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화이글스가 SK와이번스와의 3연전을 쓸어 담으며 올 시즌 첫 스윕(시리즈 3연승)을 달성했다. 지난 2013년 4월 16~18일 NC다이노스와의 홈 3연전 이후 738일 만의 시리즈 스윕이다.

특히 SK전 스윕은 2006년 5월 16~18일, 무려 3265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빅리그 3년 차가 된 류현진(LA다저스)이 한화의 루키였고 이제는 추억이 된 외국인 선수 제이 데이비스가 활약하던 시절이다.

한화의 놀라운 상승세 뒤에는 최근 4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한 '불꽃 남자' 권혁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권혁의 듬직한 투구를 보기 위해서는 언제나 또 한 명의 좌완을 먼저 만나야 한다. 바로 5경기 연속 권혁과 같은 날 등판하고 있는 '불혹의 좌완' 박정진이다.

프로 입단 12년 만에 전성기 맞은 '늦깎이 유망주'

 지난 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의 두번째 투수 박정진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의 두번째 투수 박정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충북 청주 출신으로 '레전드' 송진우의 모교로 유명한 세광고를 나온 박정진은 고교 시절부터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연세대 졸업반이던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1차 지명을 받은 박정진은 송진우와 구대성으로 이어지는 이글스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여느 좌완 파이어볼러들이 그렇듯 박정진 역시 프로 입단 후 제구 난조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3년에는 100.1이닝을 던지며 6승 7패 3세이브 11홀드 평균 자책점 4.31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다시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32.2이닝 투구에 그쳤다.

박정진은 대학 시절의 혹사로 인한 부상과 잦은 투구 폼 변경으로 프로 입단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운드보다는 재활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느덧 박정진의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었고, 한화의 인내력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하지만 한대화 신임 감독의 만류로 방출 명단에 있던 박정진은 가까스로 한화에 잔류했고 35세 시즌이던 2010년 2승 4패 10세이브 6홀드 3.06의 성적으로 자신의 첫 전성기를 열었다. 박정진은 2011년에도 7승 6패 7세이브 16홀드 3.24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한화 불펜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2년에도 12홀드를 기록한 박정진은 2013년 6홀드 5.82로 다소 주춤했지만, FA 자격을 얻은 후 2년 8억 원의 조건으로 한화에 잔류했다. 박정진은 지난해 시즌에도 안영명, 윤규진과 '안정진트리오'로 활약하며 팀 내 세이브 공동 1위(9개)를 기록했다.

올해로 불혹의 나이가 된 박정진은 1군캠프가 열린 고치가 아닌 오키나와 재활조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12월 개인 훈련을 하던 도중 부상을 당해 동료들보다 조금 늦게 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프로 17년 차 박정진은 시즌 개막 전에 발생한 작은 변수 정도는 가볍게 극복해낼 노하우가 있었다. 1월이 채 가기 전에 재활을 마치고 1군 캠프에 합류한 박정진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며 순조롭게 시즌을 시작했다.

40세 시즌에 권혁과 함께 한화의 막강 필승조 구축

지난 3월 2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2이닝 무실점으로 한화의 시즌 첫 승리 투수가 된 박정진은 나이가 무색한 활약으로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안영명이 선발로 변신하고 윤규진이 2군으로 내려간 현재 한화 불펜은 '좌완 듀오' 박정진과 권혁이 책임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박정진은 지난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만 1이닝 3실점으로 무너졌을 뿐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1세이브 3홀드 2.70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박정진은 현재 불펜 투수로는 유일하게 다승 공동 선두(3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정진은 올 시즌 16.2이닝을 던지며 11개의 피안타를 맞는 동안 삼진 15개를 잡아냈고 피안타율은 단 .183에 불과하다. 특히 좌완임에도 우타자를 상대로 .148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로는 .111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더욱 뛰어난 투수가 바로 박정진이다.

투수로는 크지 않은 신장(프로필 상으로는 183cm)을 가진 박정진은 자신의 체구를 한껏 사용해 최대한 높은 곳에서 공을 뿌리는 투구를 한다. 구질도 단순하고 20대 시절에 비해 구속도 떨어진 박정진이 여전히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 역동적인 투구 폼에 있다.

현재 '좌완 듀오' 박정진과 권혁이 한화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지만, 장기 레이스를 견뎌내려면 우완 송은범과 윤규진, 좌완 김기현 등 다른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지금의 상승세에 좌우균형까지 갖춘다면 한화 불펜은 김성근 감독이 구상하던 '완전체'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사실 입단 초기의 기대치에 비하면 박정진의 프로 생활이 썩 화려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10년이 넘도록 무명 선수로 머물다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비로소 전성기를 연 박정진의 끈기와 철저한 몸 관리는 후배 선수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리고 2015년 현재 박정진의 전성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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