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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부터 나오지 마."

지난 22일 수요일 오후 7시 저는 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했습니다. 본래 세 명이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알바생이 일요일 출근만 하고 그만 두면서 둘이었지만, 마침 수요일 배달 기사님이 휴일이었던지라 저 혼자 일했습니다.

주유소 기사로 취업했지만, 주로 주유와 세차장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그날 저는 몸살기가 있어 업주에게 "몸살이 생겨 내일 못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업주는 "출근하고 오후에 잠시 병원 다녀오라" 했습니다. "몸살이란 게 쉬어야 나을 병인데 새벽부터 나와 일하면 힘들어 어떻게 일이 되냐"면서 하루 쉬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업주는 주유소는 쉬는 게 없다면서 계속 나오라 했습니다. 그래서 "주유소에 월차도 없고, 연차도 없으니 그럼 내일 하루 결근 처리 해달라"고 했습니다. 업주는 "내일 나올래, 말래? 두 가지 중 하나만 말해라"고 했습니다. "내일 힘들어 못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저는 "알겠다"고 말하고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하루 아침에 다시 백수가 됐습니다. 9개월 동안 쉬는 날도 없이 주유소 일을 착실하게 해줬습니다. 그 날 "너는 월급도 알바보다 많이 받는데, 니가 그동안 알바보다 잘한 게 뭐가 있냐?"는 말을 여주인에게 들어야 했고, 남주인도 마치 저를 머슴 취급하듯 혼을 냈습니다. 내성적인 저로서는 두 주인 부부가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직장을 잃고...

그날 이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경 어떤 이에게 신용 사기를 당한 후 제겐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일을 처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관련 기사 : 대출에 신용카드까지... 사기꾼에게 갖다바쳤습니다). 다행히 사기죄가 성립됐고, 그는 지금 수배 상태에 있습니다.

사기 당한 카드 빚이 1000만 원 상당에 이르러 도무지 갚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가까스로 지난 3월 26일자로 신용회복지원이 확정됐습니다. 매월 9만여 원씩 8년을 갚아 나가야 하는데 갑자기 직장을 잃어 난감한 상황입니다. 가족의 생계 때문에 당장 직장을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50대 초반인 제겐 마땅한 일거리가 없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아보니 직업을 알선해 준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오전에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갔습니다. 그곳에선 '신용회복지원 확인서'와 '취업 성공 패키지 참여 대상자 추천서'를 발급해 줬습니다. 담당자는 그걸 들고 울산고용센터를 찾아가보라 했습니다.

고용센터에 찾아가 신용회복위원회서 발급해준 문서를 상담자에게 주니 취업 성공 패키지를 안내하는 문서 한 장을 줬습니다. 문서엔 '취업 성공 패키지'라 쓰여 있었고, 참여 대상자가 보였습니다. 그 중에 저도 해당한다고 하면서 취업 상담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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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들어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도입 배경이 있어 읽어 보았습니다.

빈곤층으로 진입하거나 탈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근로 소득의 증감입니다. 즉, 저소득 가구내 근로능력자의 취업 상태는 빈곤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빈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자리'제공에 있습니다.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 차원에서도 저소득층의 증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어딘가에 제 적성에 맞는 일자리가 있을테 지만, 일자리 정보가 부족한 저로선 찾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울산고용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 성공 패키지'를 통해 일자리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취업 성공 패키지 프로그램,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요?

OECD 국가는 예외 없이 저소득 취업 애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장 진입 촉진(Activation)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합적인 취업지원의 강화를 통하여 근로능력 있는 저소득 취업 애로계층의 노동시장 진입 촉진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 차원에서 이토록 심각하게 대한민국 빈곤층에 대해 고민할 정도면 생존 현장에선 얼마나 상황이 심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비정규직으로, 임시직으로, 계약직으로 노동 시장을 전전하다 나이 오십이 넘었습니다.

취업 성공 패키지 지원 내용이 있었습니다. 1단계는 취업 상담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1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취업 희망자에 대해 집중 상담과 직업 심리 검사, 집단 상담 프로그램 참여, 개인별 취업 지원 계획을 수립해 나간다고 합니다.

참여 수당도 있었습니다. 1개월 빠짐없이 참여하면 최대 25만 원이 지원된다네요. 2단계는 무료로 직업 훈련이 주어집니다. 국가기간전략직종 훈련과 내일배움카드도 이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참여 수당도 하루 1만 8000원, 월 최대 28만 4000원의 지원비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급하면 2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3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가족 생계가 달린 문제가 있어 자격증을 딸 겨를이 없다고 하니 2단계는 건너 뛰고 3단계로 바로 적용될 것이라 했습니다. 3단계는 3개월 기간을 두고 집중 취업 알선을 합니다. 이력서 쓰기와 면접 잘 보는 방법도 가르쳐 주고요.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며 동행 면접도 한다고 합니다. 취업 성공 수당도 있었습니다. 근속 기간별로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울산고용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 성공 패키지에 선정되었습니다. 담당자가 정해졌으니 상담하러 오시기 바랍니다.'

28일 오후 3시까지 울산고용센터로 배정된 담당자를 찾아가 취업 상담에 참석하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취업하기 위해 다시 출발합니다. 이번 기회에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신용회복지원자, #노동부, #울산고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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