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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시아나우와 호주의 렉스온더월의 공동창작품으로 서커스 음악극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사물이야기> 공연 사진
▲ 사물이야기 공연사진 한국의 아시아나우와 호주의 렉스온더월의 공동창작품으로 서커스 음악극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사물이야기> 공연 사진
ⓒ 아시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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꽹과리, 북, 장구, 징 네 악기와 동서남북 사방신(청룡, 백호, 주작, 현무)과 오방색을 모티브로 한 신화 이야기에서 출발한 서커스가 광진구 광장동의 오래된 취수장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연희와 호주의 재즈음악이 결합된 공통창작품으로 사물놀이와 컨템퍼러리 서커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서커스 음악극이다.

지난 23일에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오는 30일부터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으로 이어지며, 6월 3일부터 7일까지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까지 월드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공연은 한국의 국제공동제작 전문단체인 '아시아나우(AsiaNow)'와 호주의 세계적인 서커스 극단 '렉스온더월(Legs On The Wall)'이 지난 2012년부터 두 나라를 오가면 제작한 공동창작품 <사물이야기>이다.

1976년부터 35년 동안 서울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던 원수 정수장 역할을 해온 구의취수장이 2011년 9월 강북취수장 신설로 폐쇄됐다. 이듬해 6월, 서울시는 이 공간을 되살리는 방안을 모색했으며, 관련 분야의 전문가 경청투어와 수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쳐 거리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2013년 6월과 9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공간활용을 실험하는 '구의취수장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2년의 리모델링을 거쳐 마침내 지난 24일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개관했다.

버려진 폐시설을 활용해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되살리는 움직임은 몇해전부터 꾸준하게 있었다. 이번에 개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비롯해 금천구에 위치한 인쇄공장을 활용해 만들어진 금천예술공장, 신당동 중앙시장 지하상가의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조성된 신당창작아케이드 등까지 서울시에만도 이런 공간이 10여 군데는 넘는다.

조동희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TF팀장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시에 위치한 옛 비누공장을 재활용해 만든 거리예술지구를 모델로 삼았다"며, "서울시는 역사성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기존의 취수장 원형 그대로를 간직한 채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층고의 높이가 15m에 이르는 취수장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을 실현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사물이야기> 작품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향후 지향하는 새로운 공연예술의 장르인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에 대한 운영방향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몇해전부터 서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 축제에 새롭게 선보이는 거리예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러한 축제의 대표 컨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공연은 해외의 초청작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표적인 거리공연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조성의 의미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석규 아시아나우 크레이티브 프로듀서는 "몇 십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서커스가 성황리에 공연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춘서커스만 흔적이 남아 있다"며, "현재 세계적인 서커스예술로 평가받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와 같은 대표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우리만의 서커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제1취수장과 제2취수장을 비롯해 취수장 앞쪽에 위치한 2600㎡ 규모의 야외 광장으로 구성됐다.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이루어진 제1취수장은 높이 15m에 이르는 대규모 거리공연을 제작하는데 적합하도록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향후 이 공간은 거리예술을 위한 단체 지원, 프로젝트 지원, 프로그램 제작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2017년까지 취수장 관사를 개조해 거리예술단체들이 상주할 수 있는 레지던스를 조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개관에 맞춰 '거리예술 창작지원사업' 공모(公募)와 '서커스 전문가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서커스 워크숍 및 컨퍼런스 참가자를 모집한다. '거리예술 창작지원'은 신진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항목에 따라 맞춤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지원과 거리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예술가들을 중점 지원하는 제작지원으로 구분해 모집한다.

프로젝트지원 공모는 5월(1차)과 7~8월(2차)에 2회 진행하며, 제작지원 공모는 5월 중순에 진행된다. 제작지원 공모는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이 가능한 공공분야의 거리예술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제작비, 제작ㆍ연습 공간, 연속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서커스 전문가 양성사업'은 <사물 이야기>의 '아시아나우(AsiaNow)'가 기획하고 연출 및 배우가 강사로 참여하는 '호주 현대 서커스 워크숍'이 운영된다. 이 워크숍은 오는 5월 11일(월)부터 15일(금)까지 텀블링(Tumbling)과 아크로바틱 밸런스(Acrobatic Balances) 등 기본적인 서커스 기술을 습득하고 참가자의 역량과 기술을 토대로 서커스 장면을 만드는 과정이 진행된다. 총 22시간 과정으로, 참여인원은 15명 내외 선발한다.

한편 호주 현대 서커스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컨퍼런스도 함께 개최된다. 호주 서커스 사례 및 공동제작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의 현대 서커스 개발을 위해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는 오는 5월 11일(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좋은공연안내센터 지하 2층)에서 운영된다.

발제자는 호주 서커스 오즈(Circus OZ)의 예술감독인 마이크 핀치(Mike Finch)와 <사물 이야기> 연출자인 패트릭 놀란(Patrick Nolan, 렉스온더월 前 예술감독), 아시아나우(AsiaNow)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최석규가 참석한다. 국제 공연예술의 흐름과 서커스에 관심 있는 공연예술 관계자 및 일반인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태그:#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구의취수장, #거리예술, #서커스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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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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