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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수요일 오후 2시경 승승장구하던 코스닥지수가 장중 한때 5% 이상 급락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급락의 시발점은 백수오 제품으로 성공신화를 써가던 내츄럴엔도텍이 '가짜 백수오' 사용 의혹으로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장 전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언론은 '내추럴엔도텍발 쇼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코스닥 시장의 추세 전환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앞다투어 보도하였습니다. 이후 코스닥은 지난 금요일까지 3일 연속 하락하면서 시장의 상황이 어둡게 변하고 있습니다.

시발점의 주인공인 내추럴엔도텍은 지난 금요일까지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불과 3일만에 38.5% 급락했고, 금융당국이 내츄럴엔도텍의 공매도 현황과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 등에 대해 내부 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러한 폭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2일 갑작스런 코스닥 시작의 폭락은 한국소비자원이 정오에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백수오 제품의 90% 이상이 이엽우피소를 쓰거나 성분 확인이 불가능한 불량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백수오가 대체 뭐길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비교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비교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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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하수오라는 한약재부터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백수오와 하수오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의보감'을 보면 하수오에 대한 유래가 나옵니다. 원래 하수오는 야교등이었는데, 하씨 성을 가진 사람이 복용하고 난 뒤 회춘했다고 하여 '하수오(何首烏)'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수오를 백일을 복용하고 나서는 오래된 병들이 다 나았고, 130살까지 살았다고 하니 정말 좋은 약재였겠죠?

그러나 불행하게도 하수오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약재입니다.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하수오와 비슷한 박주가리과의 은조롱을 하수오 대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중국의 하수오는 적하수오라고 부르고 은조롱은 백하수오. 즉 백수오로 부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백수오는 박주가리과이고 하수오는 여뮈과로 식물분류학상 과가 서로 다른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유사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혼동하여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하수오에 대한 인기는 하수오(적하수오)가 '탈모'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지면서 수요가 폭증했고, 이름이 유사하지만 구하기 쉬운 백하수오(백수오)가 대용품으로 유통되면서 백수오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백수오의 인기, 이엽우피소로 메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대상 제품 중 실제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 제품(9.4%)에 불과하였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대상 제품 중 실제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 제품(9.4%)에 불과하였다.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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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수오가 갱년기 장애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있고, 홈쇼핑 등에서 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백수오의 인기는 오히려 하수오의 인기를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이에 편승해 재배기간이 2~3년이 걸리는 백수오 보다는 1년에 불과하면서도 가격은 1/3에 불과한 이엽우피소가 백수오의 대용품으로 인기를 끌게되었습니다.

이엽우피소는 파종 후 그해 가을에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농가에서 이엽우피소를 선호하여 재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2007년 12월 30일 <한국농어민 신문>은 영주의 백수오 농가 중 95%가 이엽우피소를 재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생김새가 유사한 식물입니다. 그러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엄연히 다른 식물입니다. 백수오는 은조롱(Cynanchum wilfordii Hemsley)의 뿌리이지만, 이엽우피소는 넓은잎 큰조롱(Cynanchum auriculatum Royle ex Wight)의 뿌리입니다.

1998년 중국의 남경 철도의과대학 연구진은 실험쥐에게 사료와 함께 이엽우피소를 먹인 결과 흥분·짜증·체중감소와 함께 암컷 쥐는 혈소판 감소, 수컷 쥐는 간기능이 저하되었으며, 간세포 이상증세 및 사망까지 유발되었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이엽우피소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서도 이엽우피소는 우리나라 생약규격집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 약용으로 사용이 불가하고, 국내에서 식용근거가 없는 등 식품 원료로서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FDA에서는 이엽우피소가 동물(돼지)에서 유산을 유발시키는 독성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한약재도 위험하지 않나?

당연히 백수오 논란은 생약을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의 안전성에도 불똥이 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일반 식품과 의약품의 유통의 관계를 안다면 어느정도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양웅모 경희대 한의과대학 융합한의과학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한약재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제조, 유통 과정에서 식품과 의약품이 분류되어 있다"면서 "한의원에는 기본적으로 의약품으로 관리되는 한약재가 공급되고 있어서 식품이나 위품은 유통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한약재'는 의약품으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기준에 따라 한약제조(제약)회사에서 중금속 및 농약 등 잔류 오염물질 검사 등을 거친 후 시중에 유통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은 일부 품질검사만을 거쳐 식품원료로 사용되는데 주로 홈쇼핑, 대형마트, 식품판매업소 또는 시장, 음식점 등에 유통되고 있으며 법적으로 한약의 재료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의약품용 한약재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죠.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경우에도 백수오는 생약규격집에 등재된 한약재인 반면, 이엽우피소는 생약규격집에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이엽우피소는 한약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한약재'를 통해 이엽우피소를 구하는 것은 식품으로 유통되는 약재를 시중에서 고의로 구하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몸에 좋다고 모두에게 다 좋은 게 아냐

이번 백수오의 논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몸에 좋다면 어떻게든 챙겨 먹으려고 하는 사회 분위기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우선하기 보다는 유행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죠.

양웅모 교수도 "(약재의 복용은) 기간 뿐만 아니라 용량도 중요하며, 사람마다 모두 반응이 다르고, 특히 한의학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동일 증상이라도 환자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맞지 않는 제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누군가에게 약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진부한 말이겠지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백수오, #하수오 , #이엽우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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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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