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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장편소설 <독도 인더 헤이그>
▲ 책표지 정재민 장편소설 <독도 인더 헤이그>
ⓒ 휴먼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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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무심코 바라본 온라인 뉴스 기사 제목이 '일본 자위대, 독도 포위'란다. 내용을 읽으니 점입가경이다. '새벽을 틈타 해상자위대 군함 열두 척이 독도를 포위'하고 있단다. 거기다 우리 군은 제대로 대응도 못했다. 이럴 경우 당신은 어찌할 텐가.

구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 정재민 재판연구관이 쓴 소설 <독도 인더 헤이그>는 그런 상황을 가정했다. 그럴 일은 없을 테고 바라지도 않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와르르 무너지는 그런 일을 말이다.

저자가 현직 판사다 보니 소설에서 실무적인 부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은 아직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을 한 명도 탄생시키지 못했다. 그에 반해 일본은 꾸준히 재판관을 배출하고 있다.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지금 재판관이 있다.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15인 중 아시아에 할당된 3인을 동북아에서 다 가져가기엔 부담이 있다. 그래서 한국은 아직 재판관이 없다는 분석, 이런 이야기들은 속사정을 알지 못하면 기술하기 힘들다.

거기에 역사적 팩션도 가미했다. 국제 재판은 법학은 물론이고, 외교·정치·역사가 총망라되는 일이기에 이에 대한 사실에 살을 덧댔다. 완전한 내용이 전해지지 않는 <가락국기>에 한국이 재판을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을 것이란 상상력이 덧붙는다. 이를 구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암투가 극적 긴장을 더 한다.

미뤄둔 숙제, 우리는 준비가 얼마나 됐나

우리 정부는 언제나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문제가 회부될 일이 없다고 단정 지어 말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국제 정세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거나 소설처럼 일본의 예기치 않은 도발을 받은 후에는 이미 늦는다. 허겁지겁 이에 대처하기에는 현재 우리의 역량은 너무도 부족하다.

전부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준비를 해온 일본은 치밀하다. 재판관을 배출해오고 있으며, 국제재판 경험이 있는 전문가와 변호사들에게 꾸준히 연구를 맡기며 관리(?)를 하고 있다. 들끓는 공분은 냉엄한 국제 정치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해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의 국제법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세다. 더군다나 돈이 안 되는 분야란 낙인과 함께 순수한 연구자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국가적인 대응과 국제법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책을 통해 전문가들이 지적해오고 있다. 그렇기에 소중한 글들이다.

거기에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은 소설의 흡입력을 더한다. 능력은 없으면서 출세에만 몰두하는 고위 관료, 학부 1학년 수준의 강의를 하면서 언론의 힘으로 전문가 칭호를 얻은 박사, 소신은 없고 이슈를 일으키기만 할 궁리 중인 정치인, 이 모두를 아우르는 무능한 정부.

작가는 현직 판사로 소설을 쓴 후, 그 인연으로 외교부 근무도 했다. 당시 이 소설을 읽은 감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분을 외교부에 모시라"고 했단다. 그만큼 전문성을 갖췄단 얘기다. 실제로도 후반부의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일본의 싸움은 양측의 구체적인 주장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한국의 독도지배에 관한 고대 자료의 부족, 강대국 간 협의에서의 한국 독도 영유권에 대한 무시, 일본에 대한 상대적 약세로 인해 한국이 왜 국제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인정받기 힘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2009년 나왔던 소설을 전면 개정해 6년 만에 다시 내놨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이전의 책에는 담지 못했던, 외교부에서 독도법률자문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과 배움을 첨가'했다. 최신 정보와 연구를 반영해 독도 영유권 분쟁을 보다 현실감 있게 작성한 것.

다만 소설인 점을 감안해 좀 더 나갔어도 되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했기에 극적 재미를 가미했다면 더욱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치열한 논리 공방과 더불어 극적인 역사성이 부각됐다면 후반부에 다소 늘어지는 전개를 보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너무 호흡을 골랐다.

덧붙이는 글 | <독도 인더 헤이그> (정재민 지음 / 유먼앤북스 펴냄 / 2015.01 / 1만3500원)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도를 부탁해> (전국사회과교과연구회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2011.11 / 1만3900원)
<독도반환 청구소송> (강정민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 2014.01 / 1만3800원)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홍중기 지음 / 한울 펴냄 / 2014.07 / 1만4500원)



독도 인 더 헤이그

정재민 지음, 휴먼앤북스(Human&Books)(2015)


태그:#독도인더헤이그, #정재민, #휴먼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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