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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네팔 현지인 둘이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해 있다.
 지난 26일, 네팔 현지인 둘이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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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호텔 방 침대가 부르르 떨렸다.

시계를 보니 27일 새벽 4시 30분(현지시간). 전날 밤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한 기자가 처음 느낀 여진이었다.

강도가 그리 세지는 않았지만 높지 않은 호텔방 안에서 몸소 진동을 체험하고 보니 이틀 전 카트만두를 강타한 강도 7.8 지진의 위력이 새삼 느껴졌다.

호텔 밖에는 이른 아침부터 구급차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기 시작했고, 옷 보따리와 가재도구를 이고 지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호텔을 출발해 카트만두 도심으로 가는 길에서 금이 간 아스팔트와 무너져 흉물스럽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건물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카트만두 중심가의 라트나 공원은 흡사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2천500여 명의 주민들이 친 수백 동의 텐트가 넓은 공원을 가득 채웠다.

간밤에 내린 비에 젖은 이불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천막 밖에서 밥을 짓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지내기 편한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막 공원에 도착해 천막을 칠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공원 한쪽에는 정부가 마련한 급수차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물을 배급받고 있었고, 각국 취재진의 카메라는 공원의 전경을 담고 있었다.

여진 공포와 앞날에 대한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은 바닥에 천을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진 직후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대피했다는 판데브 리졸(39)은 "공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데 다행히 우리 집은 무사했지만 주변 건물이 모두 무너졌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는 물과 음식, 옷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어제 비가 와서 모두 젖었지만 씻을 곳도, 갈아입을 옷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임시 공휴일 선포로 귀향 행렬 이어져

(박타푸르<네팔>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 지역의 도로가 대지진으로 인해 반으로 갈라져 있다.
 (박타푸르<네팔>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 지역의 도로가 대지진으로 인해 반으로 갈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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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정부는 5일간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다. 관공서를 제외한 모든 상점과 학교가 문을 닫아 도시는 마비 상태였다.

통신도 원활하지 않았다.

기자가 현지 엔셀 통신사로 로밍해간 인도 에어텔 휴대전화는 '먹통'이었고, 한국 휴대전화로 로밍하자 연결이 됐으나 그나마도 서너 통 시도해야 겨우 한 번씩 연결이 됐다.

인터넷도 마비돼 외국인이 주로 머무는 고급호텔에서도 인터넷을 전혀 쓸 수 없었다.

임시 공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지내려는 사람들의 귀향 행렬도 이어졌다. 도로 곳곳이 붕괴되면서 그나마도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다.

택시 운전사인 딜 바헤두르(26)는 "다행히 가족들은 무사하지만 고향 다딩에도 지진 피해가 크다고 들었다"며 "당장에라도 고향에 가고 싶은데 고속도로가 끊겨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네팔 대지진, #카트만두,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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