼 이지은의 결정을 존중해야 했을까? 몸으로 뛰는 형사 오대영과 머리로 사건을 그려 가는 전직 FBI 요원 길수현의 캐릭터만큼 대비되는 그들의 가치관처럼, < 실종느와르 M >은 스스로 자신이 목숨을 던져가며 아버지와 삼촌들의 죽음을 알리려 한 이지은의 결정에 대한 판단을 시청자의 몫으로 남긴다.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진 건, 비단 사건에 대한 판단만이 아니다. 이번 편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것은 '쌍용 자동차 정리 해고' 등 실제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살인적 현실이다.

2009년에 시작된 쌍용 자동차 노동자 해고 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2014년 사측의 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그 과정에서 동료를 배신했다는 자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혹은 회사측의 손해 배상 소송에 못 이겨, 그리고 절망감에 못 이겨 28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 누구도 그들의 죽음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 실종느와르 M > 6회, '예고된 살인'은 극중 자신을 킬러의 손에 희생양으로 던지면서까지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을 알리고자 한 이지은처럼, '쌍용 자동차'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위기에 몰린 노동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아무도 죽인 사람은 없다지만 누구나 죽인 사람을 알고 있는 사건 앞에서, 이지은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아빠가 죽은 것도 삼촌들이 죽은 것도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도저히 버틸 수도 살 수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정말 잘못이 없을까요? 사람이 죽는데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죽기 전에 제가 그릴 수 있는 마지막 그림을 그렸어요. 아빠의 죽음도, 아저씨들의 자살도 결국은 결국은 살인이니까 기억해 주세요. 이 죽음들을...이제 죽지 말아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실종느와르 M 김강우 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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