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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이 16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자녀교육의 알파와 오메가'를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가졌다.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이 16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자녀교육의 알파와 오메가'를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가졌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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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 자신이 잘 살아야 합니다."

전성은 선생은 "어떻게 하면 자식을 잘 키울 수 있습니까?"라는 학부모들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너무나 자명한 답은 답이 아닐까? 4월 16일 '자녀교육의 알파와 오메가'라는 주제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에서도 그의 답은 일관됐지만, 수강생(학부모)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내 자식이 불확실한 미래를 잘 살아낼 비법을 얻고자, 평일 저녁 시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로 찾아온 그들을 향해 전 선생은 "당신들이나 잘 사시오"라고 말한다. 확고한 직설에 반기를 들기도 쉽지 않다.

전 선생은 40년 동안 경남 거창의 샛별초, 샛별중, 거창고에서 교사, 교감, 교장으로 재직하며 교육현장을 몸소 겪어낸 교육계 원로다. 아울러 그가 완성한 <학교는 왜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는 '진짜 교육'을 고민하는 후학들에게 '전성은의 교육 3부작' 명명되며 필독서로 꼽힌다.

샛별초, 샛별중, 거창고가 대안학교는 아니다. 거창고등학회라는 같은 재단 소속의 일반 학교들이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민주시민 기르기'가 교육목표. 평화, 정의, 생명을 핵심가치로 한다. 하지만 이들 세 학교가 실질적인 대안학교로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들의 전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선생은 "샛별초는 맘껏 뛰어놀자, 샛별중은 맘껏 뛰어놀고 틈틈이 공부하자, 거창고는 열심히 공부하고 틈틈이 놀자가 학교정신(웃음)"이라고 소개한다.

국가로부터 교육 독립해야 교육된다

전 선생의 특강은 30분으로 짧고 굵게 마무리됐다. 그러면서 나머지 1시간이 넘는 긴 시간은 질의 응답으로 진행됐다. 전 전생 식의 '눈높이 교육'이다. 질문을 주저하는 학부모 수강생들에게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테니 염려 마시라"며 편안하게 강연을 끌고 갔다. 그는 "자녀교육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의 직설로 강의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성은 : "아이, 엄마(아빠) 중에서 누가 죄를 더 많이 지었나?"
청중 : "엄마."
전성은 : "근데 누가 누굴 교육한다는 건가?"
청중 : "……."

다시 묻는다.

전성은 : "누가 교육받은 사람인가?"
청중 : "……."
전성은 : "일제시대 조선사람들을 마루타로 생체실험한 사람들이 동경의대 수재들이었다. 전쟁광 히틀러를 떠받들었던 사람들도 독일의 교육받은 인재들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교육부 독립'을 주장해 왔다. 교육이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되는 한 교육은 '국가가 원하는 인재양성론'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정희 시대 '인재=산업역군'으로 통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하듯, 교육부를 행정부로부터 분리해(예산 집행을 위해 교육부 장관만 남기고) 학교 교육의 최종 결정권을 개별 학교, 교사가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실제로 미국, 독일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의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맡아 일하면서 교육혁신을 시도했지만 이런저런 벽에 부딪쳐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그의 구상은 '교육 3부작'으로 정리됐다.

자녀 교육이란 있을 수 없다

다시 교육의 근본으로 돌아오자. 부모 얘기다.

"제가 40년 동안 거창 한 읍내에서 아이를 알고 그의 형제, 부모를 알고 졸업한 후에도 유대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그렇게 한 1만 명은 졸업을 시켰는데, 부부관계가 좋은데 '문제를 가진 아이'를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목청 높임)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는 반드시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다. 부모의 가치관이 아이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가 잘못 키워도 가정이 튼튼하면 아이는 끄떡없다."

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거창고가 유명세를 타면서 서울 출신 학생들의 입학이 늘어났다.

"교육받은 부모들, 말 안 듣는다. 특히 서울 유명 대학 출신 부모들! 한 아이가 춤을 기가 막히게 췄다. 그런데 부모는 애가 공부 못 한다고 유급시켜달라고 부탁하더라. 저는 그 애한테 따로 말했죠. 절대 꿇지 말라고. 나중에 그 애는 졸업하고 뮤지컬 배우 됐다."

도저히 애들 교육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전 선생은 서울 시내 강의실을 빌려 서울 부모들을 모아 놓고 따로 교육을 시키기도 했단다. 하지만 "우리가 부모를 고쳐줄 순 없다"는 걸 실감했다.

부모 교육의 핵심은 '사랑'이다. "결혼에는 실패해도 사랑은 성공해야 한다"는 말은 그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다. 그는 사랑을 말하기 위해 '사랑의 불가능성'을 더 많이 역설했다.

"남자와 여자의 감정(사랑)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죽음의 불로도 못끈다. 다만 나는 '무엇이 사랑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중심적으로, 내 편리대로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는 사랑을 잘 '하자'고 말한다. '받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라며 분명한 방점을 후자에 찍는다. 아침에 아내보다 조금 먼저 일어나 커피 물 올리고 신문 대령하고 아내가 아침 드라마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그가 실천하는 '하는 사랑'.

8년째 그렇게 하니 아내는 남편이 타준 커피 맛을 최고로 치게 되었단다(실제 맛은 별것 없다는 게 전 선생의 전언). 이에 한 엄마 수강생이 도와주지 않는 남편, 가부장제 문화를 언급하며 분을 토하자 "제가 말씀드리는 건 사랑을 하자고 했지, 받자고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한 이웃의 여자가 내게 잘못한 적이 있다. 그런데 미워하지 않는다. 그냥 좀 경우에 어긋난다 싶은 정도였다. 근데 내가 사랑해서, 그것도 몇 년 동안 쫓아다니며 결혼하자고 졸라서 만난 여인(아내)에게는 '저걸 죽이고 나도 죽을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 2년째 되던 해인데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엑셀을 내가 세게 밟은 적이 있다.(웃음) 앞집 여자나 뒷집 여자에게는 안 그러면서 사랑하겠다고 맹세한 여인에게는 정작 이러는게 인간이다."
       
그는 "사랑 하나 제대로 하는 것, 그게 교육의 전부"라고 말한다. 자녀교육이랄 게 따로 없다. 하지만 "사랑 하나 제대로 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그는 지독히도 애를 먹인 졸업생들이 마음 속에서 용서가 안 돼서 6년 동안 강연이나 글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새벽 5시면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에게도 사랑은 "가슴이 칼로 베이고 소금이 뿌려지는 고통" 후에야 찾아왔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도 학교 보내는 게 낫다

그래도 청중들의 질문에선 자식 걱정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내가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그걸 걱정해라. 자식 걱정 말고. 자식은 걱정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자식은 평생 애물단지이고 전생의 원수를 만난 거다(웃음). 이래도 마음이 안 놓이고 저래도 마음이 안 놓인다.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내려놓기 참 힘든 짐이다. 사랑, 삶에 대한 공부 제대로 하라고 하늘이 자식을 준 것이다. 삶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그 깊은 고민 하라고."

차별하는 교사를 보다 못해 홈스쿨링을 선택한 한 부부가 '학교를 꼭 보내야 하는지'를 묻자 전 선생은 반문한다. '전쟁 말고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곳이 어딥니까?'라고.

"병원이다. 그렇다고 아프면 병원 안 가나? 간다. 학교도 사고가 많이 난다. 그래도 학교를 보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불합리한 학교를 경험하면서 사회의 불합리를 배워갈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홈스쿨링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자식 세대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걱정에 휩싸인 한 엄마는 자식에게 어떤 핵심역량을 키워줘야 할지 물었다.

"다음 세상은 더 어려운 게 올텐데 그 세상을 바꿀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해야지, 순응해서 월급 좀 더 받자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다음 세상은 좀 더 정의로워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아이의 손자도 좀 더 쉬운 세상을 맞이하지. 힘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세상에 기여할 사람을 길러야 한다."

질문은 이어진다.

- 창의적인 인간이 살아남는다는데...
"자율성이 없으면 다양성이 없고, 다양성이 없으면 창의성이 없는 거다. 창의성은 자율성에서만 나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그중에서 잘 그린 그림이라고 따로 전시하지 않는다. 25명 아이들 것을 묶어서 책으로 낸다. 잘 쓴 글이라고 잘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 순간, 모방하게 되어 있다."

- 근데 사회에 나가면...
"문제는 그런 사회에 있는데 왜 교육을 거기에 맞추나. 사회를 바꿀 아이를 길러야지. 사회를 바꿀 교사를."

- 못난 사람 취급당할까 봐...
"나는 못난 사람 취급당하지 않았다. 훌륭하다고 그러지.(웃음)"

- 경쟁, 욕심, 과시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 아닌가.
"당연하다. 운동회를 하면 아이들이 100미터 달리기를 한다. 1, 2, 3등을 시상하면 4등부터는 끝까지 안 뛴다(샛별초는 모든 아이들에게 노트 2권을 나눠준다고 한다). 3등 외에는 관심이 없는 거다. 들어오거나 말거나. 우리 사회가 지금 그렇다. 학교가 좋은 사회의 모형이 되어야 하는데…. 여러분은 학교만 따지지 말고 가정을 그런 좋은 모형으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 독재하지 말고.(웃음)"

- 거창고 학생 중에 대학 안 가는 선택을 하기도 하나.
"인문고라서 대학 진학을 많이 하긴 하는데 잘 사냐, 못 사냐는 순전히 내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간 녀석이나 안 간 녀석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특강은 그야말로 교실의 한 풍경이었다. 전 선생과 학부모 학생들의 만남. 거창으로 내려가는 막차를 타기 위해 종강을 알리는 전 선생을 향해 마지막으로 손을 든 학 엄마 학생의 인사말.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학부모들과 만나면 정보를 나누는 것 외엔 소통할 게 없었다. 그런데 이런 자리가 열리니 말문이 열린다. 선생님을 모시고 진짜 공부한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가 조금씩 실천할 용기를 얻었다. 감사드린다."

▲ 전성은 10만인클럽 특강 <자녀교육의 알파와 오메가> .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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