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신구(왼쪽부터), 최지우, 이순재.

<꽃보다 할배> 신구(왼쪽부터), 최지우, 이순재. ⓒ tvN


"딸 같지. 저런 딸 있으면 대박 나는 건데."

24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에서 최지우를 향한 이순재의 말이다. 그리스 여행 후반부로 다다를수록 점점 최지우의 존재감은 이 여행에서, 이 일행에서 커지고 있다.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그녀는 할배들의 손녀딸처럼 사랑을 주고 또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고, 이서진의 조수석에 앉아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다. 처음 이서진과 최지우 이 둘의 '썸' 정도를 기대한 시청자들의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는 셈이다.

<꽃보다 할배> 대만편에서 잠깐 등장했던 그룹 소녀시대 써니가 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재간둥이였다면 최지우는 할배들의 동향, 컨디션, 그리고 기분까지 모든 것들을 맞춰주고 파악하는 가족 구성원과도 같다. 이제는 최지우가 없는 <꽃보다 할배>를 상상하기 힘들 만큼 참 잘 녹아들었다. 다음 행선지가 어디든, 그리스 편 특별 짐꾼으로 섭외한 최지우 카드를 다시 내려놓는 것이 제작진 입장에선 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꽃보다 할배> 최지우

<꽃보다 할배> 최지우 ⓒ tvN


그녀의 매력은 '빈틈'에 있다. 빈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공간에 다른 사람들을 부를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약 그녀가 짐꾼으로서, 사람으로서 완벽주의적 모습을 보였다면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지금만치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할배들에게도, 이서진에게도 부족하지만 성심성의를 다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이는 것이다.

길을 찾지 못하든가, 지명을 헷갈리든가, 돈을 조금 더 쓴다든가 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력을 북돋아준다. 최지우의 가담으로 귀여운 문제들이 속출하면서 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다만 문제를 수습하거나 다음번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침대 맡에 있는 전등을 켠 채로 공부를 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최지우의 모습은 그녀가 자신의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특유의 섬세함과 살가움으로 이 여행을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자칫 호텔 방이 작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다가 방을 열고서 할배들이 조금이나마 편히 잘 수 있게끔 침대의 간격을 떼어놓는가 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또한 군것질 거리를 살뜰하게 챙겨 할배들이 이동시에 혹여 심심하거나 지루해할까 옆에서 건네주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는 참 익숙한 풍경인데, 그것 역시 지금까지 <꽃보다 할배>에서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또한 평소 가족 여행을 즐길 때 아버지를 담당했다는 그녀는 항상 어디로 가거나 짧은 이동 거리에도 선생님들의 팔짱을 자연스럽게 낀 채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스킨십은 낯선 사람에게 자칫 경계했던 마음을 풀 수 있게끔 작용한다. 할배들도 그녀의 태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으며 그녀를 여행의 동반자로 받아들인 것 같다.

지금까지 <꽃보다 할배> 여행에서 이서진 성장에 주목했다면 이번 여행은 이서진이 쉬어도 될 만큼 최지우의 활약이 빼어난 것 같다. 그리고 여배우로서, 간헐적으로 작품에 등장했던 그녀의 배우로서의 모습 말고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사실 역시 꽤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여행 막바지, 그녀와 함께한 <꽃보다 할배>가 어느새 끝을 향하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특별한 통로인데, 이번 여행을 통해 할배들과 이서진은, 그리고 시청자들은 최지우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덧붙이는 글 팀블로그 별밤 byulnight.tistory.com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최지우 꽃보다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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