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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무상)급식 중단이 엄마들 정치에 눈 뜨도록 했다."

요즘 무상급식 중단에 '뿔난' 엄마들이 하는 말이다. '사람 잘 뽑아야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지역정서에 따라 특정 정당이면 무조건 찍어 왔는데, 엄마들이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남은 지난 4월 1일부터 학교마다 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 읍면지역 초중고교, 동지역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었는데, 특수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급식비를 내는 유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시장군수들이 올해부터 학교 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끊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에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1인시위를 비롯한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학교 무상급식 지키기를 위해 학부모들이 '의무급식' 배지를 만들어 학생들한테 나눠주고 있다.
 학교 무상급식 지키기를 위해 학부모들이 '의무급식' 배지를 만들어 학생들한테 나눠주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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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비롯해 시군마다 운동본부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사천, 하동, 산청, 함양, 고성, 거창, 함안, 거제, 통영, 밀양, 양산, 합천 등 곳곳에서 '무상급식 지키기'를 내걸고 결의대회와 걷기대회 등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마다 수백명씩 집회에 참석하고, 많게는 1000 여명 가까이 모이기도 했다. 또 지역별 'SNS 밴드 모임'과 '단체 카카오톡'에 1000여 명 안팎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활동을 해온 학부모들도 있지만 정치나 시민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그야말로 '순수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하더라도 아이들 밥만큼은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 모인 것이다.

"앞으로 선거 잘 해야겠다" 이구동성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한결같이 나오는 말이 있다. 지난 선거 때 '잘 못 뽑았다'는 말과 '앞으로 선거 잘 해야겠다'는 말이다. 선거철마다 후보의 정책 자료집이 든 봉투조차 뜯어보지 않고 했던 투표에 대해 후회하는 엄마도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김아무개(김해)씨는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살았다, 선거철이 되면 우편물이 든 봉투가 오는데, 후보 얼굴이며 공약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그렇다 보니 아이들 밥그릇 빼앗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에 무상급식 지키기 활동을 하면서 얼굴도 몰랐던 엄마들과 요즘 자주 만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엄마는 후보의 이름 석 자도 모르고 투표했다고 하더라"며 "그만큼 엄마들은 선거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얼마 전에 집회에 나온 한 엄마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홍준표 지사를 찍었다고 하더라, 그 엄마는 솔직하게 말한 거다,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이 다음에 어떤 선거가 되든 홍 지사 같은 후보가 나오면 안 찍을 거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그 학부모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지역 정서에 따라 투표를 했던 엄마들이 많은 것"이라며 "이번 무상급식 지키기 싸움을 하면서 엄마들이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아무개(양산)씨는 "이전까지만 해도 뉴스는 정말 관심도 없었고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무상급식 중단 사태 이후 아침에 눈만 뜨면 뉴스부터 보고 신문을 보게 되었다"며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정치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마산내서 학부모들이 18일 오후 연 '무상급식을 되찾기 위한 주민 광려천 따라 걷기' 행사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찬성한 경남도의원들의 사진과 이름 등을 넣은 '무상급식 파탄 낸 도지사 거수기'라는 제목의 유인물 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경남 창원 마산내서 학부모들이 18일 오후 연 '무상급식을 되찾기 위한 주민 광려천 따라 걷기' 행사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찬성한 경남도의원들의 사진과 이름 등을 넣은 '무상급식 파탄 낸 도지사 거수기'라는 제목의 유인물 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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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어떤 엄마는 '홍준표 지사한테 우리가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도 하더라"며 "엄마들이 그만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선거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일깨워준 사람이 홍 지사 아니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학부모 김혜임(거창)씨는 "요즘 무상급식 지키기 활동하면서 많은 학부모들을 만나는데, 그동안 시민운동이나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순수 학부모'도 정말 투표 잘해야겠다는 말을 하더라"며 "이번 기회에 엄마들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거함산연대 결성... 시군의원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 활동

무상급식 지키기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의무교육 의무급식' 등의 글자를 새긴 펼침막을 아파트 베란다에 내걸고, 리본과 배지를 만들어 아이들 가방과 가슴에 달아주고 있다. 또 차량에도 스티커를 제작해 부착하고, 거리에도 펼침막을 내걸고 있다.

학부모들은 경남도의원과 시군의회원한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아이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무모들은 학교 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을 전용해 사용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에 반대하고 있다.

거창 함양 산청 지역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지키기 거함산연대'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27일 오전 산청읍 광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오전 산청군의회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을 다룰 예정인데, 거함산연대는 '부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 의장단이 제시했던 '무상급식 중재안'에 대해 경남도청과 경남도교육청은 '의견 수렴 뒤 입장 표명'하기로 했다. 경남도의회 의장단은 지난해까지 '지역별 보편적 무상급식'에서 앞으로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하자고 했다.

이에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4일 "부자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중재안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것으로, 학부모회의 등 도민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 후 입장 표명할 것"이라고, 경남도청은 "중재안 수용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재원을 분담하여야 할 시군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교육청의 최종적인 결정을 보고 시장군수정책회의를 열어 중재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창원 마산내서에서 열린 '무상급식을 되찾기 위한 주민 광려천 따라 걷기'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18일 오후 창원 마산내서에서 열린 '무상급식을 되찾기 위한 주민 광려천 따라 걷기'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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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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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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