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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곳에서 치러진 4.29재보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 재보선 참패 굳은 표정의 문재인 전국 4곳에서 치러진 4.29재보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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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의 패배는 참혹했다. 수도권 3석과 광주 1석을 모두 잃었다.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야권연대' 지역으로 선정돼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되었던 곳이다. 야권 지지세가 강한 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패배는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패배의 충격 이상으로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를 대하는 패장의 무덤덤함이다. 선거 이튿날인 4월 30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우리당이 패배한 것일뿐, 국민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는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할 것이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로 전국구 반열에 오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연합에 좋은 분이 많다, 의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빼오고 싶다, 다 뒤집어야겠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시점에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는 문 대표의 말은 선거결과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패배의 교훈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선거결과로 가장 위험해진 사람은 문재인 대표다. 과연 그는 야당대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4월 30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문재인 지도부 체제 유지에 합의했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1년 재보궐선거를 대하던 한나라당의 모습

2011년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 등 전략지역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거세게 성토하는 등 지도부 책임을 물었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2011년 4월 29일자
▲ 4년 전 재보선 참패한 한나라당 분위기는... 2011년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 등 전략지역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거세게 성토하는 등 지도부 책임을 물었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2011년 4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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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패배한 새정치연합의 공동대표 김한길, 안철수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 뿐 아니다. 4.29 재보선과 유사했던 2011년 4.27 재보선은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성남 분당을, 전남 순천, 강원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고 유일하게 경남 김해을에서 승리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성남 분당을은 51%(손학규) vs.48%(강재섭), 강원지사 51%(최문순) vs.46.6%(엄기영) 차이로 졌다. 이번 4.29 재보선 1, 2위 표차와 비교하면 매우 아깝게 패배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2011년 4월 28일, 선거 이튿날 한나라당은 어떠했나. 누가 공천을 했는지, 지도부는 언제 물러날 것인지 등을 놓고 고성이 오갔다. 당 지도부 회의결과 '지도부 총 사퇴 후 비대위 구성'으로 뜻을 모았다. 언론에 나타난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적나라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오늘부터 시작됐다(김형오 전 국회부의장)'에서부터 '청와대가 주장한 이 대통령 지지율 40~50%는 허구로 밝혀졌다(권영진 의원)' 등 권력을 향해 날을 숨기지 않았다.

'이기는 정당'을 전면에 내걸고 당대표에 취임한 문재인 대표의 초반 기세는 대단히 순조로웠다.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선언하며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30% 가까이 기록하는 등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이번 재보선 참패로 문 대표는 책임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새정치연합 의원 일부는 그의 대표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당분간 문 대표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을 듯하다. 야권 내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질문, 도대체 왜 졌는가?

이기는 DNA를 가져서일까? 4년 전 1승 3패한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당 지도부를 총사퇴시켰다. 그들은 아깝게 패배했는데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었다. '분당을'에서 졌으면 다른 수도권은 볼 필요도 없다며 아우성을 쳐댔다. 그리고 그들은 1년 후인 2012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지는 DNA를 가져서일까? 야당은 패배에 의연한 모습이다.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새정치연합은 왜 야권의 성지에서 이토록 지리멸렬하게 패배했는가. 1, 2위 표차를 본다면 4년 전 한나라당보다 더욱 심하게 외면받았다. '관악을'에서 졌으면 다른 수도권은 볼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차기 총선이 불과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관악을은 정동영 후보만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성남 중원은 공천을 좀 더 잘했더라면, 인천 서강화을은 새누리당의 아성이었으니까, 광주 서구을은 새누리당 후보가 된 것은 아니니까… 이는 변명일 뿐 분석은 아니다.

정동영은 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는가. 성남 중원은 왜 그토록 일방적으로 무너졌는가. 공천에 문제는 없었나. 광주 서구을 역시 천정배 후보는 왜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그렇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왜 그토록 새정치연합을 외면했나.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91.7%나 지지해준 광주 서구을 유권자들은 무슨 이유로 대표가 된 이 사람을 이토록 곤혹스럽게 만들었나.

선거패배 여파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대표 거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5월 1일자
▲ 문재인 체제... 순항할까? 선거패배 여파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대표 거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5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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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패인분석이 용이한 세 곳을 뺀 나머지 한 곳, 광주 서구을의 표심에 대해서는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가장 아픈 곳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와 소위 동교동계 인사들이 '살려달라'고 읍소한 상황에서 보란듯이 52.3%의 몰표를 천정배 후보에게 던진 까닭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이 흐름은 내년 총선에서도 유효한 것인가.

만일 몇몇 새정치연합 호남지역 의원들이 탈당하고 천 의원과 손잡고 여기에 전북에 지역적 연고가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이 합세해 새로운 '호남 자민련'을 창당한다면? 이번 재보선에서 보여준 광주 서구을의 52.3%는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총력을 다해 지원한 조영택 후보의 특표율 29.8%와 너무나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호남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애정을 보여온 이 정당에 왜 이토록 화가 난 것일까.

문재인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기회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한 가지 사실, 문 대표는 당을 장악하지 못했다. 장악의 방식은 다양하다. 힘으로 누를 수 있고, 대화로 설득할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지 문 대표에게는 '그것' 없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번에 거사에 성공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2의 천정배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압도적 차기 지지율 1위인 문 대표는 관악을 여론조사 결과가 위태롭게 나오자 결정적 순간에 '동교동계'와 손을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동교동계는 전면에 나섰지만 문 대표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었다. 그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대목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 모두 다 했지만 다 잃었다는 점이다.

48%.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전국 득표율이다. 문 후보는 +2%만 올리면 자력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그리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의 모든 시계는 다음 대선을 향해 있다. 그러나 4월 29일로 그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섰다. 간신히 당 대표 지위만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그것마저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다.

과연 대권의 꿈을 꾸고 있는 문 대표에게 기회가 있을까?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차기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승리를 자신의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곤란하다.

그리고 당 전략통 교체가 시급하다. 새정치연합의 선거막판 판세분석은 '4승 아니면 4패'였다. 그리고 그들은 4패를 했다. 당의 선거전략을 총괄하는 전략본부장의 선거 전날 예상이 그러했다. 도대체 이와 같은 판세분석으로 무슨 전략을 세웠단 말인가.

공천을 잘못했고, 선거전략도 잘못 세웠다. 그렇다면 재출발의 실마리는 거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승리하는 공천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전략본부장 교체 등을 통한 전면쇄신이 필요하다.

그것 없이 지금처럼 선거결과에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면 문 대표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4.29재보선,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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