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가 전격적인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양 팀은 지난 2일 롯데 소속이던 장성우-윤여운-최대성-이창진-하준호가 kt로, kt 소속이던 박세웅-안중열-이성민-조현우가 롯데로 이적하는 5대 4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총 인원만 9명에 해당하는 대규모 트레이드다.

이번 트레이드는 양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시즌 초반 신생구단의 한계를 드러내며 부진에 빠져있던 kt로서는 당장 활용 가능한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영입하며 선수층의 무게를 높였다. 특히 최대 약점이던 포수(장성우)와 좌타자 부재(하준호)를 해결해줄만한 자원은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강속구 투수인 최대성의 영입으로 투수진을 강화한 것도 의미가 있다.

즉시 전력 확보한 kt, 유망주 데려온 롯데

롯데는 팀 내에서 포지션이 중복되어 활용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을 내준 대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주 자원들을 확보하여 세대교체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박세웅, 이성민, 조현우까지 3명의 투수들을 데려오며 마운드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모습이다.

많은 선수들이 자리를 이동했지만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역시 장성우와 박세웅이다. 공격형 포수로 꼽히는 장성우는 2009년 프로에 데뷔하여 일찍부터 대형 포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롯데에서는 부동의 주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강민호의 그늘에 가려서 많은 경기를 나설 수 없었다.

장성우는 프로 통산 234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2할 4푼 2리, 6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22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할4푼5리 12안타 3홈런 12타점으로 데뷔 이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포수 라인이 약한 kt에서는 장성우가 당장 주전으로 중용되어도 손색이 없다. 타격 능력도 준수하여 주전으로 출장하면 두 자릿수 홈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롯데에서 강민호가 포수 마스크를 쓸 때는 종종 장성우가 1루수로 나선 경험도 있다. kt로서는 장성우의 영입으로 공격과 수비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kt에는 용덕한이 있지만 24경기에서 타율 .164, 1타점 3득점에 그치며 공격과 수비 모두 아쉬운 모습이다. 장성우가 가세하면 경험이 많은 용덕한이 백업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장성우와 용덕한이 kt에서 다시 만나 주전경쟁을 펼치게 된 인연도 이채롭다.

포수 출신인 조범현 kt 감독은 팀 내에서 대형 포수가 차지하는 비중과 팀 공헌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감독은 쌍방울 코치 시절 유망주였던 박경완을 리그 최정상의 포수로 육성했던 경험이 있다.

박경완의 전성기였던 쌍방울이나 SK 시절 활약에서 보듯이, 팀내에 뛰어난 포수의 존재는 그만큼 마운드에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가뜩이나 특급 포수 자원이 희귀한 국내 프로야구에서 아직도 만 25세에 불과한 장성우가 충분한 기회가 보장될 신생팀에서 꾸준히 성장한다면, kt는 향후 10년 동안 포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트레이드의 성패, 성적으로 보여줘라

하지만 박세웅을 내준 것은 kt 팬들로서는 못내 아쉬울 것이다. 박세웅은 미래의 kt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재목이었다. kt에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던 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비록 승리를 따냈지만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되면서 끝내 KT에서는 첫 승의 한을 풀지 못한 채 프로 데뷔팀을 떠나게 됐다.

1995년생으로 이제 갓 20세에 불과한 박세웅은 비록 이번 시즌 6경기에 등판하여 28이닝동안 승리 없이 4패, 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허약한 팀 타선과 수비의 지원 부족, 신인으로서 경기 완급조절의 부재 속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앞으로 경험만 쌓이면 충분히 준수한 선발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kt로서는 당장 박세웅의 잠재력을 기다려줄 만한 여유가 없었다. kt는 현재 3승 24패(.111)라는 최악의 성적에 그치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kt보다 불과 한 계단 위인 NC도 12승 14패(.462)로 kt와는 무려 9.5게임 차이가 난다. 이는 선두 삼성과 9위 NC간 승차(6게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kt는 현재 8연패의 수렁에도 빠져있다.

kt의 이번 결정은 결국 지난 오프 시즌 전력보강이 부실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꼴이다. kt는 올 시즌 1군 데뷔를 앞두고 기대만큼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고 소극적인 전력보강을 결국 개막과 동시에 kt를 '승수자판기'로 전락시켰다.

야구단 창단을 주도했던 당시의 수뇌부와 현재가 다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진즉에 FA 시장과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면, kt가 섣불리 팀 내 최고의 유망주 투수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아야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kt의 이번 트레이드는 최악의 상황에서 그나마 차선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kt가 당장 전력을 끌어올리기위해서는 트레이드밖에 방법이 없었고, 원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kt로서도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출혈은 불가피했다.

박세웅의 잠재력이 아쉽긴 해도 유망주는 아직 유망주일 뿐이다. 그 대신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데다 나이도 아직 젊은 차세대 포수 자원을 얻었다. 박세웅의 공백은 향후 홍성무, 주권 등 아직 기대를 걸어볼만한 유망주 투수들로 위안을 삼아야한다.

트레이드는 어차피 팀이 가장 절실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하여 내린 선택이다. 위험부담을 의식하면 어떤 트레이드도 시도할 수 없다. 트레이드의 성패 여부는 나중에 걱정할 일이고,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은 앞으로 kt의 성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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