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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짐이 가벼울수록 즐겁습니다. 인생에서 가진 것이 많을수록 고뇌의 무게가 비례하는 것처럼 실제의 여행에서도 큰 짐은 고통의 무게가 됩니다.
 여행은 짐이 가벼울수록 즐겁습니다. 인생에서 가진 것이 많을수록 고뇌의 무게가 비례하는 것처럼 실제의 여행에서도 큰 짐은 고통의 무게가 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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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은 여행열풍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입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Santiago de Compostela)은 각 구간마다 한국인으로 넘쳐나고 히말라야 트래킹에서 한국인들끼리 몸이 닿으며 길을 비껴가게 됩니다.

서유럽은 물론, 지금 동유럽의 사계절은 한국인들의 차지입니다.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 등 연예인들의 배낭여행 포맷의 TV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곳은 중년한국인 단체여행객들로 비수기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10년 전 동양인이 지나가면 무조건 '곤니찌와!'을 외쳤던 점원들은 어눌한 발음으로 이제 '안뇽하셍요!'를 외쳐 됩니다. 

외국에서 접하는 이런 모습들이 여행목적으로 여권조차 발급받을 수 없었던 우리의 과거를 생각하면 참 반갑고, 한국 여행객들에 의해 현지의 지역 문화가 무시되는 점들을 자주 목도하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제가 하고자하는 얘기는 '여행짐 잘 싸는 법'입니다.  

현재 신문과 방송,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및 SNS에 여행짐싸기 노하우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부피를 줄이는 짐싸기와 공간절약 노하우들이 태반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여행용 물품으로 준비하고 샴푸, 린스 등은 일회용품으로 사용한다.
2. 부피가 작고 건조가 쉬어서 빨래도 쉬운 스포츠타월을 챙기자.
3. 코인 물티슈를 준비하자.
4. 에어 목쿠션을 준비하자.
5. 옷은 말아서 싸거나 함께 접어서 싼다.
6. 부피가 큰 옷이나 소품은 착용해서 몸을 가방대용으로 활용한다.
7. 작은 액세서리들은 신발에 잘 싸서 담는다. 

#2

여행에서 꼭 챙겨야하는 것은 '스마일'입니다. 마주치는 모두에게 빠짐없이 나누어줄 만큼 충분히 챙겨야하지만 가방의 무게는 늘지 없습니다.
 여행에서 꼭 챙겨야하는 것은 '스마일'입니다. 마주치는 모두에게 빠짐없이 나누어줄 만큼 충분히 챙겨야하지만 가방의 무게는 늘지 없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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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노하우도 짐을 크게 줄여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거운 짐은 여행에 쏟아야할 에너지를 가방을 옮기는데 완전히 소진하게 합니다.

여행고수를 판별하는 방법은 짐을 싸는 요령이 아니라 짐의 크기와 무게입니다.

낯설고 시간이 충분치 않은 여행지에서 가방 지퍼의 30cm만 열어 수시로 필요한 물건을 꺼내야하고 단지 몇 분 안에 모두 풀어 흩어놓은 짐을 싸기도 해야합니다. 여행을 떠나기전 자신의 방에서 며칠간에 걸쳐 짐을 싸던 환경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수들은 옷을 접어 싸지도 않으며 더구나 겹쳐 싸지는 않습니다. 그냥 순식간에 쑤셔 넣습니다. 1분정도에 짐 싸기는 끝이 납니다. 

여행지의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다면 짐이 적을수록 유리합니다. 그러므로 짐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 최상책입니다. 그저 이웃나라로 마실 가듯 가벼운 마음을 먼저 챙길 일입니다.

무거운 짐 대신 편한 운동화와 열린 마음이면 여행지 어디에서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무거운 짐 대신 편한 운동화와 열린 마음이면 여행지 어디에서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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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품이 좋다는 충고는 집에 쌓여있는 여러 대체용품을 두고 다시 새로운 것을 구매하라는 충고이며 타월은 물론 샴푸와 린스 정도는 모든 여행지에 구비되어있습니다. 물티슈가 꼭 필요하다면 휴지에 물을 적셔 사용하면 되고 목쿠션이 꼭 필요하다면 기내에 제공된 무릎담요를 활용해도 됩니다. 옷을 겹쳐서 싸거나 말아서 싸면 한 가지를 꺼내기 위해 캐리어를 완전히 펴서 그 모든 것을 풀어야하고 다시 각을 잡아넣기는 길 위에서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몸을 가방으로 대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최악입니다. 날씨와 관계없이 가방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옷을 겹쳐 입었다면 나비처럼 가벼워야할 몸은 천근의 무게가 되고 여행지에서도 여전히 부족한 가방 공간때문에 가방을 하나 더 사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대부분 여행날 수가 늘어날수록 거개는 여행의 짐도 줄기보다 늘기 마련입니다. 하나둘 쇼핑품목이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작은 액세서리를 넣기 위해서 신발을 더 넣어야할지는 의문입니다. 최초에 신고 가는 편한 신발 하나로 여행을 끝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니까요.

제가 여행 시 챙기는 것은 여권, 신용카드, 치솔, 속옷과 양말(여행날짜 수만큼), 추위를 막아줄 점퍼 그리고 책 한권과 노트 한권입니다. 

나머지는 여행지에 모두 있습니다. 여행 중에는 종이 한 장도 무겁습니다. 무거워야할 것은 사유의 깊이이지 여행 가방이 아닙니다. 또한 여행지에서 해야 할 것은 그 현지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지 짐을 다시 싸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여행 짐을 가장 잘 싸는 방법, 그것은 '안 싸는 짐싸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여행짐싸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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