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던 조시 해밀턴이 텍사스 레인저스에 돌아왔다. 텍사스와 LA 에인절스는 28일(아래 한국 시각) 해밀턴의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일단 해밀턴이 텍사스로 돌아가는 것은 확정됐으며, 에인절스는 나중에 선수들을 지명해 데려가거나 현금을 받는 조건이다.

해밀턴은 다른 그 어떠한 선수들보다도 파란만장한 시련을 딛고 메이저리그 선수로 발돋움했다. 1981년생의 해밀턴은 1999년 탬파베이 데빌레이스(현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으나,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방출되고 말았다.

해밀턴은 수 차례의 마약 복용과 자살 시도 등 수많은 고통을 인내한 끝에 신시내티 레즈에서 2007년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신시내티에서 90경기 19홈런 47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던 해밀턴은 2008년 텍사스로 이적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 올스타 게임 홈런 더비에서는 최종 우승은 저스틴 모어노(당시 미네소타 트윈스, 현 콜로라도 로키스)에게 내주긴 했지만, 1라운드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화력은 팬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해밀턴은 텍사스에 이적했던 첫 시즌인 2008년 15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에 32홈런 130타점 98득점이라는 놀라운 화력을 선보였다. 2009년 부상 등이 겹치며 89경기 출전으로 주춤했지만, 해밀턴은 2010년에 133경기에서 타율 0.359 32홈런 100타점으로 활약하며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해밀턴은 2010년과 2011년에는 소속 팀인 텍사스가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2010년에는 자신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해밀턴은 텍사스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 148경기에서 타율 0.285에 43홈런 128타점 103득점이라는 놀라운 활약으로 FA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해밀턴은 에인절스와 5년 1억 25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텍사스를 떠났다. 그런데 해밀턴은 당시 텍사스를 떠나면서 "텍사스는 미식 축구의 도시였다"는 발언으로 다소 섭섭하게 텍사스를 떠났던 전력이 있었다.

이후 해밀턴은 기대했던 성적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다. 2013년에는 풀 타임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타율 0.250에 21홈런 79타점 73득점으로 전체 성적이 크게 떨어졌고, 2014년에는 어깨 부상이 겹치며 89경기 출전에 그쳤다.

해밀턴은 지난 2월에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중에 있다. 그런데 해밀턴은 겨울에 코카인 및 알코올 재복용이 밝혀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해밀턴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자진 신고하면서 약물 프로그램에 위반되지 않았다는 조정 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해밀턴은 과거에 한 차례 약물 중독으로 적발됐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에인절스는 해밀턴이 지난해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처럼 정규 시즌 162경기 및 포스트 시즌 출전 금지 수준의 징계를 예상했으나, 징계를 받지 않자 그를 애물 단지 취급하며 빠르게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침 메이저리그 팀 타율 전체 최하위(27일 기준 0.211)를 기록하고 있던 텍사스가 타선 보강을 희망하고 있었고, 이해 관계가 맞게 된 에인절스는 일단 해밀턴에 대한 대가로 받아올 선수가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해밀턴을 먼저 보내는 거래에 합의했다. 그 만큼 해밀턴을 빠르게 처분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 해밀턴과 에인절스 사이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80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는 상태로, 텍사스는 이 중 700만 달러만 부담하게 된다. 해밀턴은 2016년 시즌이 끝나고 FA를 신청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이 있는데, 옵트 아웃이 이뤄질 경우 바이아웃 금액은 에인절스가 부담하게 된다.

일단 해밀턴은 어깨 수술 재활 중이기 때문에 당장 실전 투입은 불가능하다. 지난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던 해밀턴은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있는 팀 재활 센터에서 재활 훈련에 들어가며, 이후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를 거쳐 메이저리그 복귀를 준비하게 된다.

MVP급 외야수 해밀턴이 돌아오면서 텍사스는 장기적으로 외야진 교통 정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같은 좌타자 외야수인 추신수에게도 큰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현재 텍사스는 우익수 추신수, 중견수 레오니스 마틴, 좌익수 제이크 스몰린스키의 역할이 주어진 상황으로 이들 모두 극심한 타격감 저하로 고생하고 있다.

일단 해밀턴은 라인업에 복귀할 경우 프린스 필더(1루수), 애드리안 벨트레(3루수)와 함께 중심 타선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타순만 놓고 보면 2번이나 5번을 맡았던 추신수가 2번 혹은 다른 타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추신수가 팀내 고액 연봉 랭킹 4위라는 사실이다. 올 시즌 1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추신수보다 연봉이 높은 선수들은 필더와 벨트레 그리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로 시즌을 접은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 뿐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28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0.096까지 떨어졌다.

당장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선발 출전 기회가 보장되고 있지만, 1할 대 타율도 위험한 선수가 언제까지 주전으로 계속 출전한다는 보장도 없다. 해밀턴 영입이 추신수에게 자극제가 되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추신수가 선발 라인업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더를 제외하고 나머지 타자들이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액 연봉 선수인 추신수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뜻이다. 추신수가 어떠한 타순으로 이동하더라도 그 역할에 관계 없이 무엇보다 본인의 타격감을 되찾아 분발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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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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