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경언이 6회말 무사 1루에서 김태균의 2루타 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경언이 6회말 무사 1루에서 김태균의 2루타 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롯데 자이언츠에 3연패를 당하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5일부터 2주 동안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KBO리그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팀은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이 아닌 3년 연속 최하위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올 시즌 12승 중 세 번의 끝내기 승리를 포함해 6번의 역전승을 만들고 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니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지사. 투수 한 명이 무너지거나 한 번의 득점 기회를 놓치면 무기력하게 경기를 포기하곤 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이에 언론들과 팬들은 한화의 야구를 '마약야구' 혹은 '마리한화'로 부르고 있다. 작년까지의 무기력증과 패배의식을 씻어내고 올 시즌 KBO리그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한화는 개막 한 달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한화의 과거] '마지막 희망' 류현진마저 떠나고 승률 3할대 추락

한화가 최근 6년 동안 5번이나 최하위를 차지한 최약체였던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한화의 팬들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KBO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군림하던 '괴물' 류현진(현 LA다저스)의 존재였다.

2006년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과 정규시즌 MVP,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 2회(2006, 2010년), 탈삼진왕 5회(2006, 2007, 2009, 2010, 2012)에 빛나는 류현진이 있기에 한화팬들은 부진한 성적에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류현진만 있으면 언제든 순위는 반등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팬들의 막연한 기대는 2013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류현진과 함께 한 마지막 시즌이던 2012년 0.408를 기록한 한화의 승률은 류현진이 떠난 후 2년 연속 3할대에 그치고 말았다.

한화가 배출한 또 한 명의 슈퍼스타 김태균은 높은 타율과 출루율에 비해 장타력과 타점 생산 능력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최진행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결장하는 기간이 많았다. 특히 최진행은 2010년 32개였던 홈런 숫자가 2013년 8개까지 떨어져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한화는 작년 시즌 137억 원을 투자해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를 동시에 데려오는 '통 큰 영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어깨수술 후유증으로 지명타자로만 출전했고 정근우 역시 작년 시즌 '2루수 대란' 속에 돋보이지 못했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명감독(김응용 감독)도,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도 살려내지 못한 팀이 됐다. 결국 한화에 필요한 인물은 선수들을 '관리'하는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스승'이었고 한화는 작년 10월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한화의 현재] 죽었다 깨어나고, 허술하게 지진 않고

연장전서 솔로 홈런포 날린 김태균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연장 11회초 한화공격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태균이 솔로 홈런포를 날리고 있다.

▲ 연장전서 솔로 홈런포 날린 김태균 지난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연장 11회초 한화공격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태균이 솔로 홈런포를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김성근 감독이 강훈련을 시켰다곤 하지만 사실 한화의 전력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겨우내 영입한 3명의 FA투수는 모두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는 선수들이었고 두 명의 외국인 투수도 모두 다른 구단에서 재계약을 포기한 '재활용 선수'였다.

하지만 한화의 경기력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물론 작년과 비교해 기량이 부쩍 성장한 선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 근성이 생겼다는 점이 한화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쉽게 한 점을 준다든지 허술하게 지는 경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없게 하겠다'는 김성근 감독의 각오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화는 올 시즌 팀 타율(.259)과 팀 타점(93개) 8위, 팀 홈런(16개)과 팀 득점(98개)에서는 9위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공격력이 썩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득점권 타율(.250, 7위)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화 타자들은 올해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로 승리에 필요한 득점을 쌓아가고 있다.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희생번트(30개)와 두 번째로 적은 병살타(13개)가 한화 타자들의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한화가 예년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은 역시 수비 집중력이다. 작년 시즌 113개의 실책으로 팀 실책 최다 1위의 불명예를 썼던 한화는 올해 22경기에서 단 16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최소 실책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작년처럼 황당한 실책으로 경기 주도권을 내주는 장면은 올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수비의 안정과 팀 성적은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작년 최소실책을 기록한 상위 4개 팀 중 3개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적어도 개막 후 한 달 동안 한화는 강팀의 조건에 어울리는 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한화의 미래] 불안요소도 많지만 승리를 향한 열정은 최고

 7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한화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9-3으로 승리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한화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9-3으로 승리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성근 감독은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올해는 마지막으로 들어왔지만 내년에는 2번째로 입장해 보겠다"며 내심 올해 성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일단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의 성적을 보면 한화의 출발은 매우 순조롭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성적이 좋다고 해서 마무리가 좋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올 시즌엔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팀당 경기 수가 144경기로 늘어났다. 그만큼 더 많은 변수가 생길 것이 분명하고 수 년간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는 한화는 그 변수에 휘말릴 확률이 더 높다.

일단 가장 불안한 점은 박정진과 권혁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불펜 운용이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지만 중간계투 박정진이 홀드가 아닌 다승 공동 1위에 올라있고 마무리 권혁이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은 확실히 '비정상'이다.

박정진은 올해 40세의 노장이고 권혁도 적지 않은 나이(33세)인 만큼 두 불펜 투수의 체력관리는 필수적이다. 특히 권혁 이전에 마무리를 맡아 뛰어난 구위를 과시하던 윤규진의 복귀가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다(현재 윤규진은 캐치볼을 시작하며 착실하게 복귀과정을 밟고 있다).

선발진 역시 '미완성'이긴 마찬가지. 현재 한화 선발진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안영명과 쉐인 유먼뿐이다. 배영수가 이적 후 첫 승을 챙기지 못했고 송은범은 2군에 내려 갔으며 미치 탈보트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등판을 한 차례 걸렀다. 심지어 작년 팀 내 최다승 투수 이태양은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타선에서는 이용규, 김경언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정근우가 아직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했고 김회성, 권용관, 정범모 등 주전급 선수들의 타율도 0.250이 채 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모건이 1군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것도 한화에 큰 악재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노하우는 10개 구단 사령탑 중 김성근 감독이 단연 으뜸이다. 그리고 한화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올 시즌 한화의 목표는 '탈꼴찌'가 아닌 '가을야구'로 상향조정됐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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