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겉표지
▲ <아스라이 스러지다> 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관련사진보기

어느날 갑자기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식의 행운이 아니라 일자리와 관련된 일이다.

자신과 잘 알고 지내지도 않았던 사람이, 자신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그것도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이고 보수도 생각보다 많다. 일하는 공간도 쾌적하고 출퇴근하기에도 편하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어떨까. 정말 경제적으로 곤궁하거나 일자리가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가능성이 있다.

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지.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혹시 날 이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가 엉뚱한 세계에 발을 넣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심을 한 번쯤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꿈같은 제안을 받은 여성

한걸음 더 나아가면,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왜 나를 선택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운을 꿈꾸지만, 실제로 그런 행운이 찾아온다면 그것은 행운의 형태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작가 앨라페어 버크는 자신의 2011년 작품 <아스라이 스러지다>에서 이런 상황을 다루고 있다. 사실이기에는 너무나 좋은 제안. 그 실체가 무얼까. 작품의 주인공은 37세의 백수 여성 앨리스다. 그녀는 반년 넘게 특별한 직장없이 뉴욕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이런 앨리스에게 한 남성이 다가와서 엄청난 제안을 한다. 자신이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들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만들었는데 그곳을 책임지고 운영해달라는 것이다. 전시관의 열쇠를 건네줄 테니까 그곳의 관장이 되어 달라는 것.

앨리스는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백수가 되기 전까지도 한 미술관에서 근무했었다. 그런 자신의 경력과 장점을 살릴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앨리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곧 문제가 생긴다. 갤러리의 첫 번째 전시회 작품들이 너무 외설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갤러리를 개관하자마자 그 안에서 일자리를 제안한 그 남성이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된다. 앨리스는 당연히 첫 번째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과거로 내려가는 주인공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많은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쯤은 자기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을때 갑자기 찾아오기도 한다. 아니면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온 날, 취한 자신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바라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왜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되버렸는지. 사람들은 가만히 멈춰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무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건 사실 답이 없는 질문이다. 그 답을 조금이라도 찾으려면 현재까지 오게된 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 계속 시간을 되돌려 보아야 한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술을 조금 덜 마셨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등.

작품 속에서 앨리스도 같은 고민을 한다. 평범한(?) 백수였던 자신이 왜 범죄자로 몰리게 되었는지. <아스라이 스러지다>를 읽다보면, 범죄와 관계없는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 시계를 오래 전으로 되감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모든 해답은 과거에 있는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아스라이 스러지다> 앨라페어 버크 지음 / 전행선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아스라이 스러지다

앨라페어 버크 지음, 전행선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2012)


태그:#아스라이 스러지다, #앨라페어 버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