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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청 잔디광장에서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달나라에서 온 옥토끼들.
 부평구청 잔디광장에서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달나라에서 온 옥토끼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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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급격한 온도차로 인해 따스한 봄의 전령사가 무색해지는 계절입니다. 아침 기운이 쌀쌀해 옷을 조금이라도 두텁게 입을라치면, 금방 데워진 날씨에 결국 반팔 한 벌만 걸치기 일쑤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업무능력도 떨어져 점심을 먹고 나면 춘곤증이 몰려옵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는 그저 조금만 걸어 나가 가벼운 산책으로 일상탈출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점심을 부랴부랴 먹고 홀로 부평구청 주변을 거닐었습니다. 구청 잔디광장을 걷다보니 푸르른 초록색 향기가 먼저 반깁니다. 중앙광장에서는 조그만 우리 안에 옥토끼가 늘어져 잠을 청합니다. 구청 안에서 보는 신기한 광경에 오가는 주민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연신 손짓을 이어갑니다.

꽃, 개울, 돌다리 그리고 책 한 권

굴포천 옆 산책로 풍경
 굴포천 옆 산책로 풍경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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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서 우연히 느껴보는 작은 개천의 풍광이 그저 평온한 낙원 그 자체입니다.
 도심 속에서 우연히 느껴보는 작은 개천의 풍광이 그저 평온한 낙원 그 자체입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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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을 나와 인근 굴포천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형형색색의 이름 모를 꽃들이 환한 인사로 주민들을 반겨줍니다. 개울가에서 넘어오는 시냇물 소리가 탁한 마음의 청량제가 되어 줍니다. 마치 큰 숲속의 오솔길 같이 길게 뻗은 산책길이 나른한 오후의 비타민이 되어 줍니다. 한가로이 지저귀는 새소리가 잠시 지나가는 방랑객의 친구가 되어 줍니다.

올망졸망 박혀있는 돌다리 위에서 흐르는 물을 지긋이 바라봅니다.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여진 도심 속 작은 개천은 어느 누구에게나 맑은 공기와 쉼터를 선사해줍니다. 일상 속 작은 탈출이 이렇게나 평온한 행복함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먼 길입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었다 가보세요.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방에서 꺼내든 책 <일상에서의 작은 깨달음>의 한 구절을 읽어봅니다.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일부러 큰 계획 잡지 않아도, 먼 곳을 갈 요량으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그저 인근 쉼터를 찾아 자연에 몸을 맡기면 그만입니다. 내 마음이 흘러가는 그곳을 따라 무심히 걷다보면 일상 속 작은 행복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산책을 끝내고 되돌아나오는 길에 마주친 벛꽃의 향연
 산책을 끝내고 되돌아나오는 길에 마주친 벛꽃의 향연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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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청은 4월을 추모의 달로 기념하면서, 잔디광장과 구청 곳곳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걸어놓았습니다.
 부평구청은 4월을 추모의 달로 기념하면서, 잔디광장과 구청 곳곳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걸어놓았습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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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잠시 내려놓아보세요. 그리고 일상에 '툭'하고 돌을 던지듯 마음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언어로 자연과 함께 호흡하다보면 그곳이 바로 내가 찾던 평온의 낙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무릇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자신과 마주해 보세요 /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가만히 돌아보세요 /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 그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 지금 나는 행복한지 / 과연 어떤 것이 행복인지 / 바쁘게 달려오던 삶의 속도에 제동을 걸고 / 잠시 멈추어 보세요 / 자신과 마주할 고요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 삶에도 쉼표가 필요합니다." - <쉼표> 중에서


태그:#일상 속에서의 작은 깨달음, #쉼표, #행복, #부평구청,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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