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다. 전북의 '투지'를 상징하는 측면 수비수 최철순이 전북 서포터즈 MGB와 관중석에서 어울려 응원을 한 것이다. 부상 중임에도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이 경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일 오후 3시 5분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맞수 대결에서 왼발 골잡이 에두의 멋진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리그 선두(9경기 22점, 7승 1무 1패 14득점 6실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수원, 염기훈 왼발 못 살려

황금 연휴인 토요일 오후 전주성에는 3만 410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전북 최강희 감독도 팬들의 열망을 반영하듯 시작부터 '에두-이동국' 투톱을 내세워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전반전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경기 시작 후 15분 만에 수원의 미드필더 권창훈에게 아찔한 오른발 돌려차기를 허용하며 정신을 못 차린 전북은 최근 물오른 왼발 염기훈의 프리킥 세트 피스에서 더 흔들렸다.

염기훈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수비수 양상민과 미드필더 김은선의 머리에 번갈아 배달됐지만, 끝내 전북의 골문을 흔들지는 못했다. 후반전에 몰려올 전북의 '닥공' 바람을 생각한다면 여러 차례 얻어낸 염기훈의 왼발 세트 피스 기회 중 하나라도 건져 올렸어야 했다.

후반전 시작 후 3분도 안 돼 전북에게도 직접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가 주어졌다. 에닝요가 19미터 지점에서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 찬 공은 수원 골문 크로스바를 때리고 관중석으로 넘어갔다. 아쉬웠지만, 전북의 '닥공'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그런 면에서 여러모로 대조되는 경기일 수밖에 없었다. 수원 블루윙즈와 FC 서울의 맞대결이 오래 전부터 슈퍼 매치로 각인됐지만 전북과 수원의 맞대결도 그에 못지 않는 슈퍼 매치 흐름이 만들어졌다. 더구나 올 시즌에는 묘하게도 친정 팀을 상대해야 하는 선수(전북-에두, 조성환 / 수원-염기훈, 서정진)가 늘었기 때문에 더욱 긴장감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전북, 후반전 '닥공' 통하다

결국 활짝 웃은 팀은 홈 팀 전북이었다. 65분 기막힌 선취골이자 결승골이 에두의 왼발 끝에서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레오나르도의 찔러주기도 좋았고, 공을 밀어준 이재성의 왼발 패스 감각도 수준급이었다.

연결을 받은 에두는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수원 골키퍼 노동건에게 1차로 밀어 넣기 시도가 막혔지만, 곧바로 자기 허벅지에 맞고 떨어지는 공을 향해 왼발 안쪽 발리슛을 노렸다. 각도가 거의 없어 수원 수비수 조성진이 몸으로 막아낼 것 같았지만, 공 하나가 빠져나갈 바로 그 공간으로 찔러넣은 것이다. 골잡이의 섬세한 기술이 돋보이는 명장면이었다.

이렇게 친정 팀의 골문을 흔든 에두 덕분에 전북의 '닥공'이 멋지게 입증됐고 5분 뒤 추가골이자 쐐기골이 터졌다. 레오나르도의 직접 프리킥이 아름답게 휘어들어간 것이다. 전반전에 훨씬 많은 프리킥 기회를 얻고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수원으로서는 더욱 뼈 아픈 패배였다.

70분, 선취골의 주인공 에두의 드리블을 막다 수원 수비수 양상민이 반칙을 저질렀고, 그 자리에서 직접 프리킥이 주어졌다. 수원 골키퍼 노동건으로서는 프리킥 위치상 직접 슛이 날아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전북이 자랑하는 오른발 레오나르도는 띄워주기를 올려주는 척 하다 직접 휘어차 넣었다.

수원은 한 골이라도 따라붙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왼쪽 무릎 위 근육을 다친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의 빈 자리가 너무나 커 보였다. 종료 직전 '염기훈-신세계-정대세'로 이어진 오른쪽 측면 공격이 멋지게 맞아 떨어졌으나 정대세의 오른발 돌려차기를 전북 골키퍼 권순태가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이제 전북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마지막 경기로 산둥 루넝 FC(중국)와의 홈 경기를 오는 6일 오후 7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인다. 승점 1점 차이로 2위 싸움을 펼쳐야 하기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경기다. 수원도 전북보다 하루 전인 어린이날 오후 6시에 베이징 궈안(중국)을 빅 버드로 불러들여 G조 1위로 16강에 올라갈 포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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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결과(2일 오후 3시 5분, 전주월드컵경기장)

★ 전북 현대 2-0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에두(65분), 레오나르도(70분)]

◎ 전북 선수들
FW : 에두, 이동국(85분↔이상협)
MF : 레오나르도(76분↔한교원), 이재성, 최보경(76분↔정훈), 에닝요
DF : 이재명, 김형일, 조성환, 김기희
GK : 권순태

◎ 수원 선수들
FW : 정대세
AMF : 염기훈, 권창훈, 이상호(77분↔백지훈), 고차원(50분↔서정진)
DMF : 김은선(67분↔카이오)
DF : 홍철, 조성진, 양상민, 신세계
GK : 노동건

◇ K리그 클래식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9경기 22점 7승 1무 1패 14득점 6실점 +8
2 울산 현대 8경기 14점 3승 5무 12득점 6실점 +6
3 수원 블루윙즈 9경기 14점 4승 2무 3패 15득점 11실점 +4
4 포항 스틸러스 8경기 13점 4승 1무 3패 12득점 9실점 +3
5 전남 드래곤즈 8경기 13점 3승 4무 1패 8득점 7실점 +1
6 제주 유나이티드 8경기 12점 3승 3무 2패 10득점 5실점 +5
7 성남 FC 9경기 11점 2승 5무 2패 8득점 8실점 0
8 광주 FC 8경기 9점 2승 3무 3패 11득점 12실점 -1
9 FC 서울 9경기 9점 2승 3무 4패 8득점 14실점 -6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8경기 6점 6무 2패 6득점 8실점 -2
11 부산 아이파크 8경기 5점 1승 2무 5패 6득점 11실점 -5
12 대전 시티즌 8경기 4점 1승 1무 6패 4득점 17실점 -13
축구 전북 현대 리얼 슈퍼매치 에두 K리그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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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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