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개 속으로
 안개 속으로
ⓒ 흔한열정

관련사진보기


지난 4월 15일 스무 살부터 돈을 벌어 스스로 학자금대출을 갚아온 Y씨를 인터뷰했다.

Y씨는 26살이고 현재 한 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사회생활 3년차이지만 급여는 여전히 120만 원 내외다. 그녀는 현재 적은 급여를 쪼개고 쪼개 학자금대출을 갚고 최소한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학자금대출을 갚느라 지나쳐온 청춘이 너무 아깝지만, 다시 돌아간대도 선택의 여지는 없을 거라고 말하는 Y씨. 그가 어떻게 학자금대출을 갚아 왔는지, 어떤 청춘을 보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
못다한 그 사랑도 태산같은데
가는세월 막을수는 없지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가느냐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인생의 애원이란다
지나간 그 옛날이 어제같은데
가는세월 잡을수는 없지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가느냐

- <청춘을 돌려다오>, 나훈아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경기도에 사는 스물여섯 살 여자다. 전공은 국문, 2013년, 스물네 살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OO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정식 사회생활은 4학년 졸업학기에 시작했다. 첫 직장은 한 공기업의 인턴 비서직이었고 그쪽에서 2년여간 일했다.

사회생활 3년차지만 계속 인턴만 하고 있어 월급은 여전히 120만 원 정도다. 최근에는 재직 중인 은행 공채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황당한 시스템인 것 같다. 이미 일하고 있는데도, '진짜 직원'이 되려면 시험을 다시 봐야 하다니.
지금 난 정규직이냐 비정규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직원이냐 가짜 직원이냐의 문제를 겪고 있다.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고, 일 잘한다고, 인턴 그만두지 말라는 얘기도 여러 번 들었지만 어디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건지 가끔 혼란스럽다.

학자금대출은 세 학기 치를 받았고, 이왕 받는 김에 생활비 대출도 약간 받아 총대출금은 1300만 원 정도였다. 한 살 터울의 대학생 오빠가 있어 당시 부모님이 한 학기당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이 1000만 원 정도라, 1학년 때부터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오빠가 군대에 갔을 때는 대출받지 않았다. 현재까지 두 학기 치를 갚았다."

- 학자금대출은 어떤 유형이었나?
"첫 학자금대출은 은행권에서 받아 이율이 무려 9%대였다. 한 달에 원리금(원금과 이자를 합친 돈)으로 15만 원 정도 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있고, 성인이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최대한 해결해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당시 빵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 월 25만 원을 벌어 원리금을 내고 나머지를 용돈으로 썼다. 이후에 두 번 받은 학자금은 국가에서 빌린 돈으로 이율이 3%대로 저렴했다."

- 아르바이트해서 원리금 갚을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 것 같다.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무 살부터 대출금을 걱정해야 했던 현실은 슬펐지만, 내 공부를 위한 돈이고, 성인이기에 부모님이 등록금을 모두 감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을 원망하는 감정보다는, 그게 당연한 것이고, 8번의 등록금 중 5번이나 도와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상환기간은 어떻게 설정했나?
"처음 받은 학자금대출은 2008~2012년 총 5년으로 설정했고, 두 번째는 2010~2013년 총 3년, 세 번째는 2012~2016년 총 4년이다. 아직 갚고 있다. 급여에서 학자금대출을 고정지출로 정해두고 먼저 제한 후에 나머지 돈을 관리하고 있다.

취업해서 학자금대출을 가장 먼저 갚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학자금대출을 포함해 매달 고정으로 빠져나가는 지출을 제하고, 나머지는 적금을 부었다. 그때는 기준금리(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달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금리)가 1.75%가 아니었기에, 갚을 돈을 적금에 붓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미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적은 급여를 쪼개서 힘들게 모은 돈을 한 번에 대출금을 갚는 것으로 쓰고 싶지 않았다. 허탈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사회인이 되고도 상환 액수나 패턴은 바꾸지 않았다. 아직 학자금대출을 다 못 갚은 것을 결코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상환하는 동안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첫 번째 대출 상환기간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두 번째 대출 상환기간을 설정해 두 개의 학자금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했다. 상환금액이 매달 1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늘어났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어렵게 갚고 있는 상황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 엄청 고생했다.

당시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해 한 달에 50만 원 정도를 벌어 힘들지만 상환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졸업하기 전, 4학년이던 2012년에 봄에 첫 번째 학자금대출 상환을 마쳤다."

"내 청춘 너무 아깝지만 선택의 여지 없어"

- 용돈이 부족하지 않았나?
"당연히 부족했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이 거의 학자금대출 상환에 들어갔으니까. 한 번은 친구들에게 밥을 사고 카드로 계산을 하는데 잔액 부족이라고 나온 적이 있다. 분명 내 계산으로는 잔액이 충분해서 밥을 산다고 한 것인데 돈이 없어서 아주 당황했다. 학자금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창피해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은 상태라서 더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통장정리를 해보니 대출금 이자가 두 번 빠져나가 있었다. 바로 한국장학재단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나서야, 두 번째 대출 원리금이 빠져나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월급은 어떻게 쪼개서 쓰고 있나?
"월급 120만 원에서 학자금대출, 부모님께 드리는 돈, 통신비, 교통비를 제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그 적은 돈에서 5만 원씩이라도 적금을 넣으며 가장 최소한의 돈으로 살고 있다."

- 월급도 적은데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나?
"부모님께 돈을 드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효녀라고 하지만, 사회인으로서 부모님께 많지 않더라도 돈을 드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있고, 내가 집에서 먹고 마시는 게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 사회인이 됐는데 너무 팍팍하게 살고 있는 거 아닌가? 경제관념이 너무 투철한 것 같다.
"사회인이 되면 풍족하게 먹고, 입으며 살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학생 때보다 더 빈곤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월급이 120만 원인데, 거기서 보험이나 결혼자금 저금 등 미래도 대비해야 하고, 경조사비도 들어가고, 밥 살 일도 많아지며 알게 모르게 쓰는 돈이 학생 때보다 많아졌고, 건강 문제라든지로 갑자기 돈 드는 일도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돈으로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는 노하우가 있나?
"이런 생활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고정적인 지출과 적금에 돈을 최대로 넣고 남은 최소한의 돈에 맞춰 사는 것에, 슬프지만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돈을 모으려면 쓸 돈을 제하고 남은 돈을 모으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친구들은 나를 악바리라고 부른다."

- 학자금대출을 다 갚으면 뭘 할 건가?
"머지않아 학자금대출 상환이 끝난다. 한 번에 상환이 가능할 정도의 돈을 모았다. 조금만 더 모으면 된다. 그러나 하나씩 학자금 상환을 마칠 때마다 느낀 감정이 '아직 두 개나 남았다', '아직 한 개 더 남았다'였기에, 상환을 완전히 마쳐도 뛸 듯이 기쁘진 않을 것 같다.

나 혼자 힘으로 학자금대출을 갚아냈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빚 갚느라 아등바등 사느라 지나쳐온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학자금대출을 다 갚으면, 아무래도 결혼자금을 모으게 될 것 같다."

- 학자금대출을 갚느라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나?
"나처럼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빚쟁이가 되는 청년들이 많을 거다. 돈을 벌어보기도 전에 천만 원이 넘는 빚을 져야 하는 청년들. 빚이라는 마음의 짐, 사회의 짐을 떠안고 아등바등 살며 취업을 준비하고, 사회인이 되어도 적은 월급과 빚 때문에 자신을 위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청춘이, 정말 너무 아깝다. 그러나,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절감하지만, 다시 어제로 돌아간다 해도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가내수공업 청년잡지 <흔한열정>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www.comecommon.com) 작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학자금대출, #120만원, #인턴, #비정규직, #청년빈곤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미디어홍보 간사 - 가내수공업청년매거진 <흔한열정> 편집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