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강타자 최정은 작년 시즌 5월까지 타율 .260 3홈런 27타점으로 부진하다가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한 달 넘게 1군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4년 연속 3할 타율을 이어오던 KBO리그 최고 3루수에 대한 걱정은 사치였다.

7월에 복귀한 최정은 거짓말처럼 성적을 끌어올려 타율 .305 14홈런 76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86억 원의 FA 대박 계약을 따냈다. 이처럼 다년 간 좋은 성적을 올렸던 선수는 초반에 다소 부진하더라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평균에 가까운 성적에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

KIA타이거즈의 4번 타자 나지완도 프로 7년 동안 통산 타율 .278 113홈런 453타점을 기록한 '검증된 타자'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의 나지완은 김기태 감독의 믿음이 조금 지나쳐 보일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인천AG 출전 후 팔꿈치 수술받으며 비난의 대상으로

비록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나지완은 KIA의 연고지인 광주에서 태어났다. 단국대 시절 대학 무대를 평정한 지역 출신의 유망주를 KIA가 내버려 둘 이유는 없었다. 결국 나지완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나지완은 루키 시즌부터 KIA의 개막전 4번 타자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비록 수비는 다소 어설펐지만 화끈한 방망이 실력만큼은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수준이었다(나지완은 대학 4학년 때 나무 방망이를 쓰며 11홈런을 때리는 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2008년 타율 .295 6홈런 30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나지완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KIA의 중심타선에 합류했다. 특히 그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는 9회말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타이거즈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나지완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걸려 있던 2010년 타율 .215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이듬해 생애 첫 3할 타율을 치며 부활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KIA의 4번 자리를 지켰다. 최희섭과 김상현(kt위즈)이 수년간 부진한 가운데 나지완마저 없었다면 KIA의 타선은 말도 못하게 약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나지완은 작년 시즌 드디어 꿈에 그리던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었다. 비록 선발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있었고 대회 기간 동안 대타로만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동료들의 활약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하지만 나지완은 병역혜택을 받은 후 팔꿈치 부상을 숨기고 아시안게임 참가를 강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팬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말았다. 결국 나지완은 수술을 받기 위해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고 작년 시즌 KIA의 최고타자였던 안치홍은 시즌 종료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최정의 출루율보다 못한 나지완의 OPS, 김기태 감독의 해법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과정을 거친 나지완은 시즌 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팬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준 나지완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그라운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KIA의 상황은 나지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KIA의 주전 외야수 신종길과 김주찬이 나란히 부상을 당하면서 지명타자에 익숙한 나지완이 외야수비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용규(한화 이글스)처럼 수비가 뛰어난 선수는 수비를 병행하는 것이 타격감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수비가 어설픈 나지완에게 외야수비는 썩 내키지 않는 임무다. 결국 외야수비에 대한 부담은 타격에서의 슬럼프로 이어지고 말았다.

나지완은 올 시즌 KIA가 치른 2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3번 타자로 1경기, 4번타자로 21경기, 5번타자로 1경기에 출전해 한 번도 중심타선에서 벗어난 적도 없다. 하지만 나지완의 성적은 중심타자의 기록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다.

나지완은 올 시즌 타율 .180(89타수 16안타) 1홈런 5타점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최정의 출루율(.494)에도 못 미치는 .472에 불과하고 득점권에서는 30타수 3안타(.100)에 그치고 있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 생각하면 부담스런 브렛 필을 거르고 나지완과 승부하는 마음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

김기태 감독은 나지완의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적어도 100타석은 봐야 한다"며 나지완을 감쌌다. 그리고 현재 나지완은 97타석을 기록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이 약속한 시간에 1경기 정도만 남은 셈이다.

문제는 KIA의 중심타선에 나지완의 대체 요원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퇴부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최희섭은 아직 전력질주가 불가능하고 나지완의 부진에 가려졌을 뿐 '캡틴' 이범호의 성적(.231 4홈런 12타점)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과연 김기태 감독은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한화를 상대로 한 주중 3연전에서 나지완에 대해 어떤 해답을 들고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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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나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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