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휴먼다큐 <사랑>의 한 장면.

5월 4일 방송되는 MBC <2015 휴먼다큐 사랑> '단 하나의 약속' 편의 한 장면. 고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와 두 자녀. ⓒ MBC


"비행기를 타고 시간여행을 가서 아빠가 입원을 못 하게 하고 현재로 돌아오면 아빠가 살아계실 거야. 그렇게 못 한다는 게 아쉽지만..."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의 딸 지유 양은 아빠의 사진 앞에 아끼는 젤리 하나를 살포시 놓았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니 시간이 아무리 흐른들 괜찮아질 수 있을까 싶었던 가족이 카메라 앞에 섰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MBC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서다.

29일 오후 MBC 상암 신사옥에서 열린 <2015 휴먼다큐 사랑> 제작발표회에 김진만 CP와 이모현, 김동희 PD가 참석했다. 올해는 고 신해철의 가족을 비롯해, 러시아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스케이터 안현수와 우나리 부부, 한국인 아빠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9살 필리핀 소년 민재, 배우 고 최진실의 두 자녀와 아이들을 키우는 할머니의 이야기까지 네 가족을 담는다. 김진만 CP는 "지금까지 시한부, 장애를 가진 분들의 삶을 담았다면, 올해는 새로운 삶을 사는 분들의 희망을 담고 싶었다"며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든 지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국내 언론 인터뷰 피했던 안현수, '사랑'이라면 하겠다고"

김동희 PD는 신해철의 가족에게 출연을 제안하며 "조심스럽고 죄송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신해철의 아내는 용기를 냈다. 김 PD는 "윤원희 씨는 남편이 비극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경위만 언론에 나온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면서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아버지였는지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하며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게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러운 순간이 많았는데, 가족들이 좋은 의도로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적극 협조해주셨다"고 덧붙였다.

"100번 두드리면 99번은 안 된다"고 그간 섭외의 어려움을 토로한 이모현 PD는 국내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 안현수 선수를 섭외하기 위해 러시아까지 날아갔다. 이 PD는 "워낙 굴곡이 많았던 선수생활이었기에 경솔하게 얘기해서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인터뷰를 피하고 있던 안 선수가 <사랑>이라면 출연하겠다고 했다"며 "10년을 해오며 9년이 힘들었는데, 프로그램이 고생한 것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오는 6월 1일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랑> '진실이 엄마2-환희와 준희는 사춘기' 편의 한 장면.

오는 6월 1일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랑> '진실이 엄마2-환희와 준희는 사춘기' 편의 한 장면. ⓒ MBC


고 최진실의 두 자녀의 경우 2011년 '진실이 엄마' 편으로 출연한 이후 4년 만의 재회다. 이모현 PD는 "최진실 씨 어머니가 악성댓글과 안 좋은 소문 때문에 칩거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고 계실 때 <사랑>이 방송되면서 아이들과 생활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하시더라"며 "어머니는 '최진실-최진영이 잊혀지는 것 같다'고 걱정하셨는데, '다시 방송하면 시청자들이  기억해주지 않겠냐'고 출연을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 PD는 "아이들이 대학교 갈 때쯤 한 편 더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망했다.

김동희 PD는 네 이야기 중 유일하게 유명인이 아닌 민재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특히 민재를 두고 "'코피노'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싶었다"는 김 PD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필리핀 문화에서 코피노가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편견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설명하며 "아빠를 그리워하고, 심지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사랑한다고 하는 순수한 이 아이를 보며 부성은 자연적으로 찾게 되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가족들, 상처 입은 가족들을 <사랑>의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드는 건 10년간 '진정성'으로 쌓은 믿음이다. 김진만 CP는 매년 시리즈로 선보여 온 제작방식을 두고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장기적으로 출연자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면서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자평했다. "우리의 제작방식이 어떻게 보면 인권침해다"라고 표현한 이모현 PD는 "이렇게 오랜 시간 어떤 사람의 인생을 찍는다는 건 서양에서 불가하고, 동양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치가 있는 다큐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때로는 생과 사를 오가는 극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던 PD들은 "도망가고 싶었고, 마치 내가 학대받는 것처럼 지쳤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사랑은 중독"이라며 '그래도 사랑, 지금 사랑'이라는 모토를 강조했다.

한편 <2015 휴먼다큐 사랑>은 오는 5월 4일 오후 11시 15분 '단 하나의 약속'을 시작으로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2부작), '헬로 대디', '진실이 엄마2-환희와 준희는 사춘기'를 매주 월요일 5주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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