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 실종 느와르 M >

OCN < 실종 느와르 M > ⓒ CJ E&M


OCN 스릴러 시리즈 10부작 < 실종 느와르 M >이 지난 25일 5회를 끝냈다. 비로소 단순한 실종 수사가 아닌, 실종 사건을 통해 이 시리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사회적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 우리 사회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들

배우 강하늘이 부모마저 죽인 희대의 살인마로 등장한 1·2편 '감옥에서 온 퍼즐'은 연쇄살인 사건에서 15년 전 한 마을에 사는 남성들로부터 집단 윤간을 당하고 아이를 낳은 미혼모 강순영의 살해 사건으로 초점이 전환된다.

심지어 어린 동생마저 볼모로 삼은 채 자신이 죽인 네 명의 남자들을 수사관들과의 게임을 통해 밝혀 들어가는 이정수(강하늘 분)의 퍼즐, 그 끝에는 윤간에서 끝나지 않고 정신지체 장애 미혼모를 이용해 돈벌이를 한 후안무치한 한 남자와 그와 비극적 혈연으로 맺어진 또 다른 남자의 선택이 놓여있다.

분명 이정수가 죽인 네 남자들은 피해자들이지만, 사건을 수사해 들어가면 갈수록 그들의 파렴치한 면모가 드러난다. 또한, 비겁한 윤간 이후에 아들을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미혼모 강순영의 알량한 보상금을 등쳐먹은 진짜 파렴치한 인물이 수사 선상에 등장한다.

윌슨병 때문에 치료비가 필요했던 아이를 보살필 돈조차 빼돌린 파렴치범은 고과장(류태호 분)이었다. 결국 드러난 이 모든 사건을 조종한 범인은 강순영의 아들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윌슨병의 보유자 주요셉,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공소 시효를 기다라며 복수의 칼을 갈았던 범인은 다름 아닌 그의 혈연상의 친부다. 결국 진실을 알게 된 주요셉은 그의 생부와 함께 몸을 던진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은 3·4편에서도 이어진다. 제약회사 사원 하태조(박해준 분)의 실종 사건으로 시작된 사건은 사건 수사를 거듭할수록 뜻밖의 유괴 사건으로 이어진다. 알고 보니 하태조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가 유괴된 사건을 덮기 위해 사장 류정국(손종학 분)의 아이를 유괴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유괴사건을 수사하다 실종사건 수사반이 만나게 된 것은 뜻밖에도 8년 전 분신자살한 원신제약 연구원 은채린의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살로 위장된 분신 사건 뒤에는 내부 고발자 은채린을 제거하고자 하는 류정국 사장의 잔인한 음모가 있었고, 류정국 사장이 내부 고발자를 죽이면서 까지 덮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원신제약에서 개발한 어린이 백신의 부작용이었다.

결국 그 백신의 부작용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는 은채린의 남자친구였던 김민재를 부추겨 유괴 사건을 저질렀고, 결국 하태조로 하여금 기자들이 모인 곳에서 백신의 부작용을 낱낱이 폭로하도록 만든다.

정신지체 장애자에 대한 집단 윤간과 유린, 이어서 사적 이익으로 어린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부도덕한 제약회사의 상술, 그리고 드디어 돈 앞에 자신의 직업적 윤리마저 저버린 법무장관 후보자의 부도덕한 과거까지, < 실종 느와르 M >의 실종사회의 해부는 펼쳐진다.

5회에 이르도록 일관되게 드러나지만, 극 중 범인이 누군가를 유괴한 목적은 유괴 대상에 대한 위해가 아니다. '시체 없는 살해사건'으로 동생을 잃어버린 범인이 동생을 찾기 위한 극진한 노력이,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실종'이라는 범죄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1회의 강순영, 그리고 2회의 은채린, 그리고 아이를 잃은 엄마처럼, 피해자였지만 법으로 보호받거나 보상받을 수 없는 억울한 사회적 존재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피해자들을 자신들의 육욕, 그리고 경제적 이해 등을 위해 눈감고 짓밟은 상위 1%의 지도층이 있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거나 없애버리고서도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사제로, 선생으로, 한 기업의 사장으로, 이젠 법무장관 후보자로 기세등등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돈 없고, 힘없는 피해자들이 그들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그들이 가해자가 되는 극단적인 수단뿐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 실종 느와르 M >은 밝히고 있다.

뚜렷하고 깊어진 주제 의식, 회를 거듭하면서 드러나는 캐릭터

같은 제작진의 < 특수사건 전담반 TEN >이 여지훈 팀장(주상욱 분)의 과거 사건을 주요 줄기로 자잘한 사건들을 엮어가는 모양새였다면, < 실종 느와르 M >은 '실종'이라는 소재만 동일할 뿐 전혀 다른 사건들을 이어간다. 하지만 오히려 그 주제 의식면에서는 < 특수사건 전담반 TEN >에 비해 한결 깊어지고 뚜렷해 졌다. 실종이라는 사건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리들을 하나의 퍼즐을 풀듯 풀어가는 매회, 시청자들은 사건의 해결이라는 시원함 뒤에 뜻밖에 맞닥뜨린 우리 사회의 실존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범인의 부모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시체만 없다면 무죄로 승소할 수 있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는 드라마 속 사건에서 현실은 자연스레 겹쳐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만 된다면 누군가의 아이가 그 백신으로 인해 죽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눈을 감는 기업주도 낯설지 않다.

< 특수사건 전담반 TEN >이 단 한 회 만에 사건을 해결해 가는 여지훈 팀장을 비롯해 독사라 불리는 백도식 형사(김상호 분)와 프로파일러 남예리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잡고 가던 방식과 달리, 1·2회를 넘어가면서도 < 실종 느와르 M > 출연진들의 존재 이유는 희미했다. 하지만 오히려 회를 거듭하면서, 또 하나의 퍼즐처럼 드러나는 그들의 캐릭터가 보는 재미를 추동한다.

현장조사에 능숙하면서도 단순한 정의감에 휩쓸리는 오대영(박휘순 분)의 맞은편에, FBI 출신의 능력치를 가지지만 정작 사건의 말미에서는 때로는 사건을 방조하거나 방치하는 태도로, 사회적 부도덕을 밝히는 실종 사건에 대한 시청자들의 혼란스러운 태도를 반영한 듯한 길수현(김강우 분)의 캐릭터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 실종 느와르 M >에 제격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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