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페이스 공감>의 한 장면

EBS <스페이스 공감>의 한 장면 ⓒ EBS


'성벽을 높이고 문을 굳게 닫았네.....뛰는 가슴 멈출 수 없어. 저 성벽을 넘어 그 별을 찾으러 떠나야 험한 세상 내 사는 이유....사랑이란 구속하지 않는 것.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때로는 아픔도 감수해야 하는 것. 사랑은 눈물'

이 노래는 지난 30일 방송된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김준수가 부른 뮤지컬 <모차르트!>의 '황금별'이다. 김준수는 힘들었던 시절, 자신들을 왜곡하는 세상에 반박하고 싶었던 마음에 이 노래를 즐겨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곡과 JYJ의 '이름없는 노래'의 가사는 비슷하다. 2011년 발표했지만 단 한 번도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던 JYJ의 1집 10번째 트랙이다. 이 곡에는 '2003년 몇 개월의 연습 무대를 마치고' 동방신기가 되었던 이들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탈퇴하기까지의 사연이 담겨 있다. 이 노래의 마지막, 김준수가 나지막이 읊조리는 가사는 '황금별'과 거의 같다. 이 곡에서 김준수와 멤버들은 말한다. '이미 변한 네게. 먼저 돌아설게'라고.

하지만 먼저 돌아선 그들에게 닥친 시련은 혹독했다. 6년간 단 한 번도 가수로 음악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본 적이 없다. 박유천과 김재중은 연기자로 활동했지만, 뮤지컬을 택한 김준수에게 방송은 더욱 먼 길이었다. 그러던 김준수에게 길이 열렸다.

6년 만에 이뤄진 기적...그의 무대는 너무 짧았다

김준수가 <스페이스 공감>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극적이다. 침체기에 접어든 <나는 가수다> 등의 활로로 각종 기사에서 김준수가 언급되었고, 그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모색한 팬들은 <스페이스 공감>에 청원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제작진은 기적같이 이를 수용했다. 굳게 닫혔던 성문이 스르르 열린 것이다.

방송할 수 없음에도 꾸준히 10여 곡이 담긴 솔로 앨범을 냈던 김준수는 6년 만에 방송 무대에 섰다. 기적 같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약 등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가수가 6년 만에 무대에, 그것도 지상파가 아닌 EBS를 통해서야 가능했다는 점은 사실 어이없기도 하다.

6년 만에 돌아온 그의 무대는 감질났다. 드라마 OST인 '사랑은 눈꽃처럼'으로 시작된 그의 노래는 'Reach(리치)' '11시 그 적당함'으로 물 흐르듯 이어졌다. 뮤지컬 배우로서 각종 신인상 및 인기상, 연기상을 휩쓸었다고 자랑하던 그는 "이때 아니면 언제 (자랑)해보겠느냐"면서 씁쓸한 미소를 날리고 뮤지컬 넘버인 '황금별'과 'Loving you keeps me alive(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를 불렀다.

이어 방송을 하지 못하는 가수로, 10곡이 넘는 곡을 3집에 꽉꽉 눌러 담은 가수로서의 소회를 밝힌 김준수는 3집 타이틀 곡인 '꽃'과 수록곡 '나비'를 들려줬다. 드디어 마지막. 김준수는 6년간의 힘들었던 심정을 윤종신의 '오르막길'로 대신하려다 결국 노래를 끝맺지 못했다. 이후 눈물을 닦고 자리로 돌아온 김준수는 최선을 다해 '오르막길'의 끝에 이르렀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무대,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그룹 JYJ

그룹 JYJ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에 만나 오른다면.'(윤종신의 '오르막길' 중)

"마흔이 되어서도 노래를 계속하겠다"는 그의 소회처럼, 6년 만에 돌아온 김준수는 공연에서의 폭발력을 잠시 잠재워둔 채 애절하고 호소력 있는 가창력으로 승부했다. 목소리만이 무기인 양, 그는 최소화된 반주에 목소리를 실었다. 훌륭한 궁수가 활을 가리지 않듯 <스페이스 공감>의 작은 무대에 어울리게 편곡된 그의 노래는 뮤지컬 배우 김준수, 엔터테이너 김준수와는 또 다른 그저 노래 잘하는 가수 김준수를 느끼게 했다. 이를 통해 그는 부진에 빠진 각종 음악 프로그램의 타개책으로 자신이 언급되는 타당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20대의 젊은이를 서른이 되어서야 만나게 되는 한 시간은 아쉬웠다. 더욱 아쉬운 것은 그 한 시간조차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무대가 "힘들다"고 표현한 김준수처럼 그의 음악을 기다린 시청자의 마음도 아팠다.

김준수는 EBS에서라도 기회를 얻었지만, JYJ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은 아직 요원하다. 김재중은 이미 입대했고, <냄새를 보는 소녀>에 출연하고 있는 박유천 역시 입대할 예정이다. JYJ가 지난 2014년 2집을 발표했으니 세 사람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기간까지 생각해보자면 JYJ의 공백은 줄잡아 3년 정도다. 그들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 돌아온다면, 그때는 그들을 맞이해줄 무대가 있을까? 기약할 수 없는 미래가 김준수의 <스페이스 공감> 무대를 더 안쓰럽고 안타깝게 했다.


김준수 EBS스페이스 공감 JYJ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