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76명을 태우고 인천항을 떠난 여객선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선장과 일부 선원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고, 해경은 구조에 실패했다. 생존자는 172명이고, 구조된 승객은 0명이다. 전 국민은 배가 침몰하는 과정과 실종자 295명이 한 명씩 시신으로 올라오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 기자 말

불법·무능·무책임이 만든 세월호 참사

세월호는 출항 당시부터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졌다. '해사안전법'상 가시거리 800m인 당시 날씨론 출항이 금지됐지만, 세월호만 유일하게 인천항을 떠났다. 불법 증·개축한 세월호는 불법 과적에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도 절반이상 뺐다.

구조 과정도 온갖 의혹에 휩싸였지만 제대로 해소된 것은 하나도 없다.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은 해군의 고속함도, 미군 헬기도, 아시아 최대 수중 발굴 인양선 시뮤주호도, 최고의 해난 구조장비와 경험을 가진 UDT와 SSU 대원들도, 경찰청과 일본 해상보안청의 구조 의사도 모두 거부했다. 그리곤 철수했다. 곧이어 민간 구난업체인 '언딘'이 도착했다.

사건을 진두지휘해야 할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재난 대응 최고기관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은 안전행정부 장관·이하 중대본)로 규정했다. 위험한 결정이었다. 안행부는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2013년 11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재난 대응이 잘 안 될 것이라 걱정한 바 있다. 결국 중대본은 사고 4일 만에 구조 지위에서 손을 놓았다.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해경을 해체했을 뿐이다. 정부는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대응할 카드로 행정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해경 해체'를 선언한 후 11월 18일, 창설 61년 만에 인천시 연수구에 있던 '해양경찰청'의 간판은 철거됐다.

국민안전처 창설, 과연 국민은 안전한가?

지난해 말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기본법'이 개정돼 앞으로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국무총리가 중대본 본부장을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또한 기존 해양경찰과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 안전관리 인력을 통합한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11월 출범해 재난 예방과 대응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국민안전처는 국무총리 소속 장관급 기구로, 차관급인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 그리고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 기능과 소방방재청의 방재기능을 각각 이어받은 안전정책실과 재난관리실, 항공·에너지·화학·가스·통신 등의 분야별 특수재난에 대응하는 특수재난실로 구성됐다.

육상과 해상,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분산된 재난대응체계를 통합하고, 재난 현장에서 전문성과 현장대응력을 강화한 것이 국민안전처 창설의 핵심이다. 차관급 3명을 포함, 정원 1만 39명을 둔 거대 조직으로 출범해 육·해상 재난대응과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고 현장에서 각 본부·부처 간 유기적 협업체계가 이뤄지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은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인식하고,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정부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월호 1주기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재난·안전관리 대응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70.0%에 달한 반면, '향상됐다'는 의견은 25.7%에 그쳤다.

정부가 국민안전처를 출범시킨 후 각종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의 불신이 여전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이 느끼는 안전체감도와 관련해선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68.7%, '이전보다 위험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18.5%로 나왔다. '이전보다 안전하게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11.2%에 그쳤다.

<서울신문>과 에이스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3월 31일~4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가의 안전의식이 변했는가?'라는 질문에 60.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안전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수립... 그러나

세월호 침몰 <자료사진>
 세월호 침몰 <자료사진>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국민안전처는 3월 30일, 54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개최해 향후 5년간 예산 30조원을 투입하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 재난안전 컨트롤 기능 강화 ▲ 현장 재난 대응역량 강화 ▲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 ▲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 등의 5대 전략과 100대 세부 실천계획으로 구성돼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지자체별로 분산돼있던 재난관리체계가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한 통합체계로 전환하고 현장의 재난 대응역량을 강화한다. 소방과 해경의 조직·인력을 확충해 권역별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체계화된 재난대비 훈련을 상시 실시한다. 또한 현장 매뉴얼이 작동 가능하게 핵심위주·행동중심으로 간소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등이다.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도 확대한다. 지자체는 조직과 예산이 부족해 재난관리에 중앙 의존적이라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 재난안전 업무를 기획·총괄하는 재난전담조직을 시·도에 설치하고 재난안전특별교부세와 소방안전교부세를 지원해 안전 분야 재정을 확충한다.

인천시와 산하 군·구는 과연?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논문과 토론회 자리에서 '지방자치제도 개선방안'으로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한 지방분권을 주장했다. 특히 재난안전과 관련한 경찰·소방·방재 분야의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장성이 가장 중요하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자가 책임과 권한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서 '지자체의 안전자치 실현'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재난 대응의 일차적 책임기관이자 재난 현장에 근접한 지자체의 재난 대응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재난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중앙부처에서 안전을 강조하면서 상위 정부기관만 늘리고 있다. 중앙부처의 직제에 따라 광역시·도 인력이 충원되지만 정작 현장 대응력을 높여야하는 기초단체에는 인력이 전혀 충원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인천시 산하 구·군 10개 중 재난업무를 담당하는 '과'를 '관' 또는 '실'로 격상한 지자체는 부평구·서구·남동구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기존 국장 소속에서 부구청장 직속으로 직제를 개편해 부서에 힘을 실어준다고는 하지만, 실제 인력 충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재난관리기금에 대해선 "인천시를 제외하고 구·군 10개는 법정 재난관리기금을 모두 적립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인천시는 현재 재난 관련업무를 4개 과에서 하고 있다. 행정관리국 산하 안전정책과·특별사법경찰과와 소방안전본부 산하 비상대책과·재난관리과가 해당한다.

작년에 국민안전처가 생기고 그에 따라 각 광역시·도에도 조직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기구 등의 시행령'에 의해 올 6월까지 개편을 완료해야 한다.

인천시 조직관리팀 담당자는 "현재 재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4개 과에서 1개 과가 늘어날 예정이다. 또한 행정관리국과 소방안전본부로 나뉘었던 것을 5개 과를 묶어 한 개의 국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신설될 과와 국의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다음 주 행정자치부의 담당자회의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인원은 20여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인천시나 구·군의 행정기구는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서 지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요원해 보인다.

이에 대해 김기현 인천시 재난관리과장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국민안전처가 늦게 생기고, 시행령에 따라 광역시·도도 개편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사안이 발생하면 기존 과에서 업무를 모두 처리했다. 지난 2월에 발생한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때도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고 했다. '업무가 분산된 상황이라 컨트롤타워가 있으면 더 효율적이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동의를 표했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지난 호 <시사인천> 칼럼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건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재난재해도 마찬가지다.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지자체는 신속한 현장대응과 구호에 앞장서야한다. 그 예산이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이다.(중략) 세월호 참사 후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시정부의 약속이 있었음에도, 시의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 확보는 전국 꼴찌 수준이다. 전국 지자체 240개가 법적으로 적립해야하는 재난관리·재해구호기금 중 적립하지 못한 규모는 약 6000억 원이다. 그런데 인천시의 미 적립금은 1600억 원이나 된다'고 개탄했다.

김기현 재난관리과장은 이에 대해 "1997년부터 재난관리기금을 지방보통세 수익금의 1%씩 적립하기로 했다. 올해까지 20년 가까이 된다. 누적액을 환산하면 2100억 원 정도 쌓여야 하는데, 470억 원 정도 된다. 그래서 20%대의 기금이라 말한다"고 한 뒤 "하지만 현재 재난관리기금이 430억 원, 재해구호기금이 330억 원 정도 있고, 예비비가 700억 원 정도 된다. 또한 3000만 원 이상의 큰 재난이 발생하면 국비로 50% 이상 지원하게 돼있어 지금의 재정으로도 아주 큰 재난이 아니면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빠른 시일 안에 경제부시장을 만나서 추경에 다만 얼마라도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박준복 소장은 "경기도는 74%나 적립했는데 그것도 문제라고 지적받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어떤 재난 사고가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식으로 말한다면 법정 재난관리기금을 적립할 이유가 없다.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는 시민들을 계도해야 할 행정공무원이 오히려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게 안전의식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세월호 침몰, #국민안전처, #해양경찰청 해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