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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SK와이번스를 상대로 9회말2아웃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환호하는 한화이글스.
 지난 25일 SK와이번스를 상대로 9회말2아웃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환호하는 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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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마리한화."

최근 프로야구 팬들이 한화이글스에 보내는 찬사다. 매번 타 구단에 승리를 내주며 '보약'이라고 놀림 받던 과거와 달리 올 시즌 극적인 역전승을 선보이면서 '중독 야구'의 대명사로 떠오른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매주 월요일마다 팬들이 '금단 현상'을 호소할 정도다.

3년 연속 정규리그 꼴찌에 머물러 '화나이글스'로 불렸던 그들은 현재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한화는 12승10패(승률 0.545)를 기록해 SK와 공동 4위에 올랐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22경기를 치르고도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린 건 김인식 감독이 팀을 이끌던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팬들이 진정으로 열광하는 대목은 '5할대 승률' 보다 경기 내용이다. 올 시즌 한화는 지금까지 거둔 12번의 승리 중 절반을 역전승으로 기록했다. 또한 6번의 역전승 중 5번은 6회 이후 승부를 뒤집은 경기였다. 끝내기 승부도 3번이나 있다.

그중 백미는 지난 24~26일 대전 홈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 3연전이었다. 한화는 첫날 SK에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2-0으로 승리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드라마 같은 9회말 2아웃 역전승을 선보였다. 한화는 마지막 날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3265일 만에 SK를 '스윕(싹쓸이 승)'했다. 한화가 타 구단을 스윕 한 것도 2년 여 만의 일이었다.

현재 한화의 인기는 고공 행진을 넘어 '신드롬'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가장 단적인 예가 시청률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지난 2일 한화-두산전 케이블 채널 중계 방송 시청률은 2.375%로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리그 케이블 최고 시청률인 1.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1%도 넘기 힘든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 사정을 감안한다면 '초대박'으로 불리만한 기록이다. 또 지난 26일~27일 SK와 주말 홈경기는 연이틀 전 좌석(1만 3천석)이 매진됐다. 

김성근이 만든 변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2일 올시즌 첫 대전 홈경기 승을 거둔 뒤 관중에게 인사하는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최근 한화이글스가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선보이며 김 감독의 리더십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지난 2일 올시즌 첫 대전 홈경기 승을 거둔 뒤 관중에게 인사하는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최근 한화이글스가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선보이며 김 감독의 리더십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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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이글스'는 어떻게 1년 만에 '마리한화'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변화의 원인을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서 찾는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한화가 예전에는 한 번 무너지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 들어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옛날보다 끈끈해졌다"면서 "한화 야구가 끈끈하게 변화한 배경에 김성근 감독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송 위원은 김성근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후 생긴 지도 스타일 변화를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김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권혁 선수의 뺨을 다독여주는 모습이 사람들 사이에 엄청난 이야깃거리가 됐다"며 "이는 권혁 선수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표현이자, 한편으로는 김 감독 지도 스타일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위원은 "예전 다른 팀에서 김 감독 지도 방식은 일단 틀을 만들어놓고 그 틀에 맞춰 선수들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만, 아직 한화 선수단은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 이상을 뽑아내기 위한 김 감독의 감성적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지난 스토브리그(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 때 화제가 됐던 지옥 훈련 역시 김 감독의 '감성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송 위원은 "당시 지옥훈련은 눈에 띄는 기량 상승적인 측면보다는, 선수에게 '훈련한 만큼 분명 효과가 있다'는 일종의 암시 효과를 일으키는 심리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위원은 최근 한화 야구에 대한 과도한 띄우기는 오히려 한화 선수단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22경기이고 시즌의 1/7 정도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용비어천가'식 보도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의 성공이 시즌의 성공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너무 이르다, 오히려 한화 선수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구의 추억>(이상미디어)의 저자 김은식 작가도 김 감독이 선수들의 인식을 바꾸었다는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 초 한화 전지 훈련장에서 만난 김 감독이 '훈련을 시켰는데 효과가 없으면 선수가 감독을 신뢰하지 않기에 감독에게 강훈련 지시는 일종의 승부수'라고 여러 번 말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김 감독은 뚝심 있게 승부수를 던졌고 그 결과 선수들에게 '하면 된다'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 9회 말 2아웃 이후에 안타로 3점을 내면서 승부를 뒤집은 SK와 경기가 한화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면서 "보통 9회 말에 2점 차로 뒤지고 있다면 지켜보는 사람도 포기할 법한데, 예전과 달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거둬 큰 감동을 선사했다"고 총평했다.

김 작가는 한화가 SK를 상대로 싹쓸이 승을 거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배우나, 가수나, 작가나, 프로스포츠 선수나, 결국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이에게 큰 감동을 주는지, 그래서 선수라면 왜 마땅히 그래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나라든, 회사든, 학교든... 어떤 리더냐에 따라 달려져"

김 감독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랜 롯데자이언츠 팬이지만 최근에는 꼬박꼬박 한화의 경기 결과를 챙겨본다는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팀 구성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감독이 바뀌면서 한화의 색깔과 기세, 선수들의 근성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나라든, 회사든, 학교든 어떤 리더가 오느냐에 따라서 발전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김 감독이 단순히 명령만 내리는 '코멘더(Commander)'가 아니라 공감과 격려로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였기에 '마리한화' 신드롬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단순히 윽박을 지르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장·단점 분석을 통해 개개인에게 알맞은 처방을 제시한다"면서 "그 결과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감독을 따르고 매일 한국시리즈 같은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자신과 팀이 동시에 성장하는 혁신을 이뤘다"고 전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한화이글스, #마리한화, #화나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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