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해도 너무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심각하다. 프로 야구 막내 구단 kt위즈가 프로야구 통산 최단 기간 20패의 굴욕을 당하며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kt위즈는 지난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1-4로 패배했다. kt위즈로서는 최근 4연패. kt위즈는 이날 고졸 신인 엄상백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지만, 새파란 영건이 넥센 타선을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엄상백은 3⅓이닝 동안 63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1홈런, 4볼넷, 5실점을 내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뒤이어 등판한 불펜 투수 이창재도 ⅓이닝 동안 27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흠씬 두들겨맞았다. kt위즈는 4회에만 무려 8점을 헌납하는 부진 끝에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었다. kt위즈는 개막 11연패 이후 넥센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고, 지난 22일 SK전에서 홈 첫 승의 감격을 누렸으나 상승세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경기당 평균 2.7점에 그치고 있는 공격력의 한계가 심각하다. kt위즈는 올 시즌 치른 23경기 가운데 3점 이하에 그친 경기만 무려 17차례나 된다. 영봉패도 올 시즌 가장 많은 3번이나 당했다.

'설마'가 현실로... kt위즈, 추락 어디까지

빅, 또리 KT위즈의 공식 마스코트 빅과 또리.

▲ 빅, 또리 KT위즈의 공식 마스코트 빅과 또리. ⓒ KT위즈


야구팬으로서는 이제 '설마' 하고 우려했던 상황이 점점 현실로 다가올 처지에 놓였다. kt위즈의 현재 승률은 1할 3푼에 불과하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kt위즈가 144경기로 늘어난 올시즌 사상 첫 100패팀의 탄생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오히려 그 이상의 추락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올 시즌 10구단 시대를 맞이해 의욕적인 새 출발을 선언했던 KBO로서도 신생 구단의 극심한 부진과 리그의 수준 차는 흥행에 있어서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kt위즈가 올시즌 1군 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많은 이들이 내심 우려했던 대목이다. 2013년 제 9구단으로 프로무대에 진입한 NC 역시 초기에는 비슷한 우려를 낳았지만, 첫 해 7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이듬해 2년만에 4강 진출까지 성공하며 모든 우려를 불식했다.

많은 이는 NC의 사례를 들어 kt위즈도 충분히 해낼수 있으리라는 낙관론을 드러냈다. 당장 타 구단들과의 전력 차는 어쩔 수 없지만 첫 해 3할대 초반의 승률만 거둬도 나름 성공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kt위즈는 2년 전의 NC보다 상황이 훨씬 나쁘다. 선수 구성 면에서 현재의 KT는 2013년의 NC보다 전력이 훨씬 떨어진다. 애초 야구단 창단을 주도했던 구단 수뇌부가 교체되며 모기업 사정으로 출범 당시 약속했던 야구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악재였다.

외형적으로 kt위즈는 지난 겨울 특별 지명과 FA 영입으로 많은 선수를 영입했지만, 실제 투자한 금액은 윤석민이나 장원준같은 FA 최대어들의 개인 몸값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영입한 선수들의 면면도 NC가 몇 년간 이호준, 손시헌, 이종욱 등 즉시 전력감 베테랑들을 영입한 것과 비교할 때, 타팀에서 주전 경쟁에시 밀리거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가 대다수였다.

전력이 한계에 봉착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트레이드다. kt위즈는 지난 20일 LG와의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해 포수 윤요섭과 내야수 박용근을 영입했지만, 당장 kt위즈의 전력을 눈에 띄게 바꿔줄 수 있는 수준의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추가적인 후속 트레이드가 있어야하는데 아무리 봐도 카드가 마땅치 않다. kt위즈 구단이 선수 영입에 따른 현금 지원 등 투자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짝수 구단 체제의 부활로 팀 정비를 위한 휴식일이 사라진 점, 한화-KIA 등 몇 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들이 전력을 끌어올리며 kt위즈를 제외하고 중위권의 평준화가 이뤄진 점도 불리한 상황이다. 2년 전 신생팀 NC에게 유리했던 환경과는 여러 모로 큰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내부 패배주의 경계해야

20패라는 숫자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내부의 패배주의다. 어차피 kt위즈의 전력이 약하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kt위즈의 주전들은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며 한두 명 정도를 제외하면 백업 멤버로 기용될 선수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없는 살림에 부상자마저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kt위즈의 고민이다.

결국 kt위즈가 정상적인 패턴으로 타 구단들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어떻게든 승부를 만들어가는 것도 팀의 역량이다. 변칙적인 벌떼 야구나 기존 선수의 보직 파괴를 통한 발상의 전환이라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당장 힘겨워도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승리를 만들어내는 나름의 공식을 찾아낼 수도 있다.

kt위즈 선수 스스로도 경기력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초반만 하더라도 kt위즈의 부진에는 외국인 선수나 프로 1군 경력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제몫을 못해주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정작 그동안 기회를 얻었던 젊은 선수 역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결국 kt위즈의 미래인 이들이 얼마나 빨리 성장해주느냐가 팀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최근 해체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이야기를 다뤄 야구팬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에는 프로 진출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건 무명 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kt위즈 선수들은 지금 자신들이 그라운드에서 얻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초심을 되새겨야할 필요가 있다.

kt위즈같이 선수 한 명이 아쉬운 신생팀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다른 팀에서도 과연 1군에서 기회나 얻고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프로 선수라면 자신들이 지는 게 당연하다고 평가받는 상황에 자존심이 상하고 독기를 품어야 정상이다.

당분간 트레이드나 추가 영입 등 외부를 통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결국 kt위즈 선수단이 스스로 흐름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넥센 전처럼 질 때 지더라도 점수 차가 조금만 벌어지거나, 흐름을 내주면 무기력하게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은 더 이상 곤란하다.

지금의 프로야구 10구단 시대를 열기 위해서 많은 야구인과 팬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팬들이 지금 같은 kt위즈의 동네 야구를 보기 위해서 10구단 시대를 간절히 기다려왔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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