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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넘어가는 과정은 다사다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며 살 거냐고? - 기자 말

"아이가 생겼어요"
 "아이가 생겼어요"
ⓒ 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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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에 결혼한 지 1년 만에 한비가 생겼다. 내 안에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모든 사람들에겐 세상에 하나뿐인 씨앗들을 품고 있을텐데, 과연 이 아이는 어떤 씨앗이 잠재되어 있을지 궁금했다.

산부인과에 다니면서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임신 후 초기에 양수검사, 제대혈검사, 기형아 채혈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했다. 그리고 매달 초음파 검사로 아이가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때마다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 아이가 기형아이면 못 태어나게 할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검사를 하는 걸까?"

검사비용으로 산부인과 갈 때마다 십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 매달 초음파 검사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에게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겠냐고 물었다. 위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안 받고는 내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어머니 될 사람이 편의 대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라며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갈림길 속에서 나의 길을 선택할 때 흔들림이 덜 했다. 하지만 아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망설임이 많아졌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그만큼 크게 다가온 듯 했다. 특히 출산과 관련된 의료지식이 전문의보다 적기에 확신에 찬 선택을 하기가 어려웠다.

호주에서 두 아이를 낳은 후배가 산모가 건강하면 아이 낳는데 문제가 없다는 조언이 힘이 되었다. 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야 아이도 불안해하지 않고 나올 수 있을 거 같아 자연출산을 알아보았다.

조산원에서 출산 당일 날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조산원에서 출산 당일 날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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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같이 아늑한 공간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 남편과 같이 있고 싶었다. 그리고 분만하기 전 '굴욕 3종 세트'라고 산모들에게 알려진 제모, 관장,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고 최대한 나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낳고 싶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조산원에 방문했다. 다행히 산모가 건강한 상태이긴 하지만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 예정일 2주 전에 와서 한 번 검사하고, 진통이 느껴질 때 분만하러 오면 됐다. 절차도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했다. 조산사는 산모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해주었다. 출산에 대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과 방법은 다양했다. 출산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책, 지인을 통해 경험자에서부터 전문가들까지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개개인마다 조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은 없었다. 천차만별의 정보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가를 묻는 것이었다.

드디어 이틀간의 산고 끝에 조산원에서 한비를 출산했다. 40주라는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한 생명이 세상으로 나왔다. 이 아이가 독립해서 떠나기 전까지 우리와 함께 어떠한 세상을 그리며 성장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태그:#자연출산, #조산원, #열린가족조산원, #임신, #디지털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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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탐험을 좋아하고 현재 덴마크 교사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기발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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