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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취(就)는 서울 경(京)과 더욱 우(尤)가 결합되어 높은 곳으로 나아가다, 손으로 특별하게 이룬다는 의미다.
▲ 就 나갈 취(就)는 서울 경(京)과 더욱 우(尤)가 결합되어 높은 곳으로 나아가다, 손으로 특별하게 이룬다는 의미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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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 젊은이들의 최대 고민은 아마도 취업(就業)일 것이다. 높은 취업의 문턱 앞을 불안하게 서성이는 양국의 젊은이들에게 소식, 소철 두 아들과 함께 당당히 당송팔대가에 이름을 올린 소순(蘇洵)은 <상전추밀서(上田樞密書)>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하늘이 우리에게 어떤 자질을 부여한 까닭은 반드시 어딘가에 우리를 쓸 곳이 있기 때문이라(夫其所以與我者, 必有以用我也)"고. 그리고 "하늘이 내게 준 자질과 그 뜻을 버리지 않고, 모욕하지도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나를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를 쓰지 않은 사람들의 죄라(不棄不褻而人不我用, 不我用之罪也)"고 말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되 자존감을 갖고 당당히 취업의 문을 두드리라는 의미로 읽힌다.

소순은 또 "천하의 학자 중에 누군들 성인의 영역으로 나가고 싶지 않겠느냐(天下之學者,孰不欲一蹴而造聖人之域)"면서, 모두가 안정되고 대우 좋은 직장을 원하지만 그것을 한 걸음에 이룰 수는, 일축이취(一蹴而就)할 수는 없다고도 충고한다. 좌절을 딛고 꾸준한 자기 정진에 힘쓸 것을 당부하는 것 같다.

나갈 취(就, jiù)는 서울 경(京)과 더욱 우(尤)가 결합된 형태이다. 서울 경(京)은 위에서부터 지붕, 방, 세 개의 말뚝을 나타내며 높게 대를 쌓아 집의 상형이다. 더욱 우(尤)는 손의 상형인 우(又)에 윗부분에 상처의 흉터 같은 점 주(丶)를 더해 다른 손가락과 다르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취(就)는 높고 다른 곳으로 나아가다, 새로운 것을 손으로 잡아 특별하게 이룬다는 의미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중국어에서는 '곧, 바로'의 부사적 의미로 주로 쓰인다.

"어리고 못난 소자는 총명하지 못하지만/날로 나아가 달로 자라서 배움에 빛을 이루리니/맡을 일에 저를 도와 덕행을 보여주오(維予小子不聰敬止, 日就月將學有緝熙于光明, 佛時仔肩示我顯德行)"

'일취월장(日就月將)'이란 성어가 생겨난 <시경>에 나오는 주나라 2대왕 성왕에 관한 얘기다. 3000년 전의 노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인성과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협력을 구하는 진솔한 자세가 돋보인다.

좋은 취업 조건을 찾다보면 눈이 높아져 높은 것은 이룰 수가 없고, 너무 낮은 것은 눈에 들지 않는(高不成,低不就) 상황이 반복된다. 스스로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돌아보고 겸손하게 노력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해 간다면 취업의 높은 문턱도 언젠가 넘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열릴 것 같지 않는 문 앞을 서성이지 않고 직장을 구한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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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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