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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맹종죽 테마파크 '숨 소슬' 입구입니다.
 거제도 맹종죽 테마파크 '숨 소슬' 입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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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어떤 일이 많이 생겨남을 비유"한 말입니다. 실제로는 "비가 온 뒤 여기저기 돋아나는 죽순"이란 의미의 사자성어는? 아시겠지만 '우후죽순(雨後竹筍)'입니다. 과연 사실일까?

힐링 여행, 거제도 맹종죽 테마파크 '숨 소슬'

지인과 함께 대나무에 '팩트'를 맞춘 힐링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가봤던 전남 담양 대신 새로운 대나무 여행지로 정비한 경남 거제를 선택했습니다. 알고 보니, 담양은 죽세공으로 쓰이는 '왕대', 거제는 식용인 '맹종죽'으로 유명하더군요. 먼저, 거제도의 시인 김용호 님의 대나무 관련 시부터 한 수 읊지요.

  대나무 숲에서
                                  김용호

대숲에 누구 없이 가만히 걸어간다
더러운 뉴스들로 진저리 몸살 나는
눈과 귀 가슴을 열어 댓잎으로 쓸어 본다

그렇다 산다는 게 허접 쓰레기 마냥
따지고 보면 하나 소중할 게 없건마는
그렇게 떨며 살았나 무엇을 지키려고

이리 빽빽 밀생해도 다투는 법이 없다
새순 솟을 자리들은 선배들이 비워놓고
내미는 봉오리마다 힘 모아 응원한다

지난 수요일(29일), 거제 하청면의 맹종죽 테마파크 '숨 소슬'에 섰습니다. 이는 거제맹종죽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더군요. 바람직하게 여겨집니다. 입구에는 맹종죽으로 만든 수공예품 판매장이 있더군요. 커피 잔에서부터, 찻잔, 죽비, 악기, 밥그릇, 연필통 등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또 대나무 목걸이 만들기, 대나무 활 만들기, 대나무 교육농장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져 있습니다.

60년 만에 꽃핀다는 대나무 꽃 피면 죽는 이유는?

거제도에는 지금, 한창 제철인 죽순이 말 그대로 '우후죽순' 자라나고 있습니다.
 거제도에는 지금, 한창 제철인 죽순이 말 그대로 '우후죽순' 자라나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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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대나무의 대명사 맹종죽순이 쑥쑥 크는 소리 들리시나요? 귀 기울여 보세요!
 식용 대나무의 대명사 맹종죽순이 쑥쑥 크는 소리 들리시나요? 귀 기울여 보세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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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립니다. 에구~, 가는 날이 장날. 차분히 대나무 숲에서 죽순 좀 보려했더니, 비가 많이 와 문 닫는다나. 양해 구하고 잠시 대나무 숲에 섰습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싱그러움이 담겼습니다. 보기만 해도 '쭉쭉 빵빵'인 대나무 자태에 기죽습니다. 대나무 숲이 주는 서늘함이 정신까지 맑게 합니다.

와~, 대나무 새싹이라는 '죽순' 천지입니다. 작고 앙증맞은 죽순만 떠올렸는데, 엄청 납니다. 대나무는 하루에도 30~40Cm씩 쑥쑥 자란다더니, 그 말뜻을 알 거 같습니다. 땅에 눈을 고정합니다. '우후죽순'이란 말이 진짜 사실일까, 현장 확인용입니다. 대박~. 땅에서 솟아나는 죽순인 듯합니다. 내민 머리, 쑥 큽니다. 죽순에서 피어오른 잎도 앙증맞습니다.

김용호 시인의 안내로 죽순가공 공장을 찾았습니다. 한창 죽순 손질 중입니다. 죽순을 잘라, 껍질을 까, 알맹이만 담습니다. 그리고 죽순을 삶아 저장합니다. 남기봉 대표(거제농수산물수출영농조합법인)는 "대나무는 대개 60년 만에 꽃이 핀다"면서 "대나무는 꽃이 피고 나면 바로 죽는다" 합니다. 이유는 "꽃이 영양분을 다 먹어 죽순이 자랄 수가 없기 때문"이네요. 더 놀라운 게 있었습니다.

"봉황새는 오동나무에 앉아 노닐고, 대나무 꽃을 먹습니다! 그 만큼 대나무 꽃은 상서로운 꽃입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전설의 새, '봉황새'. 봉황이 대나무 꽃을 먹는다는 건 처음 들었습니다. 상상이 나래를 폈습니다. 대나무 꽃이 보기 힘든 것처럼, 그래서 봉황새를 볼 수 없는 걸까? 조선시대, 극락조를 다스리던 관리부서 '용부'처럼 천상의 세계에도 봉황새를 다스리는 신선이 있을 법한데…. 이런 것들까지 보태면 대나무 관련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이 제철, 식이섬유의 대명사 대나무 '죽순' 드세요!

한창 제철인 거제도 '맹종죽순'을 가공 중입니다.
 한창 제철인 거제도 '맹종죽순'을 가공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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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특산품 '맹종죽순'입니다. 영양과 식감이 다르다네요.
 거제도 특산품 '맹종죽순'입니다. 영양과 식감이 다르다네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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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꽃은 봉황이 먹고, 대나무 새싹 죽순은 사람이 먹지요. 이로 보면 죽순은 사람을 신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듯합니다. 그래 설까, 죽순 슬라이스에는 결정이 들어있답니다. 이 결정은 죽순 고유의 아미노산인 티로신이라네요. 이는 마치 '사리'처럼 여겨집니다. 하여, 스님들께서 죽순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4~5월 지금이 제철인 대나무 죽순의 대명사, 맹종죽순 대부분이 거제에서 재배됩니다. 맹종죽순은 크기가 커 육질과 향, 특유의 아삭거림이 좋습니다."

남기봉 대표는 "죽순 요리는 회무침, 죽, 샐러드, 비빔밥, 구이, 냉채 등 다양하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거제는 죽순 관련 요리가 덜 활성화 돼 담양으로 많이 팔려간다"고 하네요. 담양은 대나무 숲에서부터 죽제용품, 요리까지 대나무 관련 산업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죽순은 식이섬유의 보고입니다. 또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많은 영양 덩어리입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죽순 소비가 아주 높다"네요. 죽순 가격도 "일본은 100g에 2800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0g에 1400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싼 편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죽순 효능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랍니다.

지인과 함께 한 거제도로의 대나무 테마 여행, 나름 의미 깊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것을 아는 즐거움이 여행의 묘미지요.

거제도 특산품 '맹종죽순'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 거제 대우조선 등에 납품 중이랍니다.
 거제도 특산품 '맹종죽순'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 거제 대우조선 등에 납품 중이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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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거제도 특산품, #거제 맹종죽순, #대나무 죽순, #거제도, #테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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