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연서.

배우 오연서. ⓒ 웰메이드예당


첫 사극 주연에, '달달한 멜로 감성'도 도전이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강행군을 경험한 직후 쉬려 했지만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놓칠 순 없었고, 숨 고를 새 없이 오연서는 이어 달리기를 했다.

종영 후 만난 오연서는 한층 밝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맡았던 신율 역시 당당하고 감정에 솔직한 인물. 오연서는 "시청자 입장에선 내가 너무 자주 나온다며 식상해 할 수도 있었고, 체력적 문제도 있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시놉시스를 보고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결정했다"고 운을 뗐다.

요즘 유행하는 퓨전 사극이었기에 오히려 큰 부담은 없었다. 장보리의 여운이 남아있던 탓에 사투리를 교정하는 게 걱정 아닌 걱정이었을 뿐, 신율 자체가 실존 인물이 아니기에 오연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갈 여지는 컸다. 극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고민했던 사랑의 감정 "그것 또한 사랑이었죠"

오연서는 작품을 할 때마다 맡은 인물에 푹 빠지곤 한다. 이번 역시 신율에게 이입했고, 종영 후에도 함께 고생한 동료 배우들과 모임을 이어갈 만큼 애정 또한 컸다. "촬영 막바지엔 (상대역인) 왕소(장혁 분) 얼굴만 봐도 애틋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는 오연서는 당시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전했다.

"내게도 이런 면과 감정이 있었다는 걸 알아갔던 촬영이었어요. 미니시리즈 치곤 좀 길었던 24부작이었으니까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도 많았고요. 결말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았는데, 극적으로 만나 사랑이 이뤄지기 보다는 왕소를 기다리는 것 역시 좋아하는 감정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시대엔 사실 보기 힘든 사랑의 모습이죠.

장보리와 달리 할 말은 다 하는 신율이었지만 동시에 남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어요. 드라마를 보시면 알겠지만 대부분 소리 내서 운 적이 없어요. 몰래 울거나, 참으면서 울죠. 그래서 왕소 곁에 갈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가 행복하길 바라면서. 내심 속으로 두 인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연기했습니다." 

이 지점엔 자연인 오연서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진심에 대한 끈질긴 믿음과 신념이었다. 2002년 데뷔 이후 청춘 드라마 <반올림>(2003)에 출연했던 오연서는 승승장구 하는 듯했으나 이후 3년여를 무명처럼 보냈다. 그를 응원했던 부모님마저 계속 연기를 할 것인지 물었을 때, 오연서는 꿈에 대한 믿음을 갖고 뚝심을 발휘했다.

"연기는 인생과도 같다"던 신념은 결국 지금의 오연서를 만들어낸 듯 보인다. 힘든 시기를 잘 넘겨가는 모습에 후배들이 종종 상담할 정도란다. 오연서는 "결국 버팀목은 가족과 친구 같은 소중한 사람들"이라며 "아무리 좋은 말도 힘들 땐 안 들어오는 법이다. 그런 땐 차라리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놀며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나름의 비법을 밝혔다. 단 무조건 노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 좋은 작품을 보면서 목표를 재확인 하는 게 전제조건이란다.

시청률의 여왕? "그것도 좋지만 행복한 일상 가꾸고 싶어"

 배우 오연서.

배우 오연서. ⓒ 웰메이드예당


일일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경험하며 오연서의 팬 또한 늘었다. 특정 연령이나 성별이 아닌 다양한 팬들이 오연서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덕분에 데뷔 이후 첫 팬미팅 또한 계획했다. <왔다! 장보리>와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높은 시청률도 감사할 일이지만, 오연서에겐 데뷔 때부터 힘을 준 팬들에 대한 마음 또한 각별하다.

"팬들과 끝까지 같이 가고 싶어요. 제가 나온 장면을 갈무리하기도 하고 혹여나 기사에 안 좋은 댓글이 달리면 제가 안 봤으면 좋겠다고 걱정하기도 해요. 그게 큰 힘이 되는 거죠. 오는 5월 2일이 팬미팅인데 어느 40대 남성분이 카페에 가도 되냐고 물으시기에 당연히 오시라고 했어요. 팬들과 가깝게 친구처럼 지내고 싶답니다.

시청률은 제 영역이 아닌 하늘의 영역이라 크게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잘되면 잘되는 대로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도 들고요. 인기나 수치보단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이고픈 마음이 가장 커요."

팬들과 만남 이후에는 모처럼 찾아온 휴식기를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이다. 이때를 위해 따놓은 운전면허를 한껏 활용해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며, 운동 또한 실컷 하겠다고 한다. 곧 맞이할 서른이란 나이를 바라보며 오연서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20대는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질풍노도의 시기였다면 30대는 좀 더 안정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성숙해졌고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요. 연기 역시 여전히 화두입니다. 어릴 땐 혼나기 싫어서 연기를 잘하고 싶었다면 이젠 연기가 마음대로 안 따라줄 때 속상하더라고요.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30대가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 고비를 지난 거 같죠? (웃음)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숙한 사람이요. 물론 사람이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흔들리더라도 중심을 잘 잡고 서 있고 싶어요."

이것이 바로 오연서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었다. '행복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는 오연서는 살아가면서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자고 다짐하고 있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휴식 기간이 오연서에겐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오연서 빛나거나 미치거나 장혁 왔다 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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