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급한 kt가 전력보강을 위해 차세대 '토종 에이스'를 내주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kt의 투수 박세웅과 조현우, 이성민, 포수 안중열을 롯데로 보내고 롯데로부터 투수 최대성, 포수 장성우, 윤여운, 외야수 하준호, 이창진을 받아오는 4-5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2일까지 3승 24패로 1할 승률조차 위태로워진 kt는 전력 강화를 위해 모험을 단행했다. 훗날 리그 대표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내주었다. 롯데 역시 차세대 에이스를 얻기 위해 강민호의 확실한 백업이었던 장성우를 보내는 출혈을 감수했다.

 

미래의 에이스까지 포기할 정도로 성적이 급했던 kt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4년 kt에 입단한 박세웅은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다승 공동 1위(9승), 탈삼진 1위(123개)에 올랐던 투수다. 조범현 감독은 일찌감치 박세웅을 kt의 차세대 에이스로 낙점하고 올 시즌 선발 한 자리를 맡겼다.

 

박세웅은 올 시즌 6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해 4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적도 있지만 지난 1일 NC다이노스전에서는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1군 데뷔 한 달 만에 트레이드 카드로 쓰이고 말았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박세웅은 '트레이드 절대불가' 선수였다. 하지만 팀이 3승 24패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외'를 두는 것은 무의미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박세웅은 아직 1군에서 데뷔 첫 승조차 올리지 못한 풋내기 신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박세웅의 성장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트레이드 판이 커지면서 박세웅과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이성민은 작년 11월 kt가 특별지명으로 NC에서 선발한 투수다. NC 역시 2013년 특별지명으로 선발한 송신영(넥센 히어로즈)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한 바 있지만, 이성민은 아직 만 25세의 젊은 투수다. kt쪽에서 박세웅과 이성민의 미래를 걸고 너무 위험한 거래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그만큼 kt가 타선 보강이 급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0일 LG 트윈스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윤요섭과 박용근은 kt 합류 후 나란히 2할대 초반의 타율에 그치고 있다. kt 입장에서는 올해 3홈런을 친 장성우와 타자 전향 후 빠른 적응력을 보이는 하준호의 합류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다만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던 박세웅이 이탈하면서 선발진의 공백이 생겼다. 기껏 타선을 보강했더니 마운드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조범현 감독이 새로 가세한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7년 차 백업포수 장성우, kt에서 주전 마스크 쓸 수 있을까

 

연봉 10억 원을 받는 롯데의 포수 강민호는 올해 롯데가 치른 27경기 중 22경기에만 선발로 출전했다. 강민호의 뒤에는 프로 7년 차의 든든한 백업포수 장성우가 있기 때문이다.

 

장성우 선수는 고교 시절부터 강한 어깨와 공격적인 투수리드로 정평이 나 있었다. 2012년 경찰 야구단 입단 후 타격마저 일취월장, 2013년 퓨처스리그에서 .382라는 놀라운 타율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롯데의 백업포수로 활약하며 타율 .274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강민호와 장성우를 보유한 롯데의 안방은 언제나 다른 팀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장성우는 FA포수 강민호와 같은 팀이라는 이유로 주전 입성이 쉽지 않았다. 결국 롯데는 장성우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문제는 장성우와 윤여운의 동시 이적으로 당장 롯데의 포수층이 몰라보게 얇아졌다는 점이다. 박세웅과 함께 이적해 온 안중열이 백업포수를 맡는다고 해도 장성우가 있던 때에 비하면 주전 강민호가 느낄 부담은 대단히 커질 것이다.

 

2004년 부산고 졸업 후 롯데에 입단해 11년 동안 롯데에서 활약한 '파이어볼러' 최대성은 끝내 고향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신생 구단으로 이적하게 됐다. 물론 kt에서는 더욱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성에게는 선수생활에 좋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떠난 선수들의 부재는 아쉽지만,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과 기량을 가진 '영건' 박세웅의 가세는 롯데 마운드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송승준의 힘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약관의 박세웅은 이상화, 고원준(상무) 등과 함께 롯데 마운드의 세대교체를 이끌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함께 롯데로 이적해 온 이성민 역시 2013년 1군에서 57.2이닝을 던지며 3승 4홀드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고전하고 있는 롯데 불펜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1군 경험이 전무한 좌완 조현우는 올 시즌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워야 할 유망주다.

 

1차 트레이드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kt가 판을 더 키워 추가 트레이드를 단행할 거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kt가 내세운 카드에 박세웅이 포함됐으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즉시전력감이 급했던 kt와 이를 이용해 미래의 에이스감을 얻은 롯데. 아직 이 트레이드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2015.05.03 14:45 ⓒ 2015 OhmyNews
KBO리그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장성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